AI번역기 쓴 일본인에 번역상 준 韓문학번역원 “제도 보완할 것”

‘파파고’ 이용 웹툰 번역 40대에 신인상
수상자 “작품 통독 뒤 사전 대용 활용,
한국어 수강 중 선생 권유로 참여” 해명
번역원, 현재 수상 철회 논의한 바 없어
기술 진화의 역설, AI수용범위 논의 필요
  • 등록 2023-02-09 오후 1:10:00

    수정 2023-02-09 오후 1:40:11

챗GPT를 사용하는 모습 (사진=AP).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일본인이 인공지능(AI)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 국내 권위의 번역상을 수상한 사례가 나왔다. 이른바 ‘제2의 창작’으로 불리는 번역 분야에서도 AI기술을 활용한 시대의 변화상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이자, 빠른 기술 진화의 역설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민관 차원에서 AI 수용 범위에 대한 공적 논의는 물론 AI 윤리와 안전에 대한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9일 해당 ‘한국문학번역상’을 주관하는 한국문학번역원은 논란이 일자 “제도적으로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수상 철회와 관련해선 작년 시상 기준으로 제도가 미비했기 때문에 “현재로썬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수상자인 일본인 40대 주부 마쓰스에 유키코씨는 지난해 12월 번역원이 주관하는 ‘2022년 한국문학번역상’에서 웹툰 부문 신인상을 받았다. 웹툰 부문 신인상은 번역원이 공모를 통해 과제 작품을 제시하고 지원자가 그중 선택해 해당 언어로 번역하도록 했다. 마쓰스에씨는 국내 네이버에서 연재되고 있는 인기 웹툰인 ‘미래의 골동품 가게’를 일본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AI를 이용했다. 그가 쓴 번역기는 AI를 기반으로 한 네이버의 파파고다.

마쓰스에씨는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전날 한국문학번역원을 통해 “한국어를 전혀 못 하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10년 전에 이미 1년간 한국어를 배웠고 응모 당시에도 한국어 수업을 수강 중이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번역상 응모 계기도 한국어 선생님이 웹툰 정도는 충분히 번역이 가능할 것 같다고 권유했기 때문”이라며 “다만 회화 실력은 서툰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마쓰스에씨는 또 웹툰을 일본어로 번역한 과정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작품을 통독한 뒤, 보다 정확한 번역을 위해 파파고를 사전 대용으로 사용했다”며 “작품이 무속인을 주인공으로 삼아 생소한 용어와 개념이 많아 논문자료 등을 후속 조사하며 용어와 맥락을 파악했다. 이후 작품 흐름에 맞춰 세부 수정을 더해 번역을 완료했다. AI 초벌 번역이란 인식은 해 본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마쓰스에씨가 상을 받을 수 있었던 데는 ‘웹툰’이라는 장르적 특성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번역자가 해당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해도 그림으로 이야기의 전반적 흐름이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번역원은 이번 사례를 번역과 AI 트렌드를 보여주는 사례로 보고, 앞으로 신인상 공모 제도를 개선하면서 AI와 협업 범위에 대해 정책적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신진 번역가를 발굴한다는 취지에 맞춰 번역 신인상의 경우, 규정을 ‘AI 등 외부의 힘을 빌리지 않은 자력의 번역’으로 명확히 하고 수상작은 관련한 확인 절차를 밟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하겠다는 계획이다. AI 번역을 어디까지 수용할지가 이번 제도 개선의 초점이다.

최근 AI를 통한 번역이나 검색 등이 활발해지면서 협업 사례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오픈AI가 개발한 ‘챗GPT’의 경우 인격체와 대화하는 느낌을 주면서 연설이나 보고서, 논문은 물론 코딩, 작곡 등도 시현해 화제다. 이번 사례는 향후 AI의 도움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지에 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향후 미술과 음악(작곡 작사), 드라마 극작, 문학 등의 분야로 AI 활용 사례가 점차 확대되면 어디까지를 인간의 순수한 창조물로 봐야 하는지를 두고서도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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