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파업 한 달째..출구없는 대립 지속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 지부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 꼬박 30일째를 맞았으나 서로 뚜렷한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조 입장이 관철될 여지가 좁아질수록 파업 수위가 세지는 대치가 이어져 당분간 물류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택배노조 경기지부 측이 26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총파업 지지 및 동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국택배노조 경기지부는 26일 CJ대한통운 지부의 총파업을 지지하고 동참을 선언했다. 경기 지역 CJ대한통운에 소속한 택배노조원 200여 명이 이날부터 배송을 일시 혹은 전면 중단하는 것이다. 총파업이 지난달 28일 시작한 이후 이날로 30일을 맞았으나 진전이 없자 파업 강도를 키우는 것이다.

CJ대한통운과 택배노조 간에 전제하는 사실이 다르니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게 총파업이 장기화하는 주요 배경이다.

파업을 시작하면서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사회적 합의에 따라 인상한 택배요금 원가 170원에서 60%를 가져간다”며 “이걸 택배기사에게 정당하게 분배하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CJ대한통운은 “택배요금 인상분을 공정하게 배분하고 있다”며 택배노조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회사는 상장 규정에 따라 회계를 처리하고 회계법인을 외부 감사인으로 고용해서 검증하는 엄격한 절차를 따르고 있다”며 “노조 주장이 사실이라면 회계 처리 과정에서 드러났어야 하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접점을 찾기 위해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 주장이 사실인지 검증하자는 입장이다. 검증을 약속하면 찬반 투표를 거쳐 파업을 중단하고 검증 결과 노조 주장이 틀렸으면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검증이 성사되지도 않고 있다. CJ대한통운이 검증에 응할 명분이 약한 게 우선이다. 우선 택배노조가 용역(배송 업무)을 제공하는 주체는 CJ대한통운 대리점이지 회사가 아니라서 번지수가 틀렸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은 “CJ대한통운과 대화로 풀려고 해도 만남에 응하지 않으니 출구 전략을 짤 도리가 없다”며 “택배노조의 파업 의지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주무 정부 부처 국토교통부가 나서 갈등이 봉합할지 기대됐으나 무산됐다. 택배사가 사회적 합의를 양호하게 이행하고 있다는 진단 결과를 지난 24일 결과를 발표했으나 `택배비 인상분 배분` 내용이 빠진 탓이다. 택배노조와 CJ대한통운 모두를 불만인 반쪽 결과에 그친 것이다.

CJ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 측이 지난 19일 CJ대한통운 본사에서 총파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사진=대리점연합)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는 동안 회사와 택배노조 사이에 낀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은 파업 철회를 호소하고 있다. 대리점연합은 지난주 성명에서 `사회적 합의를 왜곡하고 명절을 이용해 국민 상품을 볼모로 수익 배분을 요구하는 택배노조는 파업을 중지하고 현장에 복귀하라`고 요구했다. 연합에 따르면, 택배기사 등 1만2500여명이 성명에 동의하고 지지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