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감성 자극' 발언 주력…`동정 여론`, 스윙 보터 움직일까

큰 절·눈물·아픈 개인사 연일 쏟아내
지지층 결집·스윙보터 감성 자극했나
전문가 "누적된 이미지 변화 어려워…지켜봐야"
  • 등록 2022-01-28 오후 4:18:37

    수정 2022-01-28 오후 4:18:37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큰 절과 통곡, 그리고 읍소.

설 연휴를 앞둔 지난 23일~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경기 지역 순회 연설의 포인트는 `감성 자극`이었다. 예정에 없던 큰 절을 또 올리고, 아픈 가족사를 꺼내며 울분을 토하며 `소년공` 시절을 떠올리기도 했다.

민주당의 쇄신을 약속하고 `형수 욕설` 등 자신의 잘못을 거듭 뉘우쳤지만 민심은 아직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치 전문가들은 “`누적된 이미지`가 한 번에 변화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과거에 비해 정치적 행보에 따른 지지율 변화 등 여론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적 거리감이 멀어졌다는 설명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4일 오후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시장에서 열린 ‘매타버스’ 성남, 민심속으로! 행사에서 즉석연설 도중 눈물을 닦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홈그라운드 ‘경기’ 뛴 이재명, 큰 절·눈물·개인사로 호소

이 후보는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홈그라운드’ 격인 경기 지역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에 올랐다.

정치적 고향인 성남 상대원시장을 찾은 24일 즉설 연설을 하던 중 돌아가신 어머니를 언급하다 감정에 북받친 모습을 보였다. 이 후보는 “우리 가족들의 아픈 상처를 그만 헤집어 달라”고 말했다. 친형과의 갈등과 관련해서도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다. 제가 잘못했다”며 연신 눈시울을 붉혔다.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나 소년공을 거쳐 여기까지 온 자신의 흙수저 스토리도 자세히 풀었다. 이 후보는 “아버지가 어릴때 시장에서 버린 종이와 깡통을 고물상에 파시고 썩기 직전의 과일을 주워서 식구들을 먹였다”, “아들이 잘 되기만을 바랬던 어머니께 거짓말하고 판검사 실력 안되니까 변호사한다고 했다. 지금 이 자리까지 왔지만 상처가 너무 많다”고 솔직함으로 어필했다. 현장에 있던 지지자은 눈물을 흘리거나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이날 오전에는 국민들께 큰 절을 올리며 사죄를 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두번째 큰 절이다. 이 후보는 연일 어느 즉석 연설 장소를 가도 “민주당이 죄송하다. 잘 하겠다”를 반복하고 있다. 이 후보의 이같은 감정적 호소가 관망하던 일부 민주당 지지층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4일 오전 경기 용인시 포은아트홀에서 경기도 정책 공약을 발표하기에 앞서 경기도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앞으로 더 잘하겠다는 뜻으로 큰절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지자 결집·스윙보터 ‘동정 여론’ 모이나

과거부터 선거 때만 되면 동정 여론을 모으기 위한 상황들이 연출됐다. 지하철역 앞에서, 교차로에서 90도로 인사하는 정치인의 모습, 눈물을 흘리는 모습, 큰 절을 하는 모습, 삭발 등이다. 이같은 감정적 호소는 지지층 결집과 `스윙 보터`(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한 층)에게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감성 자극, 오열, 큰 절 등은 이념보다는 스윙 보터를 자극하는 것”이라며 “스윙 보터들은 표심 결정을 하지 않아서 이슈를 보고 심정을 자극하고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지지율은 잠잠하다. OBS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이 후보가 눈물을 보인 25일부터 26일까지 실시한 정기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는 42.4%, 이 후보는 37.9%를 기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별로 영향을 주지 못했다. 정치인과 정당의 이미지는 누적 결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과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랑하는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라는 말을 인용하며 “누적된 이미지가 중요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누적된 이미지가 ‘바보 노무현’이었다. 그 솔직함과 진솔함, 진정성이 모여 마음을 움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장인의 6·25 이력 문제가 불거지자 해당 발언을 하며 두고두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이 후보의 감정적 호소가 아직 지지율로 나타나기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배 소장은 “여론은 정치인과 정당 자체에 대해 2017년 `국정농단`, 이번엔 `여당 실망`으로 응축된 실망과 분노가 있다”며 “과거엔 눈물이나 한 이벤트가 2~3일 내로 나타났다면 지금은 그 관심이 보름은 지나야 나타날 수 있다. 지켜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권자들은 학습 효과에 의해서 웬만하면 이제 넘어가지 않는다”며 “지속적이고 심층적으로 추가됐을 때 겨우 나타난다. 정치인이 하는 국면 전환의 시도, 태도에 대한 반응은 과거보다는 숙성기간이 길어졌다. 그 한 번 가지고는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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