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승 회장사퇴, 기업인들 분통 "왜"

"정치자금제도 서둘러 개혁" 한 목소리
  • 등록 2003-10-30 오후 8:29:33

    수정 2003-10-30 오후 8:29:33

[edaily 지영한기자] 손길승 SK 회장이 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을 사임했다.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이 임기를 남긴 채 타개한 적은 있지만 전경련 회장이 모양새를 갖추지 못하고 중도 퇴진한 예는 대우그룹 사태로 도중 하차한 김우중 전 회장에 이어 두번째다. 손길승 회장은 전경련 회장직에서 9개월만에 물러나는 불명예도 안았다. 그러나 이러한 불명예에 대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편으론 그가 비오너 전문경영인으로서 재계의 총수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도 평가받을 전망이다. 사실 전경련 회장직은 상징성이 큰 자리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을 회원사로 거느리고 있어 전경련 회장직은 재계의 총수중의 총수로 인식돼 왔다. 이병철·정주영·구자경·최종현등 한국경제의 거목들이 예외없이 전경련 회장직을 거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기업 총수들이라면 내심 전경련 회장직에 한 번쯤은 욕심을 내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아무나 전경련 회장직에 추대되지는 못한다. 대기업, 그 중에서도 몇몇 실세 오너들만이 꿈 꿀 수 있는 자리다. 이런 상황에서 손길승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에 올랐다는 그 자체가 재계에선 일대 `사건`이었다. 때문에 이명박 서울시장이 현대건설의 경리사원으로 입사한 뒤 12년 만인 77년 36세의 나이로 사장에 올라 샐러리맨의 신화를 만들었다면 신입사원으로 출발해 전경련 회장직을 거머쥔 손길승 회장은 비오너 전문경영인에게 희망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재벌들의 오너십을 극복하고 재계의 총수중 총수라는 전경련 회장까지 올라섰던 손길승 회장이었지만 잘못된 관행의 덫은 극복하지 못했다. 비자금이나 일련의 SK사태에 대해선 입이 열개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손 회장의 퇴진에 분통을 터뜨리는 기업인들이 적지않다. 재계의 고위 관계자는 "정치자금 수요 때문에 기업인들이 망가지고 있다"며 목청을 높인다. 그는 "이래선 안되며 정치자금제도를 서둘러 개혁하는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재계의 다른 관계자는 "정치인을 일컬어 `교도소 담장위를 걷는 사람`이라는 농담이 있지만 따지고 보면 정치에 볼모잡힌 기업인들이 뭐가 다르겠냐"고 자조했다. "운 없이 담장 안쪽으로 떨어질까봐 하루하루 조바심에 떨고 있는 기업인들이 한 둘이 아닐 것"이란 푸념이다. 손 회장은 최근 검찰수사를 받던 와중 SK의 직원들에게 "분식회계와 불법 정치자금은 개발세대의 나쁜 관행이었지만 알면서도 피할 수가 없었다"며 "이 모든 과거의 문제를 후배들에게는 결코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자신의 잘못에 대한 고해성사이자 후배 기업인들에게 대한 당부와 다름 아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30일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18위를 차지해 처음으로 20위권에 진입했다는 낭보를 전했다. 우리 경제와 기업인들이 후진적인 정치권에 발목이 잡혀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용하다`는 말이 나올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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