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할아버지 같던 분"…종로구 상인들이 기억한 故 송해는 [현장]

서울 종로구 송해길 상권, 고인 비보에 슬픔에 빠져
종로3가역 고인 동상 앞은 화환 행렬…시민들 조문
고인 단골집 점주 "죽기 전날에도 통화했는데" 침통
시민들도 "온 가족 웃음 선사하셨던 분" 추억
  • 등록 2022-06-09 오후 3:18:45

    수정 2022-06-09 오후 3:20:37

(사진=김보영 기자)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송해 선생님과 저희 식당의 인연은 20년 가까이 됐죠. 할아버지, 외할아버지를 일찍 여읜 저로선 선생님이 저의 친할아버지와도 같은 분이셨어요.”

서울 종로구 송해길 인근에 위치한 A 산낙지요리집 사장은 2004년부터 단골 식당으로 고(故) 송해의 식사를 책임져왔다며 고인의 비보에 슬픔을 드러냈다.

해당 산낙지집은 1992년부터 장사를 시작해 2004년 고인의 사무실이 있는 종로구에 새롭게 터를 잡았다. 어머니를 시작으로 아들이 2대째 운영 중인 이 식당은 고인이 매주 한 두 번씩 점심, 저녁마다 들러 식사를 하고 방송계 후배들과 희로애락을 나눴던 아지트다.

산낙지집 점주는 9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선생님은 이 가게에서 몸보신하러 산낙지 갈비탕을 자주 시켜드셨다”라며 “전골, 산낙지볶음, 낙지 탕탕이 등 이 가게에서 판매하는 거의 모든 메뉴를 한 번씩 섭렵하셨다”고 회상했다.

해당 점주는 고인이 가게로 연예계 지인 및 후배들을 자주 데리고 와 밥을 먹인 덕분에 가게가 현재까지 번창할 수 있었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이 점주는 “KBS1 ‘전국노래자랑’을 담당했던 모든 제작진들은 한 번씩 이 식당을 거쳤다”며 “고인과 절친했던 배우 전원주 선생님도 송해 선생님과 함께 식당을 방문해 직원 및 손님들과 사진을 자주 찍어주고 가셨다. 가수 현미 선생님 역시 송해 선생님 덕분에 이어진 단골 손님”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엄영수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장, 신동엽 등 많은 후배들이 그와 함께 가게를 방문해 술잔을 기울였다고 했다.

고(故) 송해가 생전 자주 드렀던 서울 종로구 송해길 인근 단골 산낙지집. 고인은 이 가게에서 산낙지 갈비탕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사진=김보영 기자)
이 가게 간판에 새겨진 고인의 캐리커처와 이름 역시 고인이 가게를 배려해 흔쾌히 사용을 수락해 현재까지 쓰일 수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고인의 건강이 악화됐던 지난달부터는 식당을 방문하러 거동하기 힘들 정도로 컨디션이 악화됐고, 이에 산낙지집을 운영했던 점주의 모친이 직접 낙지죽, 전복죽 등을 쒀 고인의 집에 보냈다고 한다.

그럼에도 목소리와 기세만큼은 평소처럼 정정했기에 갑작스러운 부고 소식을 믿을 수 없었다고 비통해했다.

점주는 “어머니와 저 모두 처음엔 오보인줄 알았다. 전날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선생님과 통화했는데 정말 황망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늘 푸근하고 인자하신 분이었다”며 “‘밥 먹었냐’, ‘요샌 어떠냐’, ‘코로나로 힘들진 않니’ 수시로 안부를 물어주시는 것을 들으며 경험해보지 못한 할아버지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며 고인을 그리워했다.

고인이 생전 자주 다녔다는 낙원상가 인근의 2500원 국밥집 직원들도 고인의 비보에 애통함을 전했다. 이 국밥집 관계자는 이데일리에 “최근 가게 주인이 바뀌어서 저희는 잘 모르지만, 일주일에 두 세 번 드나드실 정도로 이 가게를 사랑해주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최근엔 편찮으셔서 가게를 찾지 못하셨는데 비보를 접하니 정말 안타깝고 허망하다”고 털어놨다.

이 외에도 고인의 단골 식당이 모여있는 골목을 중심으로 형성된 종로구 낙원상가 인근 송해길 곳곳에서 고인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자취와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고(故) 송해가 산낙지집과 함께 자주 찾았던 송해길 인근 2500원짜리 국밥집. 우거지탕으로 유명한 곳이다. (사진=김보영 기자)
5호선 종로3가역 지하철 출구 앞에 자리한 고인의 동상에는 그를 기리기 위한 각종 화환과 시민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종로3가 인근 식당 점주들, 사단법인 송해길 보존회 등이 보낸 화환들에는 ‘하늘에 별이 되신 송해선생님 편히 잠드소서’,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등 문구가 적혀 있다. 시민들은 각자 동상 앞에서 고인을 애도하며 그의 영원한 안식을 기도했다.

고인을 조문하러 송해길을 방문했다는 황덕구(68) 씨는 “어쩌다 국밥집에서 마주치면 친형님처럼 인사를 나눠주시고 좋은 기운을 가져다 주셨던 분”이라며 “선생님 덕분에 수십 년간 가족들과 울고 웃으며 ‘전국노래자랑’이란 좋은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고인의 빈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방송인 신동엽을 비롯해 박지원 하이브 대표, 황교안 전 국무총리,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 가수 이찬원, 가수 딘딘, 이현도. 개그우먼 김숙, ‘세상에 이런 일이’ MC 임성훈, 이순재, 이미자 등이 방문해 고인을 추모했다. 이날 오후 낮에는 트롯가수 박상철, 이박사, 태진아,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 이종찬 전 국정원장, 정순균 강남구청장, 가수 김국환, 문희옥, 최재형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 등이 조문했다.

한편 고인은 지난 8일 오전 자택에서 향년 9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의 영결식은 10일 오전 4시 30분 개그맨 김학래의 사회로 열리며, 발인은 그날 오전 5시에 엄수된다.

(사진=김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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