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주택시장 침체기 대비 부동산정책 바꿔야

  • 등록 2021-12-24 오후 11:06:04

    수정 2021-12-24 오후 11:06:04

[신성환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전 한국금융연구원장]이명박 정부 말기에 주택시장의 가장 큰 숙제는 실물경제 악화에 따른 주택가격 하락이 대규모 주택 매도를 유발하고 이것이 다시 실물경제 악화 및 주택가격을 하락시키는 악순환이 일어나지 않도록 어떻게 주택에 대한 투자 수요를 창출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반대로 주택에 대한 투자자들, 즉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들은 탐욕스런 투기자로 낙인찍혀 주택시장에서 내쫓기고 있다. 실로 격세지감을 느낄만한 변화이다.

주택시장은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호황기와 침체기의 사이클을 그린다. 국내 주택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급격한 경제회복 영향으로 2001년부터 2003년 동안 주택가격이 급등하는 호황기를 거쳐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까지 평균 이상의 가격 상승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2009년부터 침체기가 시작되어 2013년까지 이어진 후 2014년부터 비교적 안정적 모습을 보이다 2018년부터 다시 주택가격이 급등하는 호황기를 거치고 있다.

주택시장이 호황과 침체의 사이클을 그리는 과정에서 정부의 주택관련 정책도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시행되었는데 이들 정책은 크게 주택공급과 관련한 정책과 주택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센티브에 관련한 정책으로 구분할 수 있다. 주택시장이 지나치게 호황기에 있을 때에는 주택공급을 늘리고 주택 투자자들의 투자 인센티브를 줄이는 형태의 정책이 시행되었고 반대로 침체기에 있을 때에는 주택 공급을 억제하고 투자자들의 투자 인센티브를 늘리는 형태의 정책이 시행되었다. 투자자 인센티브 정책의 수단은 주로 대출규제와 세금이었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의 인센티브 억제책은 투자자들의 신규 주택투자를 억제하는 수준을 넘어서 투자자들이 정부의 과거 정책에 따라 투자한 주택에 대하여도 징벌적인 수준의 세금을 부과하는 등 투자자들을 주택시장에서 내쫓는 형태로 시행되었다.

금융시장과 마찬가지로 주택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은 나름대로의 순기능을 수행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유동성 공급이다. 투자자들이 존재해야 신규 주택을 사거나 팔려는 실수요자들이 원활하게 주택을 거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유동성이 없는 시장에서는 거래가 힘들기 때문에 한 두건의 거래를 이용해 시장 가격을 조작하기도 쉬워진다. 유동성의 가치는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데, 유동성이 풍부한 주택시장 호황기에는 투자자들이 제공하는 유동성의 가치가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주택시장 버블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실제로 2008년 미국 부동산가격 폭락에 관한 일부 연구에 따르면 당시 주택투자자들의 절반 정도가 투자 목적의 주택매입자였던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주택시장이 과열되었다고 판단되는 경우 투자자의 유동성을 제한하는 정책은 필요하다. 하지만 일관성 없는 과도한 유동성 제한 정책으로 투자자들을 주택시장에서 내쫓아 버리면 이들이 필요한 주택시장 침체기에 곤혹스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경제를 뒤덮었던 유동성 잔치가 점차 막을 내리고 있다. 비록 국내 실물경제가 기업들이 선방해준 덕분에 비교적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는 있으나 늘 그랬듯이 국내 경제는 미달러화의 긴축 움직임에 상당히 영향 받을 가능성이 높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 기간을 거치면서 악화된 정부채무 및 가계부채 문제로 인해 국내 경제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이미 한껏 오를 대로 오른 주식,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은 아주 작은 외부 충격에 의해서도 크게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 모든 것이 주택시장의 호황국면이 지속되기 보다는 주택시장의 사이클이 침체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더 높음을 말해준다. 주택시장의 규모는 국내 주식시장 규모의 두 배가 넘는 5000조원을 상회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주택은 모든 국민들의 삶과 직접 관련되어 있다. 과열된 주택시장의 연착륙을 위한 정책 및 규제합리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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