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D와 예술을 덧붙이다'..'新건축 패러다임' 권현철 건축가

'도시건축비엔날레' 출품작 '일렉트리컬 스킨' '눈길'
국내에선 생소한 3D프린팅 통한 새 건출기술 선보여
"정부의 4차 산업혁명 대응, '건축'에도 관심 가져야"
  • 등록 2017-09-11 오후 2:34:42

    수정 2017-09-11 오후 2:58:04

[글·사진=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중세시대를 연상케 하는 헤어스타일에 검은 뿔테, 검은 정장. 그에게는 영락없는 ‘예술가적’ 체취가 풍겼다. 통상의 건축가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그래서인지 그의 입에선 ‘건축과 예술의 접목’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왔다. 편향된 한국의 ‘4차 산업혁명 대응’ 등 다소 민감한 이야기들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1980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시작돼 37년만에 서울에서 열린 ‘도시건축비엔날레’에 참여한 건축가 권현철(31·사진)씨 이야기다.

그의 출품작 ‘일렉트리컬 스킨’은 건축 패러다임의 변화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아니, 제대로 말하자면 건축의 ‘혁신’에 가깝다. “철근 등으로 만들어진 틀에 시멘트를 붓는 기존의 건축 시스템을 바꾸자는 취집니다. 3D프린터로 건축과 배선, 난방관 등을 한 번에 구현해 내는 게 ‘일렉트리컬 스킨’의 핵
도시건축비엔날레에 출품한 권현철의 ‘일렉트리컬 스킨’
심입니다.” 일반 건축물이 외형 따로, 전기 설비 따로 접근했던 것과 달리 3D프린팅을 통해 이를 한 번에 구현해 내는 건축방식이다.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분야다. 3D프린터야 널리 알려진 지 오래지만, 건축에 이를 결합하려는 시도는 아직 없었다. 그러나 스위스 등 유럽에서는 ‘언젠가는 이뤄질 수밖에 없는 분야’라는 확신 아래 관련 연구에 막대한 투자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 중심에 한국인 건축가 권현철이 있다.

권현철이 처음부터 3D프린터를 이용한 건축에 관심을 뒀던 건 아니다. 3년전 단순 건축학 공부를 위해 영국 런던행 티켓을 끊은 권현철은 런던대 바틀렛 건축대학에서 관련 내용을 처음 접했다. 런던대 석사 연구 대표작인 ‘3D 캔틸레버 의자(Cantilever Chair)’로 권현철은 그해 최고 작품에 주어지는 골드트랙 어워드(Gold Track Award)를 수상했다. 때마침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도 그의 재능을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그는 압도적인 스위스 정부의 행정 ·재정적 지원에 깜짝 놀랐고, 지금도 ‘감사하다’고 말한다.

“돌이켜 보니 스위스가 아니었다면 꿈도 꾸지 못했을 수도 있겠군요. 연구환경이 너무나 좋습니다. 지원이 어마 무지하게 들어오더군요. 하고 싶은 연구를 맘껏 하지만 돈에 대해선 일절 신경 쓰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는 기회가 닿으면 다시 런던으로 향하길 꿈꾼다. “박사과정을 마무리하면 런던에서 실용성에 더해 ‘창의성’ ‘아름다움’ ‘예술’ 등 디자인 면에서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그의 바람은 이번 출품작 ‘일렉트리컬 스킨’에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사실 하나의 건축 입면에 불과하지만, ‘조명이 통합된 자유 곡면’ 이미지를 통해 ‘예술’이라는 옷을 덧붙였다. 그의 내면에 깃든 ‘예술성’을 발현하기 위한 몸부림일 수 있다고 조심스레 추측해 보는 이유다.

일렉트리컬 스킨을 만들고 있는 3D프린터.
권현철은 건축가 후배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싶은 ‘선배’로 남고 싶다고 했다. 기존의 건축학에 얽매이지 말고 더 새로운 걸, 더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그는 설명했다. “조만간 (건축학에서도) 갑작스러운 변화의 움직임이 있을 겁니다. 하이테크놀러지라는 새로운 방향에 두려움을 갖지 말고 ‘아 이런 부분도 있구나’라는 유연한 마음가짐으로 대처해야 하겠죠.”

한국의 건축학계도 조금은 더 ‘진보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봤다. ‘당분간 한국에 돌아올 계획이 없다’는 그의 단언과 맥이 닿는 부분이다. “지속적으로 관련 연구를 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처음에는 흥미였지만 지금은 너무나 재밌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여러 여건상 이 연구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우리 정부의 4차 산업혁명 대응이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컴퓨팅, 사이버 물리 시스템(CPS) 등에만 치우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건축도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주요 분야 중 하나죠. 3D프린팅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으면 합니다.”

인터뷰 내내 그의 3D프린터는 로봇팔을 이용해 또 다른 ‘일렉트리컬 스킨’을 만드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이 작품이 전시된 곳은 종로의 ‘세운상가 세운베이스먼트’다. 첨단을 이야기하는 권철현의 작품이 왜 시장 한복판, 그것도 지하에 있는지 의아했다. “기존 건축가의 장인정신과 (3D프린터라는) 하이테크놀러지가 뭉치면 재밌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새 제조업의 방향을 제시하지 않을까요.” 새로운 건축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일종의 ‘권현철 독트린’처럼 느껴졌다.
●건축가 권현철=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 건축대학 산하 디지털 빌딩 테크놀러지스 연구실의 박사 연구원이자 강사. 주로 3D 프린팅 기술을 중점으로 한 새 건축 기술을 탐구하고 있다. 학내 학술 디자인팀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하다. 런던대 바틀렛 건축대학에서 건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작품들은 독일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 영국 자하 하디드 디자인 갤러리, 오스트리아 막 뮤지엄 비엔나, 캐나다 디자인 익스체인지, 프랑스 Esba Talm 박물관 등에 전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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