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없고 성희롱도 다반사"…건설현장 女노동자들의 외침

여성건설노동자 기자회견, 건설현장 10명 중 1명은 여성
"연애하러 나왔냐" 조롱, 법 보장된 탈의실·화장실 미비
"남성 위주의 기능교육훈련 여성에게도 확대해야"
  • 등록 2019-06-18 오후 3:28:26

    수정 2019-06-18 오후 3:45:25

18일 ‘건설의 날’ 맞아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안전하고 쾌적한 건설현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김보겸 기자)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건설의 날’인 18일을 맞아 여성 건설노동자가 안전한 건설현장을 만들어달라고 촉구했다. 여성노동자들은 △건설 현장에서의 성차별 해소 △편의 시설 확충 등을 요구했다.

성희롱은 일상…화장실 없어 소변 참기도

건설노조에 따르면 건설산업 종사자 중 여성의 비율은 2016년 기준으로 9.5%로, 13만 명에 이른다. 건설현장에서 10명 중 1명이 여성 노동자다. 그러나 현장에서 여성 노동자들은 성희롱과 성차별을 일상으로 겪는다.

이날 발언에 나선 조은채(48) 건설노조 조합원은 “처음 건설현장에 들어갔을 때 남성들로부터 ‘세월 좋아졌다, 여자가 현장에 오다니’ ‘갈 데까지 갔으니까 여기(현장) 왔겠지’ ‘연애하자’ 등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말을 들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화장실 가는 것도, 웃는 것도 조심스럽다. ‘연애하러 나왔냐’ ‘장난치러 왔냐’ 등 비인간적인 대우 받아가며 일해야 할까 싶었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여성노동자들은 건설현장에서 성인지 교육과 성평등 의식 향상교육을 시행할 것을 요구했다. 봉혜영 민주노총 여성위원장은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이 이런 고통을 겪는 건 당연하다는 식의 다수 남성노동자 인식을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5년마다 수립되는 건설노동자 기본계획 수립에 여성의 의견을 반영하고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장실 등 기본적인 생리욕구를 건설 현장에서 충족할 수 없는 점도 지적했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총 공사 금액이 1억원 이상인 건설현장에는 의무적으로 화장실과 탈의실을 설치해야 하지만, 대부분은 남녀공용화장실이다. 이런 이유로 여성 노동자들은 일부러 먼 곳에 떨어진 남녀분리 화장실을 이용하는 등 업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플랜트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고현미(45)씨는 “수백 미터 떨어진 화장실에 다녀오면 30분씩 걸리기 때문에 관리자 눈치 보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이 때문에 물을 적게 마시거나 소변을 참다가 병에 걸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화장실뿐 아니라 탈의실도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대부분 건설현장에 여성 탈의실이 없어 여성노동자들이 종일 일하느라 땀 흘린 작업복을 그대로 입고 퇴근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고 씨는 “건설현장에 편의시설을 마련해야 한다는 건 이미 법으로 정해진 것”이라며 “건설현장 실태조사만 정부가 자세히 해도 100% 개선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능교육훈련 통해 여성노동자도 현장에서 일할 기회 제공해야“

아울러 건설노조는 여성 노동자가 건설현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기능교육훈련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건설현장은 힘을 필요로 하는 작업특성상 남성이 대부분이지만 기능훈련을 통해 여성도 현장에서 일할 기회를 제공한다면 충분히 건설기능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 남성 위주의 기능교육훈련을 여성노동자에게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말부터 여성 건설노동자들이 기능교육훈련을 받기 시작했고, 현재는 35명의 여성들이 교육을 마치고 현장에서 형틀 목수로 일하고 있다.

김미정(49) 건설노조 부지부장은 “올해 3월 여성노동자와 함께 일하는 작업팀장, 반장, 남성노동자가 모인 간담회 자리에서 ‘현장을 이해하는 정도에는 남녀 차이가 없으며, 물리력은 다르지만 여성 노동자도 공정을 대부분 수행한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김 부지부장은 “이들은 ‘처음에는 여성 노동자를 같은 동료로 생각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동료로 잘 지내고 현장에서의 성희롱과 거친 표현도 줄어 들었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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