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5달러대 하락…정유사 횡재세 논의 ‘무색’

15주 만에 손익분기점 수준으로 떨어져
지난해 0달러 땐 수익 절반 이하로 ‘뚝’
휘발유 판매 아닌 정제마진에 수익 의존
정유사 때리기에 친환경 투자 위축 우려
  • 등록 2023-02-23 오후 3:25:02

    수정 2023-02-23 오후 7:47:16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정유사 수익의 바로미터인 정제마진이 최근 5달러대로 하락하면서 정유업계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내 정유사 수익은 해외에서 사 온 원유가격에 정제·가공 후 판매하는 가격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국제 유가에 따라 움직이는 정제마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유사에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논의도 무색해지는 분위기다.

정제마진 배럴당 5.9달러..3주 연속 하락

23일 업계에 따르면 2월 셋째 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전주(7.2달러)보다 1.3달러 내린 배럴당 5.9달러를 기록 중이다. 정제마진은 1월 넷째 주 13.5달러를 기록한 뒤 3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 특히 정제마진이 5달러대까지 내려온 것은 지난해 11월 첫째 주 4.6달러를 기록한 뒤 15주 만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정제마진은 원유를 정제해 나온 휘발유·경유 등 다양한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운임·동력비 등을 제외한 이익을 말한다. 통상 정유사들의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로 알려졌다. 여기서 더 떨어지면 수익이 악화한다는 뜻이다. 일례로 지난해 9월 정제마진이 0 달러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의 가격이 원유 가격보다도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영향으로 지난해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 12조원을 기록했던 국내 정유 4사(SK에너지·에쓰오일·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의 3분기 영업이익은 2조3529억원으로 전분기(6조9688억원) 대비 3분의 1토막 났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수요 약화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하락한 탓이다.

최근 정제마진이 하락한 이유도 이와 유사하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실장은 “국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하락하며 정제마진도 동반 하락했다”며 “동절기 난방시즌이 끝나 수요가 떨어지면서 국제 유가가 하락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등으로 일시적으로 급등했던 유가가 정상화되는 측면도 있다. 조 실장은 “지난해에는 전쟁 여파로 기름 수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동절기 난방 수요가 몰려 가스 가격을 올리다 보니 대체재로 경유에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올랐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상과 달리 올겨울 유럽 지역 날씨가 따뜻해 가스 수요가 크게 늘지 않아 가격이 내려갔고 덩달아 올랐던 경유 가격도 최근 하락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정제마진 횡보·하락 가능성

업계에서는 이달 유럽연합(EU)에서 러시아산 석유제품 가격 상한제를 도입한 이후 석유 수급이 제한돼 유가가 상승할 것으로 봤으나 예상 밖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석유제품 수요가 줄고, 유가와 함께 정제마진도 횡보하거나 추가 하락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정유사 실적 악화가 예상되자 횡재세 도입을 주장할 근거가 빈약해지는 모양새다. 최근 정치권에서 불거진 횡재세 논의는 지난해 고유가로 인한 정유사들의 사상 최대 실적과 난방비 부담 상승으로 촉발됐다. 기업의 이윤을 환수해 에너지 지원금 재원을 마련하자는 논리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제마진이 하락하는 현 상황처럼 정유사 실적이 국내 주유소 대상 휘발유 공급가에 좌우되는 것이 아닌 외부 요인에 따른 변동성이 더 크다고 지적한다. 일각에서 이미 횡재세가 도입된 일부 국가의 사례를 언급하나, 원유 시추와 개발·정제를 모두 자체적으로 하며 고유가에 따른 이익이 큰 해외 업체와 기름이 나지 않는 국내 정유사 상황을 직접 비교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지금처럼 정제마진 하락에 따라 정유사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어떠한 지원 논의를 할지 의문”이라며 “외부 요인에 따른 일시적 고수익을 횡재로 규제하고 과세하는 것은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 높이고 친환경을 위한 대체에너지 개발에 매진하는 정유사의 투자를 위축시키는 포퓰리즘식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에쓰오일 울산공장 전경.(사진=에쓰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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