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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살인' 인정에도, 양부 형량 낮아"…정인이 1심 일단락(종합)

법원, 정인양 양모 무기징역·양부 징역 5년 선고
“미필적 고의 의한 살인 인정…엄한 처벌 불가피”
시민들 “양형 아쉬워…왜 감형됐는지 알 수 없어”
  • 등록 2021-05-14 오후 4:51:27

    수정 2021-05-14 오후 4:51:27

[이데일리 박순엽 이상원 기자] 지난해 입양 이후 지속적인 학대로 생후 16개월 여아 정인(입양 전 본명)양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진 양어머니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양어머니 측은 사건 당시 아이가 숨질 것을 알지 못했다며 살인 혐의를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정인양 신체에 남은 골절·상처 흔적과 전문가 증언 등을 토대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양부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면서 법원 앞에 모인 시민들은 선고 직후 재판부가 양어머니에 대한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는 점을 반기면서도, 검찰의 구형대로 양어머니에게 사형이 선고되지 않았고 아내의 학대를 눈감은 양아버지에 대한 처벌도 너무 약하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14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양부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이상원 기자)
재판부 “양모, 정인양 복부 발로 밟은 것으로 보여”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이상주)는 14일 살인,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아동유기·방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양어머니 장모(35)씨에게 무기징역을, 아동유기·방임, 아동학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양아버지 안모(38)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정인양은 췌장 손상, 장간막 파열 등 복부 손상으로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장씨 측은 그동안의 공판에서 ‘장씨가 정인양을 들어 올려 흔들다가 떨어뜨렸다’, ‘정인양을 병원에 데려가던 중 심폐소생술(CPR)을 하다가 췌장이 절단되거나 장간막이 파열됐을 가능성이 있다’ 등의 주장을 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재연 실험과 전문가 소견을 토대로 이러한 주장엔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아의 복강 내에서 간의 용적비율이 높아 추락 시 간이 제일 먼저 손상을 받고, CPR을 했다면 심장과 위치가 더 가까운 간도 파열됐어야 하지만, (정인양의) 간에는 손상이 없다”고 해당 주장을 부정했다.

재판부는 “췌장 절단과 장간막 파열이 발생하려면 강한 외력이 필요한데, 다른 둔기 등으로 복부를 가격했다면 복부에 멍이 관찰돼야 한다”면서 “정인양 복부엔 멍이 없는 점을 미뤄볼 때 ‘복부와 조직이 같은’ 손이나 발 등 신체 부위로 복부에 둔력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씨가 가슴 성형수술 후유증으로 손을 사용하기 불편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장씨는 정인양의 복부를 발로 밟은 것으로 보인다”며 “장간막 네 곳이 찢어지는 등 다발성 손상이 관찰되고, 다른 장기가 파열되지 않은 점 등을 비춰보면 피해자가 누워있는 상태에서 밟은 것”이라고 판시했다.

입양한 생후 16개월 된 딸을 학대치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양모 장모씨가 지난해 11월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인정…“인간 존엄 짓밟아”

아울러 재판부는 쟁점이던 ‘살인의 고의성’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 도망치거나 스스로 방어하기 어려운 상태였다”며 “장씨는 정상적인 건강 상태가 아닌 아이의 복부를 발로 강하게 2회 이상 밟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처럼 강한 충격을 반복해 가하면 장기에 손상이 발생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건 일반인도 예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복부 부위엔 생명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장기들이 있어 피해자 복부를 발로 강하게 밟으면 사망이라는 결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인식했거나 예견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장씨가 정인양을 살해할 확정적 고의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살인의 미필적 고의는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부검 결과 정인양 신체엔 골절 등이 발생한 흔적이 남아 있었는데, 재판부는 해당 부위를 가격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 장씨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해당 골절 등은 일상에서 발생하기 어렵고, 강한 외력이 가해지지 않는 이상 넘어지거나 부딪쳐서 골절이 발생하기 어려워 아동학대에 의한 손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안씨에 대해서도 “누구보다도 정인양의 상태를 알기 쉬운 지위에 있었는데도 아내의 학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납득할 수 없는 변명만을 하고 있다”며 “정인양 사망 전날 어린이집 원장이 정인양을 병원에 데려가라고 당부했는데도 거부하면서 피해자를 살릴 마지막 기회조차 막아 버린 점 등을 고려해 엄한 처벌을 내리는 게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을 두고 “반인륜성과 반사회성이 매우 분명히 드러나 있고, 이 때문에 수많은 사람에게 크나큰 충격과 상실감을 줬다”며 “인간이라면 누구나 보장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무참히 짓밟은 범행”이라고 평가했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 10년간 아동 관련기관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이날 불구속 상태이던 안씨는 선고 결과에 따라 법정 구속됐다. 안씨는 “제가 지은 죄에 대해 달게 받겠다. 첫째 (아이)를 위해 항소심을 받기 전까지 상황을 참작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재판부는 구속영장을 그대로 발부했다.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14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한 시민이 정인이 사진을 끌어안은 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민들 양형에 아쉬움…호송차는 시민 피해 나가

법원 앞에 모인 아동학대 방지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은 선고 직후 검찰 구형량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한 데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공혜정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동학대를 살인으로 인정해주신 점은 감사하다”면서도 “양부도 공동정범이라고 생각하는데, 징역 5년만 선고된 점은 아쉽다”고 표현했다.

회원 한소리(41)씨도 “양부에 대한 검사 구형량인 7년 6월의 징역형도 적다고 생각해 무거운 형량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는데, 어디서 감형이 됐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날 양부모를 태운 호송차는 공판을 마친 이후 한 시간쯤 지나서야 시민들이 모인 정문이 아닌 다른 문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장씨는 지난해 6월부터 정인양을 상습 폭행·학대하고, 그해 10월 13일 정인양 복부에 강한 힘을 가해 정인양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안씨는 같은 기간 부인의 방치와 폭행으로 정인양의 몸이 극도로 쇠약해졌다는 걸 알면서도 부인의 기분만을 살피면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 등을 받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 공판에서 여러 증인과 전문가의 증언 등을 토대로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양어머니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또 안씨에겐 징역 7년 6월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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