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개인들…LG화학은 왜 `물적분할` 택했나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결의
배터리부문 신규투자 소요 많고 기업가치 재평가 기대
인적분할대비 투자유치 용이…LG, 자회사 지배력 문제도
  • 등록 2020-09-17 오후 2:03:42

    수정 2020-09-17 오후 5:35:55

△LG화학 연구원들이 오창공장에서 자사 배터리 셀을 보고 있다. (사진=LG화학)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LG화학(051910)의 배터리 사업 분할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이 강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LG화학은 주가는 현재 6%대 폭락하며 64만원대까지 밀려난 상태다.

배터리를 보고 LG화학을 샀는데, 회사가 일방적으로 배터리사업 분할을 결정했다는 게 이유다. 특히 분할비율대로 신주를 배정받는 인적분할이 아닌 회사가 지분 100%를 보유한 물적분할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권가에선 LG화학의 분할이 최소 2~3달은 소요되는데다 물적분할로 100% 자회사가 되면 배터리사업 가치를 온전하게 평가받을 수 있다며 재평가될 것이란 기대감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달 들어 기관들은 LG화학을 4000억원 가량 순매도해 빈축을 사고 있다.

배터리보고 샀는데 석유화학 주주하라고?

LG화학은 17일 오전 이사회에서 LG화학의 배터리사업을 100%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신설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의 100% 자회사가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분할 이후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측은 “IPO는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지만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LG화학은 왜 인적분할이 아닌 물적분할을 택한 것일까.

인적분할시 기존 LG화학 주주는 분할비율대로 신주를 받을 수 있어 반발이 덜하다. 하지만 물적분할은 100% 자회사로 지분법 가치로 반영된다. 실제 배터리사업을 하는 LG에너지솔루션은 별도의 자회사가 되고, 기존 LG화학 주주는 석유화학부문 회사의 주주로 남는 셈이다.

이같은 선택을 한 데는 지주사인 LG(003550)의 자금력과 지배력 문제, 신규자금 유입 규모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인적분할시 분할비율에 따른 주식매수선택권 행사 등 절차가 복잡해 좀 더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 물적분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LG화학 최대주주는 LG로 지분 33.34%를 보유하고 있다. LG 외에 5% 이상 주요주주는 국민연금공단(지분 10.51%·8월말 기준)뿐이다.

만약 인적분할을 택했다면 현재 LG화학과 마찬가지로 LG에너지솔루션은 지주사 LG의 자회사로 편입된다. 이 경우 분할 재상장이 될 뿐 별도 IPO를 통한 신규자금 유입은 불가능하다. 대주주인 LG를 비롯한 제 3자 혹은 주주배정 등의 유상증자가 가능하지만, 지주사의 자회사 지배력 유지(지분 20%이상)를 위해 신규 조달자금이 제한될 수 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하거나 기업공개(IPO)를 통한 대규모 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물적 분할이 효과적인데 배터리 사업을 100% 자회사로 분사함으로써 환경에 따라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도록 운신의 폭을 넓힌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LG화학의 2018~2019년 신규 CAPA 투자규모는 연간 5조8000억원 수준으로 이전 3년(2015~2017년) 1조8000억원에 비해 3배나 늘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존주주 입장에서 인적분할시 장점인 선택적 매매를 통한 LG배터리 지분 직접 보유와 LG에너지솔루션의 빠른 상장에 따른 가치평가 정상화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느끼고 있다”며 “그러나 분할방식에 대한 논쟁은 투자포인트를 잊게 만들고 논점을 흐릴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증권가 호평 쏟아내지만 주가는 폭락세

개인투자자들은 증권가 호평에도 불구하고 배터리가 없는 LG화학은 투자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증권가는 기업가치 재평가라는 보고서를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국내 기관들은 연일 매도세를 보이는 점도 불신을 키우고 있다.

LG화학 주가는 이날 오후 2시 2분 현재 6.11%(4만2000원) 하락한 64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실제 9월 들어 LG화학은 지난 3일 76만800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는데, 기관은 연일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이달 들어 지난 16일까지 기관의 누적 순매도 규모는 3941억원에 달한다. 외국인도 2141억원 순매도했지만, 개인만 6000억원이상 순매수했다.

분할 소식이 전해진 지난 16일 기준 개인은 LG화학을 104억원 순매수하고, 외국인도 294억원 순매수를 보였지만, 기관은 420억원 순매도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배터리기업인 CATL의 시가총액은 16일 기준 77조8000억원이지만, LG화학 시가총액(16일기준)은 48조5000억원에 그친다. 그러나 LG화학이 CATL의 전기차용 2차전지 생산능력과 출하량을 추월한데다 기술적 우위에 있는 만큼 현재 주가는 저평가된 상태라는 분석이다.

대신증권은 현재 LG화학의 시가총액중 38조원가량이 배터리부문 가치이며, 실제 CATL과 동일한 밸류에이션을 적용한다면 배터리부문 가치만 59조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NH투자증권(005940)도, 대신증권(003540)도, 하나금융투자 등도 모두 LG화학 주가하락시 매수기회라고 리포트를 냈지만, 기관은 이날에도 80억원 가량 순매도 중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기금은 현재 180억원, 외국인도 550억원가량 순매수 중이다.

급락한 영향인지 외국인은 지난 14일 이후 나흘째 LG화학을 사고 있고, 프로그램도 전일 210억원 순매수에 이어 이날 590억원에 가까운 순매수를 기록 중이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물적분할에는 통상 2~3개월이 소요되며 IPO는 그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오는 10월 31일 임시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12월 1일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을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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