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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에 암호화폐 채굴장을 뒀던 기업들이 잇따라 다른 국가로 장비를 옮기고 있다. 중국 규제당국이 암호화폐에 대한 강력하고 대대적인 단속을 선언하면서다. 이들 기업은 신규 설비 구축과 높은 관세 등의 적잖은 부담에도 미국, 캐나다 등지로 채굴장을 이전하고 있다.
운임비에 관세까지…“자동차 공장 새로 짓는 것과 같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암호화폐 채굴 기업 비트 디지털은 중국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이 회사는 중국에 있는 2만대 이상의 채굴용 컴퓨터를 다음달 말까지 미국 네브래스카, 조지아, 텍사스 및 캐나다 앨버타 등지로 보내겠다는 계획이다.
만만치 않은 비용을 무릅쓰고 비트 디지털이 미국으로 향하기로 한 것은 중국 정부가 최근 채굴업체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암호화폐 채굴 기업들은 그간 전기료 등 원가 절감을 위해 석탄 생산량이 많은 중국 네이멍구나 수력발전량이 많은 윈난, 쓰촨성 등지에 채굴 공장을 뒀지만, 단속 이후 속속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시키고 있다.
WSJ는 공장 이전 작업에 수백만달러가 들 것이라고 추산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본사를 둔 암호화폐 채굴업체 마라톤 디지털 홀딩스의 프레드 틸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에서 채굴하던 기업들은 상당한 재정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채굴 공장 이전 작업은 미 자동차 제조기업 제너럴모터스(GM)가 기존 공장을 폐쇄하고 다른 국가에 새 공장을 건설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저렴하게 전기 공급해야…美서 새로운 부지 개발 중
문제는 채굴업체들의 재정 부담이 단순히 공장 이전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WSJ은 “한정된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의 경우 현재 10분당 1개를 채굴할 수 있다. 채굴할 수 있는 물량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필요한 컴퓨터 수는 훨씬 더 많이 필요해진다”며 “채굴업체들은 중국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더라도 값싼 전기를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는 새로운 지역을 찾아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등 해외 채굴업체들 외에 중국 채굴업체들도 채굴장을 자국에서 해외로 이전하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이들 기업은 주로 카자흐스탄, 러시아 등으로 컴퓨터를 옮기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