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값은 2천만원?…남편 불륜녀에게 1억을 받아냈다[사랑과전쟁]

통상 상간소송 배상액 5배↑…비법은 '각서'
"다시 만나면 위약금"…세부 산정방식 기재
실제 위약금은 2억…법원 "과다" 절반 감액
  • 등록 2022-10-20 오후 4:13:03

    수정 2022-10-20 오후 4:13:03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배우자와 부정행위를 한 상대방에게 제기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 즉 소위 상간소송의 경우 법원에서 통상 2000만원 안팎의 배상액이 선고된다. 개별 사건에 따라 금액이 일부 변동되지만 배상액이 3000만원을 넘기는 사건은 흔하지 않다.

그런데 한 여성이 남편의 내연녀를 상대로 무려 1억원이 넘는 돈을 합법적으로 받아냈다. 어떤 사연이 있던 걸까.

수도권에 사는 30대 기혼여성 A씨는 올해 초 남편 B씨에게 내연녀가 있다는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애초 이를 부인하던 남편은 신용카드·교통카드 사용 내역 등을 확인한 A씨의 추궁에 결국 “회사 동료인 미혼여성 C씨와 지난 1년간 부적절한 관계였다”고 실토했다.

A씨는 이후 남편에게 전화번호를 받아 C씨에게 연락했다. C씨는 이미 B씨에게 “내연관계가 발각됐다”는 얘기를 들은 상태였다. 가정을 지키고 싶었던 A씨는 C씨에게 “회사를 당장 퇴사하고 수도권 아닌 지방으로 이사를 가달라”고 요구했다. C씨도 “알겠다. 대신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C씨의 퇴사와 이사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결국 A씨는 변호사를 선임하고 상간소송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는 C씨에게 “거짓말에 신물이 난다. 이제 합의는 없다. 상간소송과 별도로 당신 회사에도 진정을 넣을 생각”이라고 경고했다. 다급해진 C씨는 “정말 죄송하다. 원하시면 퇴사 관련해 각서도 써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A씨는 합의금으로 5000만원을 요구했다. C씨는 “현실적으로 구하기 힘든 액수다. 3000만원 정도로 낮춰달라”고 읍소했고 A씨도 이를 받아들였다.

연락·만남·잠자리 1회마다 위약금 지불 명시

두 사람은 며칠 후 변호사를 대동한 채 만나 합의서를 작성했다. 합의서엔 합의금 3000만원에 대한 구체적 합의금 지급 및 C씨 퇴사 일정이 담겼다. 여기에 더해 “C씨가 A씨 남편 B씨에게 연락하거나 만나지 않는다. 또 B씨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서도 안 된다”는 의무조항도 별도로 작성했다. 위반 시엔 B씨와의 성관계, 만남, 연락 각 1회당 구체적 위약금 액수를 지급한다는 약정도 넣었다.

하지만 C씨는 이를 무시하고 합의서 작성 두 달 후부터 다시 B씨를 만나기 시작했다. B씨가 먼저 “아내와 이혼하고 당신과 평생 함께 하겠다”고 연락이 오자 두 사람의 내연관계는 다시 이전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 만남은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A씨에게 발각됐다.

A씨는 다시 남편 B씨에게 스마트폰 등을 받아내 합의서 작성 이후 두 사람 간 애정행각의 내용을 파악했다. B씨와 C씨는 수차례 만나 성관계를 한 상태였다. A씨는 합의서를 토대로 “위약금은 2억원”이라며 C씨에게 지급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결국 A씨는 C씨를 상대로 “약정금 2억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C씨는 “기지급 합의금과 합의서 작성 모두 ‘회사에 알리겠다’는 A씨의 협박에 의한 것”이라며 반소를 제기했다. C씨는 소장에서 “협박에 더해 A씨 때문에 직장을 그만둬 정신적,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며 3000만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남편 요구로 다시 만났지만…“고려사항 아냐”

법정에서도 C씨 측은 애초 A씨와 작성한 합의서 자체가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C씨 측은 “A씨의 협박·강요로 작성한 합의서로서, 내용 자체도 반사회적 법률행위를 규정하고 있다”며 “합의서 작성 이후에 B씨와 만남을 가진 것도 ‘이혼하겠다’며 먼저 연락을 한 B씨의 약속을 믿었기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법원은 C씨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합의서 내용 자체에 대해선 “불륜으로 큰 고통을 받은 A씨로서는 가정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었다”며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위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합의서 작성 시 위협적 분위기가 일부 있었던 점은 인정되지만 위법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결론 냈다.

다만 “상간소송에서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위자료 액수 등을 고려할 경우 약정금 2억 원은 과도하다”며 약정금을 청구액의 절반 수준인 1억 원으로 결정했다. 아울러 C씨의 반소도 기각했다. 법원은 “퇴사를 A씨 강요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먼저 연락한 B씨 귀책사유도 있으나 이를 A씨에 대한 배상에서 고려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C씨가 항소를 포기함에 따라 A씨는 기존 합의금 및 지연이자까지 더해 1억 3000만원이 넘는 금액을 남편 내연녀에게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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