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900억원대 부당 이득’ 신라젠 전·현직 임원 재판 병합

법원, 신라젠 이용한 전 대표·곽병학 전 감사 첫 공판 진행
검찰 "무자본으로 BW 취득해 1980억원 부당이득 얻어"
변호인 "다음 기일에 입장 밝힐 것"…문 대표 재판과 병합
  • 등록 2020-06-03 오후 2:09:26

    수정 2020-06-03 오후 2:09:26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자금 돌리기’ 방식을 이용해 사실상 무자본으로 얻은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1900억원대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 제약·바이오 기업 신라젠(215600) 전(前) 임원들의 첫 재판이 열렸다. 앞으로 이들에 대한 재판은 최근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은상 신라젠 대표이사의 재판과 병합해 진행된다.

이용한 신라젠 전 대표(왼쪽)와 곽병학 전 신라젠 감사가 지난 지난 4월 16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스1)
◇검찰 “자금 돌리기 방식으로 1918억원 부당 이득”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신혁재)는 3일 오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용한 전 신라젠 대표와 곽병학 전 감사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4일 이들을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자기 자본 없이 350억원 상당의 신라젠 신주인수권부 사채(BW)를 취득해 1918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BW는 발행 이후 일정 기간 내 미리 약정된 가격으로 발행 회사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를 일컫는다. 검찰은 이들이 문 대표와 문 대표의 친척 조모씨와 함께 신라젠에 대한 자신들의 지분율을 높이고자 350억원 규모의 BW를 인수한 뒤 신주인수권을 행사하기로 공모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2014년 3월 조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페이퍼컴퍼니 ‘크레스트파트너’는 당시 동부증권으로부터 350억원을 대출받아 이를 문 대표 등에게 빌려줬고, 문 대표 등은 이 돈으로 신라젠 BW를 사들였다. 신라젠은 이틀 뒤 납부된 BW 대금 350억원을 크레스트파트너에 빌려줬고, 크레스트파트너는 같은 날 동부증권에 빌린 돈 350억원을 갚았다. 신라젠은 1년 뒤 350억원의 BW 원금을 문 대표 등에 상환했고, 이 돈은 크레스트파트너로 흘러가 크레스트파트너가 신라젠에 빌린 돈을 갚으면서 자금 거래는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문 대표 등이 2015년 11~12월 1000만주의 신주인수권을 주당 3500원에 행사하며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고 판단했다. 350억원이라는 돈이 한 바퀴 도는 사이 문 대표 등은 자기 자본 없이 신주인수권을 확보했지만, 정작 신라젠에는 자금 조달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이들이 BW를 발행하면서 BW 대금이 다른 회사 인수 등에 사용될 것처럼 주주들을 속였다고도 보고 있다.

아울러 이들은 신약 개발과 관련한 특허권을 지나치게 비싼 값에 사들이게 해 신라젠에 29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는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설립한 회사가 2013년 7월 한 대학 산학협력단으로부터 7000만원에 특허권을 넘겨받았는데, 이 회사는 8일 뒤 이를 신라젠에 30억원을 받고 넘겨줬다”며 “피고인들은 이를 통해 신라젠에 29억 3000만원의 손해를 입혔으며, 이는 배임 혐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문은상 신라젠 대표이사가 지난 4월 27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변호인 “다음 기일에 입장 밝힐 것”…문 대표 공판과 병합

이날 이 전 대표와 곽 전 감사 측은 검찰 측 공소 사실에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변호인들은 “수사 기록 등을 아직 확인하지 못해 피고인들의 입장을 설명하기 어렵다”며 “다음 공판기일에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들의 재판은 최근 기소된 문 대표의 재판과 병합돼 진행된다.

앞서 지난달 29일 문 대표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구속 기소 됐다. 문 대표는 이 전 대표와 곽 전 감사와 같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와 함께 페이퍼컴퍼니 운영자 조씨와 신라젠 창업주 황모씨도 불구속 기소했다.

한편 문 대표 등에 대한 재판은 다음 달 1일 오후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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