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속도조절론 힘받나…미 장단기 금리 역전 심상찮다

미국 국채 10년물-3개월물 금리 역전
닷컴버블·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발생
'위기 경고등'…채권시장에 공포 엄습
구글·MS·메타 등 빅테크 '어닝 쇼크'
"긴축 늦춰야" 월가 일각 속도조절론
  • 등록 2022-10-27 오후 2:37:26

    수정 2022-10-27 오후 9:30:07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을 경고하는 장단기 금리 역전이 심상치 않다. 미래 불확실성 때문에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다는 상식을 깨고 10년물 국채금리가 2년물보다 낮은 기현상이 4개월간 지속하는 와중에 3개월물 금리마저 10년물을 뛰어넘었다.

치솟는 인플레이션 탓에 연방준비제도(Fed)가 공격 긴축에 나서자 침체 공포가 만연하는 게 채권시장에 그대로 나타난 셈이다. 이 때문에 연준이 긴축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힘을 받고 있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10년물-3개월물마저 금리 역전

26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채권시장에서 글로발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006%로 2년물국채금리(4.420%)보다 41bp(1bp=0.01%포인트) 이상 낮은 채 마감했다. 연준 통화정책과 사실상 연동돼 움직이는 2년물 금리는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있다. 단기적으로 볼 때 연준이 기준금리를 더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여기에 반영돼 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이례적인 일이다. 만기가 길수록 예금이자가 높은 게 자연스러운 것과 비슷하다. 미래 경기가 지금보다 좋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 장기금리가 낮아져야 가능한 일이다. 금리 역전이 경기 침체의 전조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특히 채권시장은 기관투자자들이 주를 이루는 만큼 주식에 비해 변수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10년물과 2년물 역전은 7월 초 이후 거의 4개월째다. 그 폭은 높게는 50bp에 육박했다. 닷컴버블이 월가를 덮친 2000년 이후 역전 폭이 가장 크고 기간이 가장 길다. 22년 만에 찾아온 채권시장의 위기 경고등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심지어 2년물보다 만기가 더 짧은 3개월물 국채금리마저 10년물을 넘어섰다. 이날 3개월물 국채금리는 4.025%로 10년물보다 2bp 가까이 높았다. 10년물과 3개월물 금리 역전은 닷컴버블,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등을 제외하면 거의 전례를 찾을 수 없다. LPL 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수석전략가는 “(10년물과 3개월물 금리 역전은) 경기 예측 도구로 매우 강력하다”고 말했다. 월가 일부 인사들은 10년물-2년물보다 10년물-3개월물을 더 유심히 지켜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등에서 일했던 아르투로 에스트레야 이코노미스트는 뉴욕타임스(NYT)에 “1960년대 이후 10년물과 3개월물 금리가 뒤집어진 이후 6~15개월 안에 침체가 시작했다”고 말했다.

침체 우려 키우는 ‘빅테크 쇼크’

채권시장이 보내는 경고는 이미 실물경제에 만연해 있다. 최근 빅테크의 잇단 어닝 쇼크가 대표적이다. 세계적인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는 이날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내놓았다. 올해 3분기 순이익은 43억95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91억9400만달러)과 비교해 반토막 이상 났다. 지난해 4분기 이후 4개 분기 연속 감소세다. 침체 여파에 기업들이 온라인 광고를 줄이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앞서 알파벳(구글 모회사)과 마이크로소프트(MS)도 시장 예상을 밑도는 실적을 공개해 우려를 샀다.

상황이 이렇자 시장 일부에서는 연준이 긴축을 늦춰야 한다는 속도조절론이 비등하다. 연준이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75bp 금리를 인상하는 것(3.00~3.25%→3.75~4.00%)은 기정사실화돼 있다. 다만 12월 FOMC의 경우 기류 변화가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현재 시장은 연준이 12월 금리를 4.25~4.50%로 올릴 확률을 57.3%로 보고 있다. 일주일 전(22.0%)보다 확 높아졌다. 4.50~4.75% 확률(36.6%)보다 높다. 12월에는 자이언트스텝이 아니라 빅스텝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더 많은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날 캐나다 중앙은행(BoC)이 예상보다 긴축 속도를 늦춘 것은 주목할 만하다. BoC는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기준금리인 콜금리(overnight lending rate)를 기존 3.25%에서 3.75%로 50bp 올렸다. 월가 전망치(75bp 인상)보다 작은 폭이다.

BoC는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맞서 7월 100bp를 인상하는 파격을 선보였고 9월에는 75bp 올렸다. 주요국 가운데 금리 인상 속도가 가장 빨랐다. 블룸버그는 “캐나다 경제가 침체에 허덕이면서 금리 인상 속도를 예상 외로 낮췄다”고 전했다. 이날 BoC는 올해와 내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각각 3.3%, 0.9%로 제시했다.

티프 맥클렘 BoC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높은 금리가 성장세에 부담을 주기 시작했다”며 “긴축은 점차 종료 단계로 다가가고 있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AF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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