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70% 확보’ 조건에 소송까지…암초 만난 도심복합사업

증산4 등 7곳 31일 도심복합사업 본지구 지정 예정
다만 강제수용 시 ‘사유지 70% 확보’ 조건 붙어
증산4구역 등 반대 주민들은 법적 대응도 예고
"문제 없다"는 국토부, 전문가들은 "리스크 있다"
  • 등록 2021-12-29 오후 5:12:30

    수정 2021-12-29 오후 9:22:59

[이데일리 김나리 기자] 정부가 도심 내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공들여 추진하고 있는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이 곳곳에서 암초를 만났다. 중앙토지수용위원회가 강제수용을 하기 위해서는 주민 사유지 7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인데 이어 본 지구 지정이 예정된 일부 구역에서는 반대 주민들이 법적 대응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6월 서울 은평구 증산4구역을 방문해 LH 관계자와 함께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토위, 도심복합사업 ‘사유지 70% 확보’ 조건부 동의

29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도심복합사업 지구지정을 위해 진행된 제2차 중앙도시계획위원회(중도위) 및 중앙토지수용위원회(중토위) 심의에서 신길2, 부천원미, 쌍문역서측 등 3개 지구 안건이 조건부로 가결됐다.

여기서 중토위는 사유지 면적 기준 협의보상률을 70% 이상 확보하고 나서 수용재결을 신청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토지보상은 큰 틀에서 보상협의, 수용재결, 이의재결, 행정소송 단계로 진행되는데, 중토위에 수용재결을 신청해 승인을 받아야 보상협의를 하지 못한 토지를 강제수용할 수 있다. 중토위가 사업에 동의하지 않으면 사실상 토지수용이 불가하다. 따라서 국토부는 수용재결을 신청하기 이전 협의보상 과정에서 사유지 70% 이상 보상률을 확보해야 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번에 본 지구로 지정되는 후보지들뿐만 아니라 앞으로 본 지구 지정을 위해 중토위 심의를 받는 다른 지구들에도 계속 비슷한 조건이 설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오는 31일 증산4구역 등 7곳을 첫 본 지구로 지정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도심복합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행법상 도심복합사업 본 지구로 지정되기 위한 주민동의율은 소유주 기준 66.7%(3분의 2), 면적 기준 50%(2분의 1)인데, 지구 내 사유지 면적 70%를 협의보상해야 한다는 추가 조건이 또 생기면서 본 지구로 지정되더라도 토지 수용을 못해 실제 착공이 불가능한 경우가 나올 수 있어서다.

증산4구역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도심복합사업은 토지 면적 기준 동의율을 합산할 때 국공유지를 찬성표로 집계해 민심을 왜곡했는데, 다시 사유지 70% 동의를 받게 돼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사유지 70% 동의를 확보하지 못하면 결국 사업이 진행되지 못하면서 시간만 지체되고 그 피해는 주민들의 몫이 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증산4 비대위는 국토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증산4 비대위 관계자는 “국토부가 정확한 사업 개요나 주민 동의서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사업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반대 사유”라며 “본 지구 지정이 되는 대로 행정소송, 가처분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문제 없다” 입장…전문가는 “리스크 우려”

다만 국토부는 사업에 차질이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통상 중토위에서 조건을 달 때 75%까지 확보하라고 하는데, 이에 비해 70%는 더 낮은 수준”이라며 “나아가 과도한 보상을 요구한다거나 미등기 등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도 인정해주기 때문에 사업에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장관이 중토위원장을 겸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현행법상 토지 수용을 하려면 국토부 장관이 중토위와 협의해 동의를 구해야 하지만 장관이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탓에 그간 협의가 형식에 그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이 “본인이 본인에게 협의 요청을 구하는 이상한 상황”이라며 중토위원장을 국토부 장관이 아닌 자로 임명하도록 하는 토지보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구역 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보유한 매입임대주택이 사유지에 포함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불만도 있다. 해당 주택은 LH 등 공공기관이 소유주이나 면적 집계 시에는 국공유지가 아닌 사유지에 포함된다. 후보지 중 하나인 수유12구역에는 구역 내 사유지로 집계되는 LH 매입임대주택이 145채(4057㎡) 있다.

이와 관련해 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중토위 조건과 반대 주민들의 소송 등은 실제 사업을 지연이나 중단시킬 수 있는 리스크이자 걸림돌”이라며 “이는 국토부가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민간재개발(75%)보다 동의율을 완화했을 때 이미 예견됐던 상황으로,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동의율을 낮춰 사업을 추진하면 필연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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