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조달러 투자한 '일대일로' 손본다"…개도국 부채 급증

중국, 일대일로 계획 수정중-WSJ
중국 해외 부실 대출 5%→60% 늘어
'채무의 함정' 비판 속 개도국과 협상 진행
파리클럽과 협력도…"일대일로 포기 안할 것"
  • 등록 2022-09-27 오후 4:13:52

    수정 2022-09-27 오후 9:49:41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중국이 세계적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2013년부터 시작했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은 무려 일대일로에 1조달러(약 1420조원)를 투입하고도 ‘빚의 덫’(채무의 함정)을 만든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다 개발도상국들이 잇따라 국가부도에 빠지면서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사진=AFP)
중국 해외 부실 대출 5%→60% 급증

중국 정부는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 1조 달러를 투입해온 일대일로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관영 언론조차 일대일로에 대한 미사여구를 줄이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집권한 이듬해인 2013년부터 일대일로를 앞세워 개도국에 막대한 지원을 해왔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149개 국가, 32개 국제기구가 일대일로 협약을 체결했다. 중국은 자금력을 앞세워 돈을 빌려주며 부족한 인프라 개발까지 지원했다. 서방국 주도의 국제기구처럼 조건을 달지도 않았다. 개도국이 중국의 손길을 마다할 수 없던 이유다. 그러나 애초 자금 사정이 좋지 않던 이들 국가가 경제 상황이 더욱 어려워지면서 부채를 갚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7년 스리랑카는 함반토다 항구 건설 과정에서 진 14억 달러의 빚을 갚지 못해 중국항만공사에 99년간의 운영권을 넘긴 바 있다. 스리랑카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주력 관광 산업이 붕괴하며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려 왔고, 결국 올해 5월 공식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다. 잠비아는 루사카에 국제공항을 확장하기 위해 3억 5000만달러의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등 부채를 확대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적 부채가 2010년 19%에서 2020년 120%로 급증했다. 잠비아는 2020년 11월 디폴트를 선언했고, IMF 구제금융 등 국제 지원을 타진하고 있다.

국가부채를 연구해온 세바스찬 혼, 카르멘 라인하트 등 저명 경제학자들은 2010년 5%에 불과했던 중국의 해외 부실 대출액 비율은 현재 60% 수준까지 늘어났다고 보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2년까지 최빈국 74개국이 상환해야 할 채무 규모는 350억달러에 달하는데 이 중 40% 이상이 중국에 갚아야 하는 부채다.

미국 등 서방국은 일대일로를 놓고 ‘채무의 함정’을 만든다고 지적해왔다. 이에 중국은 “완전히 거짓이다. 일대일로는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줬다”고 반박해왔다.

하지만 중국은 현재 돈을 빌려준 국가들이 빚더미에 앉으면서 곤경에 빠진 것이다. WSJ은 중국 내에서조차 일대일로 사업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으며 위험 부담을 줄이려면 국제사회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일대일로(육상 실크로드 및 해상 실크로드) 구상도. KOTRA 제공
중국, 파리클럽과 협력 가능성도

중국 은행들은 이미 기존 대출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는 데 주력하면서 저소득 국가의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대출을 대폭 줄이고 있다.

미국 조지메이슨대 연구기관인 메르카투스 센터의 중웨이펑 선임연구원은 “과거에는 중국이 대출 대상 수혜국에 경제적 이익을 선전했지만 지금은 위험 관리와 국제 협력의 개선을 강조하고 있다”며 “중국이 (일대일로) 방향 수정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강압적 자세를 내려놓고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 채무국과 부채 감면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중국은 디폴트를 선언한 스리랑카는 물론 아프리카 국가인 차드, 에티오피아, 잠비아 등과 부채 감면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은 개도국에 대한 지배적인 대출 기관”이라며 “중국 정부는 어려움에 처한 개도국과 대출 조건 조정이나 재협상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소극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중국은 그동안 참여를 거부해 온 국제적 채무 구조조정 프로젝트인 ‘파리클럽’에 참여하는 것도 협상하고 있다. 파리클럽은 선진국 중심으로 결성된 비공식 그룹으로 저개발국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또한 새로운 프로젝트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아프리카계 은행과 같은 다자간 기구들과 협력하려는 신호도 보내고 있다.

WSJ은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과 관련해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이 사업을 접을 가능성은 없다고 전망했다. 다음 달 16일 열리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시 주석이 3연임을 하고 나면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할 일대일로 무대가 여전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브래드 세서 미국 외교협회의 선임연구원은 “일대일로 사업이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중요성을 지속하려면 중국은 대출에서 벗어나 다른 지원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셜 댓글by LiveRe

많이 본 뉴스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발행인 곽재선 I 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