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24일 총파업…韓 '산업시계' 멈출까 긴장

화물연대, 24일부터 16개 본부서 총파업 돌입
화물연대 소속 많은 시멘트, 레미콘 업계 즉각 타격
유통업계도 물류대란 우려하며 임시차량 마련
철강·화학·자동차 등 파업 장기화땐 생산 멈춰야
  • 등록 2022-11-23 오후 4:46:12

    수정 2022-11-23 오후 9:21:16

[이데일리 함정선 함지현 김범준 기자]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하며 시멘트부터 유통, 철강, 화학, 자동차 등 산업 전반에서 피해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6월 파업 당시를 넘어서는 ‘물류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기업들은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경영 환경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화물연대 파업으로 제품 출고 차질, 생산 라인 중단 등으로 수익이 악화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특히 화물연대의 파업이 장기화할수록 산업계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지난 6월 파업 당시에는 산업계 전반 피해액만 2조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화물연대, 24일부터 총파업…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도 파업 지지

23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에 따르면 이들은 총파업 첫날인 24일 오전 서울·경기, 인천 등 전국 16개 본부에서 동시에 총파업 출정식을 열기로 했다. 정부가 이미 화물연대가 요구한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품목 확대가 불가능하다고 못 박은 만큼 정부와 화물연대가 파업 하루 전 극적 협의에 이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이 40여 일 남은 상황임을 강조하며 지난 6월보다 결집력과 파업 강도를 높이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게다가 철도지하철협의회·철도노조·공항항만운송본부·민주버스본부·항공연대협의회·택시지부·전국물류센터지부 등 공공운수노조 운수부문 조합원들도 추가 화물에 대한 대체 수송을 거부한다며 화물연대 파업에 지지의사를 밝혀 파업 이후 물류대란이 더 심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화물연대 총파업을 하루 앞둔 23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화물차들이 오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화물연대 소속만 1000여대…시멘트·레미콘 “버텨야 이틀”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하며 당장 시멘트·레미콘 업계부터 직접적인 타격이 발생할 전망이다. 시멘트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은 철도를 통해 출하 기지로 이송하고 여기서 시멘트를 운송하기 위한 특수 차량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를 활용해 각 레미콘 공장으로 이동한다. 그런데 전체 BCT 2700대 중 화물연대 소속이 1000여대에 달해 화물연대 파업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어서다.

시멘트 업계에서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버틸 수 있는 시한을 이틀 정도로 보고 있다. 파업이 이틀 이상 이어지면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멘트 사들은 재고 억제를 위해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고 레미콘사들은 원료가 없으므로 생산공장이 멈춰 설 수밖에 없는 것. 실제로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시멘트 사들은 출하량을 평소의 10% 수준으로 낮춰 일 150억원가량의 손실을 기록했었다.

레미콘사들은 수일 만에 전국 공장이 셧다운(생산 중단) 상황에 몰렸다. 당시 업계에서는 전국 레미콘 공장 출하 중단에 따른 하루 평균 손실액을 500억원으로 추정했다.

유통가, 월드컵 대목 앞두고 물류 차질 우려…임시차량 운행 대응

식품·유통업계도 파업 여파가 손해로 이어질 수 있어 긴장 상태다. 화물연대의 무기한 총파업 시작이 예고된 오는 24일은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으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과 우루과이와의 첫 경기를 치르는 날이다.

월드컵 기간 각종 주류와 식음료 소비가 늘어나는 이른바 ‘월드컵 특수’ 대목에서 물류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유통업계는 당장은 이렇다 할 차질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상황이 악화하거나 장기화할 경우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오비맥주는 정규 화물차들이 운송을 중단하고 파업을 하는 경우 미리 확보한 임시차량을 사용해 물류 업무를 이어갈 방침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3월부터 9월까지 이어진 운송사 수양물류 내 화물연대 소속 화물차주들의 운송거부·방해 사태를 거치며 제품 수급 안정화를 위해 다른 2곳의 물류업체와 추가 계약을 맺었다.

유통업계는 화물연대가 지난 과격 시위 때와 달리 임시차량 운행을 대대적으로 막아서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임시차량 운행비용 등이 정기 차량에 비해 2배가량 비싸 기간이 길어질수록 손해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화물연대 총파업을 하루 앞둔 23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인근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에 총파업 현수막을 단 화물차가 주차돼 있다.(사진=연합뉴스)
파업 장기화하면 화학, 철강, 자동차 생산라인 멈춰…산업계 “대비로는 역부족”

철강, 화학, 자동차 등 산업계도 화물연대 파업에 대비해 여러 준비에 나섰지만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생산라인을 멈출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대부분 관련 기업들이 급한 계약 물량은 선출고한 상태이고 필요한 원자재 등을 미리 마련해뒀지만 한계가 있어서다.

지난 6월 파업 당시를 고려하면 파업이 일주일만 지속해도 화학업계의 핵심 시설인 ‘NCC(나프타분해시설)’의 가동이 멈출 수 있고 포스코 등 철강사는 재고를 쌓아둘 곳이 없어 생산라인을 중단해야 할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또 자동차와 타이어 등 업계도 출하 중단과 장기화시 생산라인 중단의 피해를 볼 수 있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 등 타이어 업계는 공장에서 부산항 등 항구로 출하가 멈추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6월 당시 한국타이어가 하루 출하하지 못한 물량만 5만여개로 40피트 컨테이너 70개 물량에 이르렀다.

자동차 업계는 차량 이송뿐만 아니라 부품 운송 등 차질에 따른 피해가 우려된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협력업체에서 실시간으로 부품을 공급받아 조립하는 방식으로 일부 부품만 납품에 문제가 생겨도 전체 생산라인을 가동할 수 없는 구조다.

태풍 ‘힌남노’ 피해 복구에 한창인 포스코는 생산에 대한 차질뿐만 아니라 피해 복구에도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수해 복구에 필요한 부품 운송이나 작업 후 나온 폐기물 처리 등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걱정이다.

이에 따라 산업계는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피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정부와 의사소통을 이어가는 등의 대비를 강화하고 나섰다. 무역협회는 화물연대의 무기한 집단운송거부에 대응해 23일부터 ‘수출물류 비상대책반’ 운영을 개시한다. 정만기 무역협회 부회장을 반장으로 한 비상대책반은 화물연대 동향과 피해상황 모니터링, 피해 신고센터 운영, 대정부 건의 등의 역할을 하며 무역업계의 수출입 피해 최소화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특히 무역협회는 현장 애로와 피해사례 수집을 위해 물류서비스실, 12개 국내지부, 지역 화주물류협의회(울산, 부산, 인천, 광주전남) 등을 비롯해 무역협회의 물류 컨설팅 서비스(RADIS) 27개 협력사 등까지 총동원하기로 했다.

정만기 비상대책반장은 “업계 애로와 피해는 국토부, 산업부, 해수부 등 정부 부처와 실시간 공유하며 공동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며 “화주들이 이번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로 인한 피해와 애로를 비상대책반에 적극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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