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의 신경영 비전] 코로나 백신과 합성생물학

  • 등록 2020-11-27 오후 3:39:18

    수정 2020-11-27 오후 3:39:18

[이상훈 전 두산 사장·물리학 박사]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3차 대유행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낭보가 들려왔다. 독일의 생명공학회사 바이오엔텍이 미국 화이자와 손잡고 개발 중인 코로나 백신이 3상 임상 시험에서 95%의 면역 효과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이어서 미국의 바이오 벤처기업 모더나 역시 개발 중인 코로나 백신이 94.5%의 면역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일반적인 독감 백신의 면역 효과가 50% 내외에 불과한 점을 고려할 때 90% 이상의 효과성을 보이는 코로나 백신이 2개나 개발되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 알레르기 전염병연구소장도 유행병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며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된 2개의 백신은 전통적인 백신 개발 방법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개발되어 또 다른 주목을 받고 있다. 백신을 만드는 일반적인 방법은 화학처리 과정을 통해 바이러스의 독성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독성이 약화된 바이러스를 인체에 주사하면 인체의 면역기능이 바이러스를 퇴치하게 되고 이 과정을 통해 해당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생기는 것이다. 반면에 바이오엔텍과 모더나가 개발한 것은 mRNA라는 생화학 물질이다.

이 물질을 인체에 주입하면 mRNA가 인체의 세포 안에 들어가 인간 세포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단백질 일부를 만들어내게 된다. 인간 세포가 코로나 바이러스 단백질 공장이 되는 셈이다. 이 단백질 공장에서 생산된 코로나 바이러스 단백질을 우리의 면역 기능은 인체에 침입한 외부 물질로 인식하고 퇴치하게 되는데 이 과정을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생기게 된다.

mRNA를 통해 백신을 만드는 과정은 전통적인 백신 개발 방법에 비해 개발 속도나 성공 가능성이 훨씬 뛰어나다.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가공하는 게 아니라 반응기에 화학물질을 넣어 제조하면 되기 때문에 모더나의 경우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 코드가 발표된 뒤 42일 만에 임상시험에 사용할 백신 샘플을 만들 수 있었다. 바이오엔텍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 코드를 분석하여 가능성이 높은 mRNA 후보군 20개를 만들어 테스트한 결과 가장 효과성이 높은 mRNA를 선별해낼 수 있었다. 그만큼 백신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인공적으로 합성한 mRNA를 이용해 인간의 면역 기능이 공격할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기술은 일종의 합성생물학 기술로 개발된 지 10년도 안된 새로운 기술이다. 그동안 실험적으로 암세포를 공격하는 항암 백신 등이 개발된 적은 있지만 한 번도 일반 대중에 대한 사용 승인이 난 적이 없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만 명 이상 발생하는 미국이나 그 두 배에 달하는 유럽에서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mRNA 백신에 대한 긴급 사용 승인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바이오엔텍 화이자 백신에 대해 미국은 6억 회분, 유럽은 3억 회분, 일본은 1억 2천만 회분 등 대규모 선주문이 이루어진 상태이다. 연말 경 mRNA 코로나 백신이 본격적으로 생산되어 전 세계로 유통되고 별다른 부작용 없이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을 잠재우게 되면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다. mRNA 백신, 더 나아가 합성생물학의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다.

합성생물학은 디지털 기술과 생명공학의 융합이다. 유전자 코드나 세포 하나하나를 디지털 정보로 삼아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기술을 통해 자연에 없지만 유용할 수 있는 인공 물질이나 세포단위의 로봇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반도체나 스마트폰과 달리 우리나라는 합성생물학에서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가져온 합성생물학 시대에 어떻게 생존하고 경쟁할지 고민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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