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현장 외면한 재난지원금 사용처 논란

넉넉하지 않아서 아니라 쓰기 어려워 뒤따르는 군말
식당 성격, 주소에 따라 갈리고 PG사 거래는 불가능
시름 덜고자 나눴지만 용처두고 서로 얼굴 붉혀
  • 등록 2021-09-13 오후 4:43:08

    수정 2021-09-13 오후 9:41:48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답변 다시 드릴게요. 또 된다고 하네요.”

배달대행 A사 관계자는 `재난지원금을 배달 결제에 사용할 수 있는지`를 묻자 쉬 답을 주지 못했다. 법인(배달대행회사)을 거쳐 간 카드 단말기로 재난지원금을 소화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차원의 질문에 처음에는 “된다”고 했다 다시 “안 된다”고 했고 끝내 “된다”고 했다. 머쓱해하는 그의 답변을 듣기까지 세 차례 전화를 주고받았다. 업무가 서툴어서가 아니라 “아리송한 면이 많은” 탓이라고 했다.

재난지원금을 옳게 쓰기란 난해한 퍼즐 맞추기에 가깝다. 주문자는 식당이나 카페가 프랜차이즈 가맹점인지 확인해야 한다. 주민등록 주소 관할을 벗어나도 안 된다. 배달은 반드시 대면 결제를 해야 한다.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공돈을 쓰려다가 제 돈을 써야 한다. 망친 기분을 달래려면 자초지종을 들어야 하는데 배달원은 떠난 뒤고 정부와 카드사는 따지기엔 너무 멀다. 가까운 데가 식당인데 좋은 말이 나올 리가 없다.

식당 주인도 할 말이 없다. 평소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은 카드사와 가맹 계약이 아니라 전자지불결제대행(PG)사와 계약을 맺곤 한다. 카드업계에선 “현행법상 불법은 아니고 영세한 온라인거래 전문 업체가 비용을 절감하려고 주로 쓰는 형태”라고 한다. 오프라인 거래가 거의 없는데 굳이 “PG단말기보다 비싼 카드 단말기”를 살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PG 단말기는 재난지원금 사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이다. 계약 당사자가 PG사라 그렇다. 이런 차이를 모르면 식당 주인과 주문자가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다. “식당 리뷰(별점)가 엉망이 됐다”는 게 식당 주인 한숨이다.

이게 다 서로가 무지해서 일어난 일일까. 주문자는 식당이 가맹점인지와 주소가 관할지인지 확인을 게을리 한 게 잘못이고 식당은 카드 가맹계약을 맺지 않은 게 원죄고 배달원도 이런 차이를 따져보고 주문자에게 알리지 않은 데에 책임이 있다는 말인가.

당사자끼리 서로만 탓하기에는 정책의 세밀함이 아쉽다. 예산을 허투루 못 쓰는 점을 이해하라는 항변은 정곡을 빗겨간다. 넉넉히 못 줘서가 아니라 제대로 쓰지 못해 뒤따르는 군말이기 때문이다. 공돈 쓰려다가 서로 의만 상한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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