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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도 취임과 동시에 첫 최저임금 심의를 맞이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객관적 기준 없이 소모적 논쟁과 후폭풍을 발생시키는 최저임금제도 개편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文정부 최저임금 급등에 약자 간 갈등 커져
22일 고용노동부가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부가 최저임금 법 위반 신고를 접수해 처리한 건수는 2233건이다. 신고 처리 건수는 근로자가 직접 사업자를 대상으로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거나 고소·고발해 고용부가 조치를 완료한 수치다.
박근혜 정부에서 결정한 최저임금이 마지막으로 적용된 2017년 신고 사건 처리 건수는 1926건 수준이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이 급등하면서 위반 신고 사례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에 신고 사건 처리 건수도 △2018년 2425건 △2019년 2840건 △2020년 2901건 등 매년 늘었다.
특히 사업자와 근로자의 갈등 양상은 5인 미만 사업장 등 소상공인에 집중됐다. 2020년 5인 미만 사업장의 신고 처리 건수는 1264건으로 전체 신고 처리 건수(2901건)의 43%를 차지했다. 5~50인 미만 사업장도 816건(28%)으로,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의 갈등만 71%에 달한다. 2019년에도 5인 미만 사업장 신고 처리 건수(1284건)가 제일 큰 비중을 차지했고, 5~50인 미만 사업장도 892건에 달한다.
저임금 일자리 증발에야 줄어든 최저임금 갈등
문제는 지난해엔 신고 사건 처리 건수가 갑자기 급감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신고 사건 처리 건수인 2233건은 2020년(2901건)보다 668건 줄어든 수치다. 전문가들은 2.9%(2019년), 1.5%(2020년)로 두 해 연속 낮은 수준의 인상률의 영향과 함께 코로나19로 실제 최저임금 영향권에 있는 저임금 근로자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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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해 직원을 둔 자영업자는 크게 줄고,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크게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를 더한 비임금근로자는 지난해 같은 때보다 2만9000명 줄어든 661만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6만1000명 줄어든 130만1000명으로 조사돼 1990년 이후 최소치를 기록했다.
반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5만6000명 늘어 424만9000명으로 조사됐다. 직원을 두고 있던 자영업자가 경영이 어려워지자 인건비 절감을 위해 직원을 내보냈거나 아예 폐업한 사례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즉 아르바이트 등 최저임금 수준의 일자리 자체가 증발하면서 최저임금 분쟁 건수도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결국 자영업자가 무너져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은 아픈 부분”이라며 “특히 이제까지 최저임금 노조가 있는 사업장의 기본급 인상 수단으로 활용됐다면 이제는 영세 소상공인과 저임금 근로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최저임금제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尹정부 첫 최저임금 심의 임박…“제도 개선도 필요”
윤석열 정부도 임기 시작과 동시에 최저임금 결정을 눈앞에 두게 된다. 오는 31일 고용노동부 장관의 심의 요청과 함께 내달 5일 첫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예정되어 있다. 올해 심의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를 호소하는 경영계와 물가 상승으로 인한 임금 인상 필요성을 주장하는 노동계가 치열하게 맞붙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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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전문가들은 윤정부가 장기적 안목으로 최저임금제도 개편에도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최저임금의 업종별·지역별 차등적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또 이미 최저임금위원회 내부에서도 제도 개선을 위한 전문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박지순 원장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객관적 지표를 만들어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정치적 영향력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결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최저임금위원회도 객관적 지표를 해석할 수 있는 전문가와 실제 최저임금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경영계, 노동계로 구성해 실용적으로 운영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