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 해결, 통일부 아닌 법무부가 제격…대통령이 바로잡아야"[인터뷰]

국내 인권조사기록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이영환 대표
尹정부, 文정부보단 낫지만 아쉬워…감성적·민족주의적 접근 끝내야
`핵실험` 풍계리 지역 지하수 위험성 관련 보고서 낼 계획
  • 등록 2022-09-29 오후 3:11:40

    수정 2022-09-29 오후 9:33:17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가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북한인권 정책과 조직, 예산을 더 이상 통일부에 두지 않고 다른 부처나 기관들로 업무를 옮겨야 한다.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구조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인권조사기록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이영환(사진) 대표는 29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보편적 관점에서도 인권문제는 법무부가 관장하는 게 타당하다”며 “가해자들에 대한 책임 추궁과 증거 수집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 있어 법무부와 검찰의 기능·역량에 부합한다”고 이 같이 말했다.

2014년 설립된 이 비영리단체는 북한을 비롯해 로힝야족 등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반인도 범죄를 `지도화`(Mapping·매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700명 넘는 탈북자들을 인터뷰하면서,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으로 사망·실종한 사람들의 시신이 매장된 곳을 지도에 표시하는 작업을 해왔다. 2017년 첫 보고서를 시작으로 2년마다 새로운 보고서를 내고 있다. 현재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한 국가 기금`(NED)의 지원을 받고 활동 중이다.

사람의 기억에 의존해 작업을 완성하는 게 가능할까. 이 대표는 “역설적이게도, 북한에선 이동의 자유가 없다는 것이 기억의 정확성을 높인다. 탈북민 대부분이 태어났거나 직장으로 배치된 곳에서 오래 살았고 주로 걸어다녔기 때문에 마을 지리와 사정에 밝다”며 “재개발이나 재건축도 드물기 때문에 위치 변화도 매우 적다. 수십명이 동일하게 지목한 위치들이 속속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 정부가 여전히 북한에 저자세를 취하며 인권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 등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들이 발생했다.

그는 “탈북어민 강제북송은 국제사회를 경악하게 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북한에 강력 항의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어야 마땅한데 피해자에게 근거없는 ‘월북 프레임’을 씌워 사건을 축소하고 덮으려고 했다”고 일갈했다.

현 정부 들어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임명하고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에 나서는 등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이 대표 생각이다. 다만 그는 “북한인권 관련 정부업무와 예산을 이제 다른 부처들로 옮기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할 때”라고 조언했다.

그는 북한 인권 문제만큼은 통일부가 아닌 법무부가 키를 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부가 관련 증거를 보존하면서, 통일 이후 일어날 수 있는 민·형사상 문제 제기 가능성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인권법 제정 과정에서 통일부와 법무부가 관할 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인 적이 있다. 이 대표는 “통일부 산하 북한인권기록센터와 법무부 산하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통합하고 법무부로 옮기고 강화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한편 `전환기 정의`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개념으로, 정치·사회적으로 체제가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거사 청산`, 즉 진실·정의·배상·재발방지·화해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의미한다. 이 대표는 올해 말에는 풍계리 지역의 지하수를 통한 방사능 오염 가능성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풍계리는 북한이 6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진행한 곳이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가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최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의원연맹(IPCNKR) 총회에 참석했는데.

△신희석 법률분석관이 북한에 반인도범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국제적 수단과 각국 차원에서도 할 수 있는 방법을 발표했다. 특히 김정은과 북한을 상대로 한·미·일 등 각국 법정을 통해 소송한 사례들을 조명했고 어떻게 하면 가해자들에게 국제적·개별적 인권 제재를 가할 수 있을지 설명했다.

-‘매핑’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인권범죄를 규명하려면 ‘어디에서’ 벌어졌는지 밝히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처형 장소와 암매장 등 시체를 처리한 곳과 관계기관들의 위치를 파악하는 작업을 2015년부터 하고 있다. 북한 정권도 언젠가 무너지기 마련인데, 그런 전환기가 시작되는 즉시 수사당국이 현장을 확보해야 할 곳, 증거와 단서를 수집할 곳, 처형이나 강제실종된 사람들의 유해를 발굴할 곳을 위·경도 좌표로 특정해놓는 작업이다. 2017년부터 2년마다 보고서를 내고 있다. 한국어·영어·스페인어로 발간한 2021년 보고서는 국제적으로 370개 넘는 언론이 35개 언어로 보도했다. 현 시점에선 북한 권력자들을 겨냥한 경고이기도 하다. 중하급의 사람들에게는 지시를 회피하거나 어떤 상급자가 무엇을 시켰는지 저마다 기록해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가해자 또는 연루된 사람들의 의식을 깨우고 행동 변화를 유도하려는 목적이다.

-조사는 어떻게 하나

△탈북민들이 공감하고 지지할지가 관건이었는데, 7년간 700명 넘는 탈북민이 참여해주셨다. 친한 분들에게 참여를 권하고 이어주시는 경우도 많다. 북한 내 처형 장소와 장래에 유해를 발굴할 곳을 찾는다고 설명하면, ‘죽어 마땅한 범죄자들 시신을 왜 찾으려고 하느냐’라며 의아해하는 분도 있다. 그러면 우리는 처형된 사람들이 정상적인 재판을 받았거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본다. 주민들을 모아놓고 당국이 낭독한 죄명이 사실대로였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도 여쭤본다. 그러면 곧 생각이 바뀐다. 북한에선 작은 일도 대역죄로 부풀려지거나 출신성분이 나쁘면 덮어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을 금방 떠올리기 때문이다.

-탈북민이 알려주는 위치가 정확한가.

△역설적이게도, 북한에선 이동의 자유가 없다는 것이 기억의 정확성을 높인다. 탈북민 대부분이 태어났거나 직장으로 배치된 곳에서 오래 살았고 주로 걸어다녔기 때문에 마을 지리와 사정에 밝다. 재개발이나 재건축도 드물기 때문에 위치 변화도 매우 적다. 우상화 목적으로 곳곳에 세워놓은 김일성·김정일 동상과 마을 기차역 두 곳 위치만 확인하면, 다른 곳들을 연속적으로 짚을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북한 간부나 기관원들의 집 위치와 사무실 위치를 아는 분들도 상당히 많다. 분석은 각 참여자마다 잘 아는 위치들을 기록해 생성한 700개 넘는 지도 파일을 모두 띄워서 한 번에 겹쳐서 보는 개념인데, 수십명이 동일하게 지목한 위치들이 속속 늘고 있다.

-예산은 어떻게 해결하나.

△2014년 설립 때부터 한국 정부의 민간단체 지원에는 신청하지 않는다. 한국 정부나 특정 정권의 영향이나 통제 시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주로 국제 민주주의와 인권 증진에 부합하는 미국의 민간재단이나 외국 정부 기금을 신청하고 심사를 거쳐 지원받고 있다. 미 의회에서 초당적 합의로 설립한 민간재단인 전미 민주주의기금(NED)이 대표적인 후원기관이다.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보장해준다. 세계 어느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을 존중받는 것도 큰 힘이 된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가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지난 문재인 정부의 북한 인권 정책을 평가하자면

△처음 염려한 수준을 훨씬 초월해 문제가 심각했고 역대 최악이었다. 갖가지 국제법과 헌법, 기존 법률 등 여러 국내법을 왜곡했고, 국제사회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들을 강행했다. 북한의 터무니 없는 요구들을 너무 쉽게 받았고, 인권침해를 직접 저지르거나 공범 같은 행태를 보인 것도 여러 번이었다. ‘전단금지법’을 강행해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정보를 보내주던 SD 카드, USB 등 여러 수단과 전달 경로를 법적으로 봉쇄했다. 전임 정부들에선 북한이 아무리 요구해도 군의 대북확성기는 중단할 수 있지만 민간활동은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을 지켰는데 단번에 뒤집었다. 인권단체들의 비판과 유엔과 여러 서방국들의 잇따른 우려 표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통일부는 탈북민 단체들과 북한인권단체들을 검사하고 판단해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고 겁박했다. 권위주의 정권 같은 ‘관치주의’ 발상이었다. 탈북어민 강제북송은 국제사회를 경악하게 했다. 그 전까지는 한국이 중국처럼 강제북송마저 저지르리라고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북한에 강력 항의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어야 마땅한데 피해자에게 근거 없는 ‘월북 프레임’을 씌워 사건을 축소하고 덮으려고 했다.

-윤석열 정부에겐 기대가 있나.

△전 정부보다 훨씬 낫다. 대통령 취임식에 최초로 탈북귀환 국군용사 세 분을 모셔 미귀환 국군포로 문제를 상기할 수 있게 했다. 외교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임명했다. 문 정부 내내 비밀로 감춰 비판받던 북한인권 실태보고서를 올해 말 공개보고서로 내겠다고 통일부가 최근 밝혔다. 물론 아쉽고 더 기다려 보려는 것들도 많다. 근본적으로 윤석열 정부에서는 더 이상 북한인권문제를 남북한 간 또는 민족 내부 문제라거나 분단으로 인한 아픔이라는 식의 감상적이고 민족주의적인 접근을 끝내고, 분명한 국제문제로 규정하고 국제적 공조에서 적극적이고 주도적이며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다.

-현 정부가 북한 인권 정책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특히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근본적이고 구조적으로 바로 잡아주길 바라는 것이 있다. 보편적 관점에서도 인권문제는 법무부가 관장하는 것이 타당하다. 국제법 등 국제보편규범과 법리를 근거로 따질 사안과 구체적 사건들이 대부분이고, 특히 북한 정권이 저질러온 인권 문제를 유엔 등 국제사회가 국제적 반인도범죄로 보고 가해자들에 대한 책임 추궁과 증거 수집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 있어 법무부와 검찰의 기능과 역량에 부합한다. 북한인권 관련 부서와 업무를 법무부로 통합·일원화하는 것이 시급한데, 통일부 산하 북한인권기록센터와 법무부 산하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통합하고 법무부로 옮기고 강화하는 것이 옳다.

북한인권법상 통일부 산하로 되어 있는 북한인권재단은 출범할 수 있게 되더라도 빠른 시점에 국무총리실 산하로 옮겨지길 바란다. 북한인권재단은 민간단체들을 지원하고 협력하면서 조사, 연구, 대국민 인식 증진과 홍보 등에 주력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북한이 트집거리 삼을 통일부보다 국무총리실 산하로 옮기는 것이 현명하다. 다만 국제공조를 강화할 필요가 있고 한국의 적극적 역할 의지와 실행을 대외적으로도 알려 더욱 지지받기 위해서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는 외교부가 맡는 게 합당하다고 본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가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북한은 인권 문제를 체제 전복 시도로 연결하기 때문에 해결이 쉽지 않다.

△동서고금으로 모든 독재국가와 권위주의 정권들도 북한과 같은 주장을 했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네이밍`과 `셰이밍`(이름 불러 창피를 주기)을 받지 않고서 인권상황을 개선한 나라는 없다. 인권단체들이 북한에 대한 감시와 비판, 압력을 높이는 것을 북한의 반응을 지레 걱정해 자제시키거나 통제하려고 하는 것이 역대 한국 정부의 가장 어리석은 모습이었다. 현명한 정부라면 비판과 압력을 높이는 시민단체들의 노력을 고맙게 생각하고 북한과의 회담이나 협상에서 지렛대로 잘 활용해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는 독재 국가와 협상하면 필패한다’는 통설이 있다. 국민의 귀와 입을 봉쇄한 독재 정권은 협상장에서 최고권력자의 허락이 없으면 안 된다고 양보 없이 버티는 반면, 국내 여론의 눈초리에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을 두려워해 양보하는 쪽은 민주주의 정부라는 관찰에서 나온다. 그러나 아닌 경우도 있다. 언론과 국민이 표를 몽둥이처럼 들고 지켜보는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한국은 북한에 누누이 강조할 필요가 있다. 가령 ‘이렇게는 우리 국민들과 언론들을 납득시킬 수 없다’는 말을 북한에 대해 매번 해주길 바란다.

-올해 계획은.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예견되는데, 2006년부터 6차례의 핵 실험을 벌인 풍계리 지역과 일대에 관한 조사하고 관련 자료를 모아 내년 초까지 특별보고서를 내려고 한다. 이 일대의 지하수를 통한 방사능 오염 확산 가능성과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범위, 인구 규모에 주목해왔다. 피폭인지 아닌지 원인도 병명도 모르고 피해를 입고 있는 북한주민 규모가 상당히 클 수 있다. 북한이 2008년 유엔에 제출한 인구센서스 자료를 기준으로 삼으면 풍계리 핵실험장 40㎞ 반경 인구가 73만명이나 된다. 이 지역 주민들의 신체적 영향, 지역과 근해의 농수산물에 미치는 영향, 지역 특산물의 공식 또는 밀수출입 경로 등까지 파악하고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 북한 주민들의 피폭과 지하수 등을 통한 환경과 보건 측면의 위험을 부각시키고 국제적 역학조사 요구도 거세져야 한다. 핵 문제와 인권 문제는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강조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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