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구구식 레고랜드 조성…곳곳서 이상한 계약

지급보증 대출규모 10배 가까이 느는데 도의회 의결 패싱
대출약정 1년만에 금리 1.7%포인트 인상 '과도' 지적
공시지가의 절반 수준에 토지 팔아…헐값 매각 논란
"쌓인 부실…언젠간 터질 수밖에 없어"
  • 등록 2022-10-27 오후 2:54:11

    수정 2022-10-27 오후 2:55:05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 가운데 레고랜드 조성 과정에서 이뤄진 주먹구구식 행정처리와 일방적인 계약에 다시 이목이 쏠리고 있다.

레고랜드 조성을 위해 설립한 중도개발공사의 토지거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액 상향, 금리인상안 수용 등 일부 이해할 수 없는 계약이 체결됐고 이 중 일부는 도의회 의결 등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절차상 문제점에 대한 감사원 지적도 있었지만 시정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강원도의 지급보증 이행이 늦어지면서 금융시장에 충격파가 커졌지만, 11년간 여러 개의 단추가 잘못 채워지면서 쌓인 부실이 언젠가는 터졌을 것이란 분석이다.

◇ 재정부담 수반하는 보증확대 도의회 의결 패싱


26일 강원도와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2014년 레고랜드 조성사업을 위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당초 210억원에서 2050억원으로 확대하는 안이 강원도의회 의결 없이 이뤄졌다.

처음 210억원을 대출했던 2013년 9월에는 도의회로부터 지급보증에 대한 동의를 받았다. 하지만 대출 규모를 10배 가까이 확대하는 안에 대해서는 의회 보고도, 의결도 없었다.

강원도측은 2013년 9월 레고코리아 개발 협약 체결 동의안이 강원도 의회에서 의결됐고, 동의안에 포괄적으로 대출에 관한 승인이 이뤄졌기 때문에 의회 의결이 필요하지 않다는 법률자문을 받았고, 이에 따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감사원의 판단은 달랐다. 감사원은 2015년 지방자치단체 재정운영 실태 조사를 통해 “지방재정법상 강원도는 채무보증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도의회 의결을 다시 얻어야 한다”며 “사업성이 악화될 경우 강원도 재정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방재정법에 따르면 지자체로부터 채무를 보증받는 채무의 규모 등 계약의 중요부분 변경을 승인하려면 미리 지방의회의 의결을 얻어야 한다. 대출금리 인상이나 대출금액 증가 등은 주채무의 확대로 이어지는 만큼 계약의 중요부분에 해당한다는 것이 감사원 판단이었다.

1년 만에 1.7%포인트 오른 대출금리

1년 만에 대출금리가 대폭 오른 점에 대한 문제 제기도 상당했다. 레고랜드 조성을 위한 최초 대출은 한국투자증권 주관으로 이뤄졌고 지난 2020년 10월 BNK투자증권으로 변경됐다. 한국투자증권 대출금리는 3.5%였지만 BNK투자증권으로 바뀌면서 3.1%로 낮아져 당시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은 없었다. 강원도는 당시 금리조정으로 연간 8억2000만원의 이자를 절감하게 됐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3.1%의 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던 1년이 지나자 4.8%로 대폭 올랐다. 제로금리 기조를 이어오던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반영해 2021년 8월 금리를 한차례 올리긴 했지만, 0.25%포인트 인상하는데 그쳤고 그때만 해도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시기는 아니었는데 1년 만에 1.7%포인트 올린 것은 과도하다는 평가였다

도의회에서 금리 오른 부분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기도 했다. 조형연 도의원은 “기준금리가 올라가서 시중은행이 금리를 올리고 있긴 하지만 3.1%에서 5% 가까이로 올리는 것은 너무 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병헌 도의원 역시 “1년 대출이자만 100억원 정도 되는데 다 도민들의 세금”이라며 “지지하게 끌고 갈 것이 아니라 빨리 용단을 내려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강원도 측은 실제 금리가 더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안권용 당시 글로벌투자통상국장은 도의원들의 질문에 “BNK투자증권과의 계약은 수수료 없이 중도상환이 가능해 이를 감안했을때 실질적으로 이자가 4%대보다 낮다”며 “더 빨리 갚게 되면 3%대까지 낮아진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춘천시와 협의과정이나 행정절차 문제로 토지매각 대금 잔금 납입일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중도상환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았다.

공시가 절반에 넘긴 토지

강원중도개발의 토지매각에 대해서도 의혹이 일고 있다. 하석균 도의원에 따르면 강원중도개발이 올해 3월7일 19개의 토지를 매각할때 공시지가의 절반 수준에 매매가 이뤄졌다. 19개 토지의 올해 1월 공시지가를 합산하면 105억4400만원인데, 이 토지를 59억7000만원에 판 것이다.

또 지난 5월 상가시설 6만7600㎡를 두 회사에 각각 3.3㎡당 406만원에 팔았는데 이들 회사가 이 토지를 춘천과 서울에서 매각가의 10배가 넘는 3.3㎡당 5000만원에 분양한다고 공고하면서 애초에 너무 헐값에 넘긴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게다가 이 두 회사의 자본금은 각각 1억원, 1000만원에 불과했고 두 회사 대표가 동일인이라 특혜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반면 강원도와 중도개발공사 간 토지거래는 일방적으로 강원도에 불리하게 이뤄졌다. 강원국제전시컨벤선센터를 세우려 했던 중도 내 토지를 지난 2019년 중도개발공사가 강원도로부터 105억원에 사들였다가 2년 만인 2021년에 다시 강원도에게 476억7000만원에 매각한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강원도가 중도개발공사에 372억원을 지원해준 셈이다. 당시 강원도는 주위 기반시설이 갖춰진 만큼 땅값도 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를 감안해도 2년 새 3배 이상 상승은 과도하다는 평가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불리한 토지거래는 또 있다. 2018년 STX건설에 레고랜드 테마파크 공사를 맡겼다가 영국 멀린사가 직접 테마파크를 짓기로 하면서 재입찰을 통해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에 STX건설이 반발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자 STX건설에 주변 기반공사를 맡기기로 하고 레고랜드 인근 부지 5만8688㎡를 326억원에 넘기기로 했다. 이 부지의 용도는 휴양리조트 사업부지로 감정평가액 406억원이었지만 이보다 낮은 가격에 판 것이다. 매각 계약도 3년 거치, 7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STX건설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에 체결했지만 매각 계약금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당시 신영재 도의원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계약”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레고랜드 PF 사태는 금융계약 측면에서만 조명이 되고 있는데 조성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계약이 많이 이뤄졌다”며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가 시작해 3연임 하는 동안 레고랜드 PF 부실도 계속 누적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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