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의 창과 방패]"소설 쓰시네" 누가 소설을 쓰고 있을까?

  • 등록 2020-09-10 오후 3:10:01

    수정 2020-09-11 오후 1:04:51

[임병식 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 소설을 ‘허구(꾸며낸 이야기)’라고 하는 건 절반만 맞다. 사실을 기반으로 한 소설도 있고, 있을 법한 이야기가 소설로 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추미애 장관이 “소설 쓰시네”라고한건 터무니없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뜬금없는 ‘소설’ 한 편이 정치권을 흔들고 있다. 여당은 “무리한 정치공세”라며 엄호에 나섰고, 야당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공격하고 있다. 이 바람에 민주당 이낙연 대표 연설을 계기로 모처럼 형성됐던 ‘협치’ 분위기는 다시 실종됐다.

이 사건은 사실 단순하다. 첫째, 추 장관 아들이 적법한 절차를 밟아 휴가를 연장했는지. 둘째, 휴가를 연장하는 과정에서 외압은 없었는 지다. 야당은 추 장관 아들 서씨가 규정을 어긴 채 휴가를 연장했고, 추미애 당시 민주당 대표 보좌관이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자대 배치, 통역병 선발 청탁 의혹까지 더해진다. 군 관계자 말대로라면 ‘엄마 찬스’가 군 생활 동안 계속된 게 아니냐는 불공정 논란으로 확대될 소지가 충분하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 보면 서씨에게 불리하다. 우선, 당시 지휘계통에 있었던 전직 B대령의 증언이 구체적이다. 그는 “청탁이 들어와 통역병을 ‘제비뽑기’로 선발했고, 자대 배치를 청탁한 서씨 가족들에게는 ‘청탁하지 말라’는 교육까지 했다”고 했다. 하지만 통역병 청탁은 서로 주장이 엇갈린다. 자대 배치 청탁 또한 공개적인 자리에서 부대장이 부모들에게 당부하는 것에 불과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모호하다.

이런 가운데 휴가 연장 논란과 관련 미 복귀 당시 서씨와 통화했다는 당직 사병은 국회에서 증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서씨 변호인은 “카튜사는 주한미군 규정이 우선 적용된다”며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주한미군 규정에 따르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카튜사도 한국군이기에 휴가는 한국 육군 규정을 따른다”고 반박했다. 결국 카튜사가 갖는 특수한 위치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느 규정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해석은 달라진다.

서씨는 2017년 6월 5~14일(1차), 15~23일(2차) 병가와 24~27일 정기 휴가까지 23일을 사용했다. 한국군 규정에 따르면 서씨는 1차 병가 후 복귀해야 한다. 이후 추가 병가가 필요하면 군병원 요양심사위원회 심의에서 ‘제한적 사유(중환자, 병세 악화)’ 판정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심의는 열리지 않았고 제한적 사유 또한 아니라는 게 야당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서씨는 부대 복귀 없이 전화로 2차 병가를 신청했고, 추 장관 보좌관 외압 논란까지 불거졌다.

추 장관은 선택적으로 침묵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지금까지는 보좌관이 부대 장교에게 전화했다는 의혹을 부인해 왔다. 그러나 보좌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는 부대 장교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궁지에 몰렸다. 추 장관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침묵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불리할 때만 침묵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병역 문제는 교육과 함께 휘발성이 높은 사안이다. 조국 사태 당시 청년 세대가 분노했던 것도 불공정 때문이었다.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라면 병가를 사용한 게 무슨 문제인가 싶다. 전화로 휴가를 연장하고, 어떤 규정을 적용하느냐는 본질이 아니다.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실제 치료를 받았느냐를 따지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하더라도 야당 주장을 정치공세로만 일축해서는 안 된다. 서씨 문제는 동료 병사들 제보로 시작됐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또래들 눈에는 불공정으로 보인 것이다. 8개월 동안 질질 끈 검찰 수사 또한 불필요한 정치 공세 빌미를 제공했다.

여권은 ‘공정성’과 ‘내로남불’ 단계에 들어선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청년세대가 이 문제에 왜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주목하지 않는다면 오만함으로 비치기 쉽다. 보수언론과 여권은 본질을 흐리는 주장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서씨를 공격하기 위해 제시한 ‘17분 늦어 실형’이란 사례는 견강부회에 가깝다. 또 “국민의힘에는 군대를 안 다녀온 분이 많아서 그런다(김남국)”는 발언도 유치하긴 마찬가지다.

추 장관은 대검이 특별수사팀 구성을 건의하면 수용을 고민해야 한다. 자신이 말한 ‘소설’이 허구인지, 아니면 실화인지 가리기 위해서라도 객관적인 위치에 서는 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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