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통알? 정동원 "갑자기 통통한 알새우"[이연호의 신조어 나들이]

'갑통알', '갑자기 통장 보니 알바 해야겠다' 의미...직장인 슬픈 현실 표현
'갑분싸', '갑자기 분위기 싸해지다'…'갑분아(갑자기 분위기 아이스에이지)'도 동의어
'갑분핫(갑자기 분위기 핫)', '갑분발(갑자기 분위기 발산)' 등 파생 표현 무한 생성 중
  • 등록 2023-03-31 오후 3:49:47

    수정 2023-03-31 오후 3:49:47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편집자 주] 언어의 특성 중 역사성이라는 것이 있다. 언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성, 소멸, 변화의 과정을 겪는 것을 가리켜 바로 ‘언어의 역사성’이라고 한다. 언어의 역사성에 기반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신조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매일같이 넘쳐나는 신조어의 세상 속에서 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같은 신조어들이 다양한 정보기술(IT) 매체를 통한 소통에 상대적으로 더욱 자유롭고 친숙한 10~20대들에 의해 주로 만들어지다 보니, 그들과 그 윗세대들 간 언어 단절 현상이 초래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젊은층들은 새로운 언어를 매우 빠른 속도로 만들어 그들만의 전유물로 삼으며 세대 간 의사소통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기성세대들도 상대적으로 더 어린 세대들의 언어를 접하고 익힘으로써 서로 간의 언어 장벽을 없애 결국엔 원활한 의사소통을 꾀하자는 취지에서 연재물 ‘이연호의 신조어 나들이’를 게재한다.

사진=네이버 나우의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 ‘걍나와’ 방송 화면 캡처.
◎다음 < > 속 희재와 영식의 대화에서 (_)에 들어갈 가장 알맞은 말은?

<희재: 다음 주 월요일에 하루 휴가 내고 제주도 가서 놀다 올까?

영식: 제주도는 다음에 가자. 아~ (_)!

희재: 월급 탄 지가 언젠데 벌써? 그래 알았어.>

1)갑통알 2) 갑분싸 3)갑분굿 4)스불재

정답은 1번 ‘갑통알’이다.

신조어 ‘갑통알’은 ‘갑자기 통장을 보니 알바(아르바이트)를 해야 할 것 같다’의 줄임말이다. 통장의 잔액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당장 필요한 생활비나 비상금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누구나 쓸 수 있는 신조어다. 다만 ‘갑통알’이 꼭 알바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은 아니고, 월급을 받아도 카드값, 각종 공과금, 적금, 보험료 등이 자동 이체로 빠져 나가면서 금세 잔고가 바닥나는 평범한 직장인의 슬픈 현실을 표현한 말이다.

가수 정동원은 지난해 12월 네이버 나우(NOW.)의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인 ‘걍나와’에 출연해 MC 강호동이 신조어 퀴즈를 진행하던 중 ‘갑통알’의 의미를 묻자 “갑자기 통통한 알새우?”라고 답해 웃음을 안겼다. 강호동이 폭소를 터트리자 다시 “갑자기 통할 때 알러뷰”라고 했고, 강호동이 ‘통’은 ‘통장’이라며 힌트를 주자 “갑자기 통장 잔고 보고 알러뷰”라고 외쳐 강호동을 자지러지게 했다.

부사 ‘갑자기’가 들어간 신조어 중에서 많이 쓰이는 것으로는 ‘갑분싸’도 있는데, 이는 ‘갑자기 분위기가 싸(늘)해지다’라는 말의 줄임말이다. 누군가 재미없는 농담을 했을 때 그에 대한 반응으로 주로 사용하는 말이다. 지난 2018년 배우 황정민이 네이버 나우 ‘무비 토크’에 출연해 “갑자기 분뇨를 싸지른다”고 해석해 온라인상에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바로 그 표현이다. 같은 말로는 ‘갑분아’도 있는데, 이는 ‘갑자기 분위기 아이스에이지’의 줄임말이다. ‘빙하 시대’를 뜻하는 영단어 ‘아이스 에이지(Ice age)’를 가져와 매우 추운 느낌을 표현했다.

‘갑분싸’가 다양한 상황에서 널리 자주 사용되면서 다양한 파생 신조어들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갑분’에다 다양한 상황을 한 음절로 덧붙여 표현한 것으로, ‘갑분핫(갑자기 분위기 뜨거워짐)’, ‘갑분굿(갑자기 분위기 좋아짐)’, ‘갑분수(갑자기 분위기 수렴)’, ‘갑분발(갑자기 분위기 발산)’, ‘갑분교(갑자기 분위기 교장 선생님)’ 같은 말들이 바로 ‘갑분싸’의 응용 버전들이다. 분위기가 기존 상황에서 갑자기 달라졌을 때 자연스럽게 사용 가능한 표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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