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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예상보다 이자 부담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경우 국가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국회에서 어떤 논의로 금리 예측을 조정한 것인지 알 수 없는 깜깜이식(式) 심의 과정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매년 국고채 이자상환예산 수천억 감액…5년간 3.3조
6일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도 예산안에서 정부가 내년 국고채 이자 지급 용도로 책정한 상환금액 21조4673억원 중 7603억원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감액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매년 국고채 이자상환 예산을 편성할 때 다음 해 금리 상승 가능성에 대비해 평균 유통금리에 가산금리를 반영해 편성금리를 정한다. 정부가 내년도 신규 발행하는 국고채 물량에 적용한 편성금리는 2.6%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가속화와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 등으로 국채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국고채 이자상환 예측치를 낮출 경우 실제 예상보다 이자 부담이 컸을 때 국가신용도를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9월까지 조달금리 평균은 1.72%였다. 국채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며 10월 국고채 평균 조달금리는 연 2.18%로 1월부터 9월까지에 비해 약 46bp 올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상황에서 (이자 예측치를) 무리하게 잡은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대규모로 국채를 발행할 경우 이자율에 따른 부담이 있기 때문에 위아래로 변동할 수 있는 부분을 고려해 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깜깜이’ 예산삭감 계속…“통계적 착시효과만 불러와”
국회가 정부의 시장 예측치를 어떤 논의 끝에 변경한 것인지를 알 수 없는 깜깜이식 심의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국고채 이자는 채권자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는 금액으로, 국회에서 계획 금액을 삭감해도 실제 지급액이 변하는 것이 아니다. 예산에 있는 국고채 이자상환금액은 이자상환 예측치를 변경하는 것에 불과하다.
예산을 편성하는 기재부 입장에선 금리 상승 가능성까지 고려해 조달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편성금리를 기준으로 보수적으로 이자상환 규모를 잡는다. 그런데 국회에서 실제 시장에서의 조달금리와 편성금리의 차이를 어떻게 고려해 예산을 삭감했는지 알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듯 관행적인 예산 깎기가 계속될 경우 통계적인 착시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국채 지급액이 20조원이라면 20조원을 정확히 산정하는 게 맞는데, 더 과장된 금액을 국회에 제공하고 있다”며 “관행적인 삭감으로 경제적 실질은 전혀 변화하지 않고 단순히 국회 감액 규모만 부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