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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올해(1~9월) 집값 상승률 1위 세종시가 불안하다. 지난달 법인이 역대 최대 규모의 세종시 아파트 매물을 쏟아냈다. 법인들이 세종 지역의 아파트들을 대거 매수했다가 세금 폭탄이 떨어지자 한꺼번에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 6·17 부동산대책에서 법인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및 양도소득세를 대폭 강화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8월 세종시에서 법인이 개인에게 매도한 아파트 물량은 902건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치다. 지난 6월에도 법인이 개인에게 매도한 아파트 물량은 258건이다.
통계가 시작된 이래 법인이 세종시 아파트 매물을 사들인 건수는 총 1184건에 이른다. 사실상 보유하고 있는 모든 물량을 처분한 것으로 추정된다.
세종시는 올해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9월14일 기준 세종시 집값은 올 초 대비 36.16% 올랐다. 신규 아파트 분양이나 입주 물량이 많지 않은데다 정치권에서 세종시 천도론까지 언급되며 집값에 불을 지폈다.
반면 대전·청주·천안 등 인근 지역에서의 인구 유입이 계속되면서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이다. 통계청에 의하면 지난해 인구 증가율이 높은 시·도는 세종으로 8.2%를 기록했다. 지난 7월에도 세종의 순이동(전입·전출)은 681명을 기록했다.
법인이 던진 매물 폭탄을 받은 사람들은 주로 30~4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8월 세종시 아파트를 30대가 매입한 건수는 607건, 40대는 612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물량 2110건 중 58%에 해당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근 법인이 내놓는 물건을 영끌한 30대가 받아주는 양상이 돼 안타까움이 있다”고 발언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당시 김 장관은 “임대차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난 다음, 법인과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물건이 시장에 매물로 비싸게 많이 나오는 상황”이라면서 “8월 시장 통계를 보면 갭투자가 줄어들고 법인 등의 물건이 매물로 나오는 등 7월 시장과의 차별점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세종시는 외지인 유입이 많기 때문에 그만큼 투자수요도 많다. 1차적으로 세부담과 규제 강화로 법인 물량이 나온 것”이라면서 “다만 세종시는 신규 물량 자체가 적고 추가 발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오름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급격하게 올랐던 점을 감안해 완만한 상승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