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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경우 기관장은 자신의 축사 시각에 임박해 나타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박 장관은 행사 시작 10여 분 전부터 이미 행사장에 나타났을 뿐 아니라 꽤 큰 규모의 행사장 뒤편까지 수행원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관계자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절호의 기회를 살려 박 장관에게 다가가 질문을 던졌다. 이 경우도 대개의 경우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란 답변이 돌아와야 했지만, 박 장관은 달랐다. 예민한 질문일 수도 있었으나 성심성의껏 답변을 해 줬다. 재미난 광경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이를 본 당시 의사협회 회장이 급히 박 장관에게 다가오더니 “가만히 앉아 계시지 뭐하러 돌아다니시고 그럽니까”라며 핀잔 아닌 핀잔을 줬다. 당시 의협은 문재인 케어를 두고 복지부와 대척점에 서 있던 단체였다. 그러자 박 장관은 당황한 기색 없이 느긋하게 “가만 앉아 있으믄 뭐합니꺼”라며 경상도 사투리로 응대했다. 당시 박 장관의 권위적이지 않고 소탈한 모습이 기억에 남아 있다.
그때마다 논란이 됐다. 더욱이 추 장관이 지난 15일 사진기자의 모습까지 찍어 팔로워(follower)가 6만 명이 넘는 자신의 페북에 공개하며 역공(?)에 나서자 이 같은 그의 행동을 두고 공인(公人) 의식을 외면한 채 언론 공격에만 매몰된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왔다.
그는 이날 그동안 언론에 대해 가졌던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마치 흉악범을 대하듯 앞뒤 안 맞는 질문도 퍼부었다”고 반발했다. 이 발언은 마치 흉악범이면 앞뒤 안 맞는 질문을 퍼부어도 된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취임 후 줄곧 ‘검찰 개혁’을 주창하며 ‘국민의 인권 옹호’를 강조한 추 장관의 그동안 입장과도 모순된다.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지난 15일 자신의 페북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향해 “제발 성질 좀 죽이라”고 일갈했다. 정치인 출신 장관에게 기자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러면서 “1년 내내 죽치는 것도 아니고 정치 이슈가 생겨서 기자가 집 앞에서 대기하는 것은 이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경우도 허다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집 앞 기자들 대기에 불편해 했지만 출근 거부는 하지 않았다”는 말로 추 장관을 비판했다.
김 교수의 말대로 추 장관은 여당 대표까지 지낸 정치인 출신이다. 국회 기자들과 함께 이태원에 있던 자신의 딸 식당까지 가서 200여만 원의 정치자금으로 기자들과 식사도 여러 차례 했다. 모르긴 몰라도 그때는 기자들과 싸우지 않았을 것이다.
기자들을 정말 피하고 싶다면 본인 스스로 논란을 안 만들면 된다. 다른 부처 장관들에 비해 유독 본인에게 기자들이 몰리는 이유를 모르진 않을 것이다. 장관은 논란을 해결하는 사람이지 스스로 논란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