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조절 나선 연준···대출금리 '오른다 VS 내린다' 향방 엇갈려

미 연준 '베이비스텝' 단행···시장 "긴축 완화 재기대"
금리 고점설 '솔솔'···주담대 하루 새 0.03%포인트↓
금융기관 여파로 현금 선호 현상 커져 상승 전망도
  • 등록 2023-03-23 오후 4:54:28

    수정 2023-03-23 오후 4:54:28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강력한 긴축 의지를 시사하던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실리콘밸리은행(SVB)파산 여파로 속도조절에 나서자 국내 은행들의 대출금리 향방도 안갯속에 빠졌다.

연준의 긴축 사이클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대출금리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금융불안이 커지면서 현금 자산 선호 현상 등으로 되레 대출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엇갈린다.

미 연준의 정책 방향은 국내 은행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채권금리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향후 금리 인상 여부·리스크 확산 여부 평가에 따라 대출금리 전망 경로가 상이한 것으로 분석된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연 이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CNBC)
23일 은행·시장 관계자 7인 대상으로 이데일리가 향후 대출금리 경로에 대해 설문한 결과, 이 중 2인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 은행의 대출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봤다. 은행·채권 전문가 2인은 ‘당장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국내 은행 소속 직원 3인은 대출금리가 앞으로도 우상향 그래프를 그릴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 기대감과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이 최근 은행채 금리에 녹아있다는 데에는 대부분 동의했다. 연준은 22일(현지시각) 시장의 예상대로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이 아닌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통화 긴축 속도를 조절했다.

윤선정 NH선물 연구원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재차 채권시장에 유입됐고 국내 경제 역시 금리인상 기조 종결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된 상태”라며 “연준이 기준금리를 소폭 올린 영향은 국내 채권시장에 제한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도 “이미 국내 채권시장은 SVB 파산 여파와 베이비스텝에 대한 기대감을 선반영해 하락해 왔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 은행 대출금리의 준거가 되는 은행채 금리는 SVB 파산을 기점으로 하락세를 보여왔다. 주택담보대출 지표 금리인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와 신용대출 지표 금리인 1년물(무보증·AAA)의 금리(민평 평균 기준)는 최근 2주일새(9~22일) 각각 0.627%포인트, 0.344%포인트 하락했다. 이 기간 은행 주담대 금리는 최저 3%대에 진입했다. KB국민은행 주담대 변동형 금리 연 3.83~5.23% 수준으로 형성됐다. 23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83%~5.92%로 금리 상단이 전날(3.83%~5.95%) 대비 0.03%포인트 떨어졌다.

향후 시중은행 대출금리에 대한 전망은 의견이 분분했다. 먼저 하락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미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에 대한 시장의 기대심리에 방점을 뒀다. SVB 파산과 연준의 베이비스텝으로 ‘금리 고점설’이 다시금 힘을 받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미 연준이 실제 금리인하를 하지 않더라도 시장의 기대가 긴축완화로 모이면서 올해 하반기부터 은행채 금리와 대출금리가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며 “다만 단기적으론 이번 연준의 베이비스텝에 영향을 받아 2분기까지는 은행채 금리와 대출금리가 소폭 상승할 가능성은 있다”고 예상했다.

한 채권 전문가는 연준의 통화정책이 이미 완화로 전환했다고 평가했다. 2009년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에도 연준이 정책 기조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 직후 금리 인하 기조로 바뀐 적이 있는데, 현재 연준의 상황과 언급이 이때와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연준이 긴축에서 완화로 정책 방향을 틀면 시중에 돈이 풀리면서 유동성이 풍부해진다.

이재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달러 유동성을 풀면서 달러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는데, 이 같은 글로벌 유동성은 원화 유동성으로 이어진다”며 “결국 채권을 살 수 있는 여력은 해외 유동성에 달려 있다. 달러 조달이 이전보다 더 쉬워진다면 국내 유동성 역시 커지면서 은행채 금리도 하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금융기관 파산 여파가 현금 선호 현상을 자극하면서 채권금리가 상승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안전자산인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자들이 채권시장에서 돈을 빼면 은행채를 비롯한 국내 채권시장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채권금리가 상승하면 이와 연동되는 국내 대출금리도 오르게 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아직까진 외국 금융기관과 국내 금융기관 간의 상관관계가 덜 하다는 판단이 우세하기 때문에 채권시장이 안정적으로 굴러가고 있다”며 “그런데 금융기관 파산 여파가 지속되면 현금이 채권 시장에서 뭉칫돈으로 빠져나가고 국내 은행채 금리도 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은행 여신부서 실무자는 “워낙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다 보니 아직은 국내 대출금리가 오르거나 내리거나를 예상하기 힘들다”며 “금리인상 여부와 은행 리스크 확산 여부 등 다양한 변수가 있어 셈법이 복잡하다. 그야말로 미지수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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