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에 35층룰 폐지..한강변 '병풍아파트' 사라질까

오세훈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안' 발표
용도지역제→비욘드 조닝으로 도시계획 전면 개편
'첫4선 서울시장' 위해 규제개혁 통한 집값안정 노려
다양한 설계 가능..한강변 재건축 사업성 개선 기대
  • 등록 2022-03-03 오후 2:37:18

    수정 2022-03-03 오후 2:37:18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서울시가 8년 만에 35층룰을 완화하고 용도지역제를 사실상 폐지한다. 35층룰에 묶여 천편일률적인 풍경을 연출했던 한강변 스카이라인이 다채로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강 인접보다 뒷쪽 높이가 높아질 것”

3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청에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도시기본계획이란 도시의 기본적인 공간구조와 장기발전방향을 제시하는 안으로 국토계획법에서 규정하는 최상위 법정 도시계획이다.

오 시장은 “다양한 미래의 도시모습을 담을 수 있는 유연한 도시계획 체계로 전환할 것”이라며 “시민들의 일상생활공간 단위에 주목한 보행일상권을 확대해 삶의 질을 높이고 도시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랜 기간 정비 사업이 제때 추진되지 못하면서 악화된 도시 환경에 대한 개선 방안을 강구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2040서울도시계획은 용도지역제·스카이라인 관리기준 개편이 핵심이다. 땅의 용도와 건물의 높이, 용적률 등을 규제하는 용도지역제를 새로운 도시계획 패러다임인 ‘비욘드 조닝(Beyond Zoning)’으로 전면 개편한다. 용도 도입의 자율성을 높여 주거·업무·녹지 등 복합적인 기능을 배치함으로써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도시를 유연하게 담아낼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서울 전역을 도보 30분 범위 내 주거·일자리·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재편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국토계획법 개정 등 법제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오 시장은 “서울의 경우 용도지역제가 법이 정한 것보다 강화되고 세분화됐다”면서 “토지이용효율을 더 극대화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제한적인 규제행정을 펼쳐왔다. 주거·업무·여가 공간이 점차 허물어지는 시대적 흐름을 담아 용도지역제 변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행 서울시의 조례는 국토계획법령 혹은 시행령보다 더 경직돼 운영되고 있다. 예컨대 주거지역 용적률 상한을 보면 법에서는 최고 500%, 시행령상으론 종별로 50~500%를 적용하고 있는데 서울시 조례에선 100~400%로 법에서 정한 상한보다 더 낮은 용적률을 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를 완화하고 지역 특성에 따라 주거 중심 융합, 업무 중심 융합 등 공간 트렌드에 맞게 재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한강변 스카이라인 제한으로 작용했던 35층룰을 삭제했다. 시는 서울 전역에 일률적·정량적으로 적용됐던 ‘35층 높이기준’을 삭제하고 유연한 ‘스카이라인 가이드라인’으로 전환한다. 구체적인 층수는 개별 정비계획에 대한 위원회 심의에서 지역 여건을 고려해 결정함으로써 높고 낮은 건물들이 조화롭게 배치되는 다양한 스카이라인을 만들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35층 높이 기준이 없어져도 건물의 용적률이 상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을 자극한 우려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오 시장은 “용적률 범위 내 높이제한이 사라지면 높은 건축물과 낮은 건축물이 함께 배치되고 건축물이 슬림해진다”면서 “토지이용률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을 자극한다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강변 저층(15층) 제한은 당연히 기존의 원칙이 지켜질 것으로 본다”면서 “한강 인접보다는 뒷쪽 높이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층 설계 가능해 정비사업 사업성 높아질 수 있어”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첫 4선 서울시장’ 도전을 앞두고 있는 오 시장에게 서울 집값 안정은 최우선 과제 중 하나다. 지난해 4월 보궐선거에서 승리해 10년 만에 서울시로 복귀한 오 시장은 박 전 시장 시절 적용했던 개발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로 서울시의 주택·부동산 정책 방향을 크게 틀었다. 이를 통해 서울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게 오 시장의 구상이다.

취임 후 한달만인 지난해 5월 ‘재개발 활성화 6대 규제 완화 방안’을 통해 재개발 사업의 최대 걸림돌로 꼽혀온 주거정비지수제를 폐지하고 2종·7층(2종 일반주거지역의 7층 높이 제한) 규제를 완화했다. 또한 민간 주도 개발 사업이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신속통합기획을 도입해 지난해 12월말 민간재개발 사업 후보지 21곳을 선정했다. 서울시가 올 1월 발표한 노후 저층 주거지 정비모델인 ‘모아주택’도 오 시장의 주택공약이다. 특히 이번에 폐지한 35층룰 폐지를 통해 서울의 한강변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층수제한이 폐지되면 다양한 설계안이 나올 수 있다”면서 “층수제한이 없어지고 용적률이 그대로라면 한강조망권 등을 살리는 설계안이 적용되면서 건폐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고밀개발 폐해로 예상되던 속칭 병풍아파트나 홍콩아파트 같은 결과를 상당 부분 회피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이번 용도지역 전면개편과 층수제한 완화는 다양한 스카이라인을 설계할 수 있고, 고층 설계가 가능해 정비사업 조합의 입장에선 사업성이 높아질 수 있다”면서 “현재 재건축 사업 진행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나 안전진단 등의 조건은 남아 있기 때문에 급격한 사업 추진이 되기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일한 용적률과 연면적 안에서 높고 낮은 건물이 조화롭게 배치된다는 것은 초고층의 수혜가 있는 만큼 저층부는 기존보다 더 조망권이나 일조권 등의 침해가 있을 수 있다”면서 “특정인들만 수혜가 가지 않도록 다양한 인센티브를 적용하고, 변화된 도시계획에 따른 교통계획을 잘 융합하는 등 효율적 도시공간 재창조를 위한 세심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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