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멕시코산 제품 25% 관세 부과에 이어 오는 4월 2일부터 자동차에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패닉에 빠졌다. 이 가운데 현대차그룹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양사간 포괄적 협력에 따라 트럼프 시대 리스크 대응 전략을 적극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과 GM은 지난해 9월 맺은 승용·상용차 및 내연·전기·수소차를 공동개발·생산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전기 상용차 협력을 추진하는 등 협약 내용을 구체화하고 실행에 옮기는 중이다.
트럼프의 보편 관세 부과 시 우리 수출 품목 1위 자동차를 만드는 현대차그룹뿐만 아니라 GM도 타격을 받는다. GM은 한국사업장을 통해 생산한 자동차의 10대 중 9대를 미국으로 수출한다. 작년 GM 한국사업장의 총 판매량 49만 9559대 중 미국으로 수출된 물량은 41만 8782대로 전체 수출량의 88.5%다.
현대차는 GM과 함께 북미·중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공동구매 계약을 통해 비용을 절감할 방침이다. 배터리 원자재, 철강 및 기타 소재의 통합 소싱을 통해 공동 생산 후 로고를 다르게 하는 ‘리배징(rebadging)’ 전략도 추진 중이다. 이 경우 현대차의 전기차 모델을 미국 현지에서 GM 브랜드로 재출시하는 그림이 나올 수 있다.
특히 양쪽은 특히 장기적으로 전기차, 수소차 기술의 공동 개발 및 생산도 검토 중이다. 트럼프 리스크를 맞아 이러한 공동구매 및 승용·상용차 리배징 관련 구체적 협력안이 조만간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미국 시장에서 판매하는 완성차 업체들이 모두 똑같은 관세 부담을 갖게 된다면 서로 갖고 있지 못한 부분을 가진 현대차와 GM의 협업이 상대적으로 더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GM은 현대차의 전기·수소차 관련 기술력을, 현대차는 GM의 북미 생산 인프라와 인지도를 활용할 수 있는 윈·윈 전략”이라며 “현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한국산 화물자동차의 미국 수출 시 관세가 부과되는데, 현대차그룹의 엔진 등 주요 부품을 GM 화물자동차에 탑재하는 등 여러 기회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