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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로이터에 따르면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기존 계획인 1곳보다 5곳 더 늘린 총 6곳의 반도체 공장을 추가 건설키로 했다. 앞서 TSMC는 지난해 5월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2024년 양산을 목표로 120억달러(약 13조원) 규모의 반도체 생산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TSMC의 움직임은 최근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미국 내 공급망 확대 압박 영향인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화상 회의에서 삼성전자·TSMC 등 반도체 기업들에 공격적 투자를 압박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TSMC가 이번에 공장을 추가 건설키로 한 것도 미국 정부의 요청 때문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 주도권 확보와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미국 자동차 업계 피해 회복을 위해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재검토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을 내렸으며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 계획도 거듭 밝혀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2조2500억 달러(약 2542조5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면서 500억 달러(약 56조4500억원)의 반도체 산업 지원안을 공개하기도 했다.
미국의 압박에 화답하듯 TSMC의 투자 계획은 올해 초부터 계속 확대되고 있다. TSMC는 연초 최대 280억달러(약 31조원)에 달하는 올해 설비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석 달 뒤인 지난 4월에는 20억달러(약 2조2340억원)를 더 늘려 300억달러(약 33조5310억원)로 투자 규모를 상향 조정했다. 여기에다 앞으로 3년간 1000억달러(113조)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는 계획까지 밝혔다.
경쟁자 앞서 가고 미국 압박하고…삼성 투자 늘릴까
이처럼 TSMC가 적극적인 투자 확대에 나서면서 지난달 백악관 회의에 함께 참여한 삼성전자의 투자 방향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미국 정부의 요청을 신경 써야 할 뿐 아니라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 추격을 위한 발판도 마련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과 국내 공장 투자 계획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달 21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전후 혹은 늦어도 올해 여름까지는 미국 투자 계획을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미국 내 공장 증설에 170억 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애리조나, 뉴욕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기존 공장이 있는 텍사스 오스틴이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꼽힌다.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 규모를 놓고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TSMC와 같이 바이든 대통령이 보낸 메시지에 대한 화답 차원에서 투자 범위를 기존보다 확대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압박을 넘어 파운드리 업계 경쟁 관계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연일 투자 확대를 발표하고 있는 TSMC를 넋 놓고 바라보고만 있을 순 없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경기 평택 P3라인에 대한 투자 계획이 곧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P3는 연면적 70만㎡(약 21만평) 규모로 단일 반도체 라인 중 세계 최대 규모다. 지난해 건설허가를 받아 현재 신축 공사를 진행 중이다. 넓은 면적과 첨단 장비 등을 고려했을 때 각각 30조원 가량이 투입된 P1, P2보다 훨씬 많은 최대 50조가 투입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P3 라인 투자계획은 올해 초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 수감되며 일정이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 경제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뒤처질 위기에 처했다”며 “전문경영인 체제가 확립됐다지만 대규모 투자는 총수의 판단과 의사결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업계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만큼 사면론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