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잿값 변동·실적 개선 부담…연말까지 이어진 ‘후판값 협상’

철강·조선업계, 올해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 진행
철광석 가격 변동성에 두 업계 간 협상 길어진 듯
두 업계 모두 후판값 협상에 실적 개선 부담 작용
  • 등록 2022-12-05 오후 5:58:34

    수정 2022-12-06 오후 2:36:25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올해 하반기 조선용 후판(선박에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을 두고 철강업계와 조선업계 간 협상이 팽팽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협상이 6개월째 이어지는 중이다. 원자잿값 변동과 함께 두 업계 모두 실적을 개선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면서 후판 협상이 장기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올 하반기 조선용 후판 가격을 두고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간혹 해를 넘겨 협상이 타결되는 일이 있긴 했지만 통상 2~3개월 안에 협상이 마무리됐던 것을 고려하면 협상이 길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앞서 올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따라 원자잿값이 널뛰면서 2월에 시작해 5월에서야 끝났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후판은 조선사 선박 원가 20%가량을 차지하고 철강사 제조 물량에선 2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 그만큼 후판 가격 협상은 두 업계 모두에 민감한 사안이다. 애초엔 그동안 후판 가격 인상을 이끌었던 원자잿값이 안정화하면서 하반기 가격 협상이 어렵지 않으리란 전망이 나왔지만 올해 하반기 들어 원자잿값이 변동성을 보이면서 상황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후판 가격의 기준이 되는 중국 철광석 수입 가격은 지난 3월 초 올해 최고치(톤당 159.79달러)를 기록한 이후 11월 초까지 내림세를 보이며 올해 최저치(톤당 82.42달러)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후 철광석 수입 가격은 꾸준히 상승해 지난 2일 톤당 101.26달러까지 반등했다. 이는 올해 최고치보다는 36.6% 낮지만, 최저치보다는 22.9% 회복된 가격이다.

이 때문에 철강·조선업계는 협상 과정에서 철광석 가격 하락분을 어느 정도까지 후판 가격에 반영하는지를 두고 각자의 주장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조선업계는 원자잿값 상승을 이유로 지난해 상반기부터 후판 가격을 연달아 세 차례 인상한 점을 앞세워 이번 후판 가격 협상에선 인하 폭이 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철강·조선업계 모두 앞으로의 실적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도 협상 장기화의 이유다. 철강업계는 달러 강세로 원자잿값이 상승한 데다 전방산업 위축에 따른 수요 부진까지 겪고 있어 후판 가격 인하 폭 최소화를 꾀하고 있다. 또 포항제철소 침수 피해 등으로 앞선 분기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점도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꼽힌다.

포스코의 지난 3분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2.7% 감소한 3970억원을 기록했다. 태풍 힌남노 침수 영향에 따른 영업손실 규모가 4081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영업이익이 줄어든 원인은 시장 상황 악화에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제철 역시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4.9% 줄어든 3730억원으로 나타났다.

김학동 포스코 대표이사 부회장도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달러로 원자재를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환율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원가 상승에도)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철강 가격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과거엔 환율이 오르면 수출 경쟁력이 향상됐지만, 현재는 금리도 오르고 있어 수요도 함께 줄고 있다”고 철강업계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그렇지만 조선업계 역시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양보할 순 없는 상황이다. 조선 업계에선 한국조선해양만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으로 1888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을 뿐, 같은 기간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은 각각 6278억원·167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폭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7분기째, 삼성중공업은 20분기째 연속 적자 기록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0월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을 통해 “후판 가격과 관련해선 우하향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보수적인 척도를 가지고 반영하고 있으며 필요한 부분들의 수입 의존도를 조금씩 높여가면서 후판 잔고도 2개월 이상씩 유지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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