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찬 칼럼] 인플레이션 우려를 다시 생각한다

  • 등록 2021-05-18 오후 6:05:51

    수정 2021-05-18 오후 6:09:01

[채수찬 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플레의 지표인 소비자물가 지수를 보면, 미국의 경우 2019년 3월에서 2020년 3월 사이의 1년간 1.5퍼센트 올랐었는데, 2020년 3월에서 2021년 3월 사이의 1년간에는 2.6퍼센트가 올랐다. 인플레율이 1.5퍼센트에서 2.6퍼센트로 오른 것이다.

같은 지표가 유럽연합의 경우에는 1.2퍼센트에서 1.7퍼센트로 올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인플레율이 2020년의 0.5퍼센트에서 2021년 1.3퍼센트로 오를 것이 예상된다고 한다.

인플레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에 대한 예상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들이 이자율을 조정할 것이고, 부동산 시장과 주식 시장이 영향받을 것이다.

작년 7월 ‘자산가격 오름의 원인’이라는 칼럼에서 필자는 당시 전세계적으로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격이 오르는 원인을 들여다봤다. 이전에는 경제위기가 진행되는 동안에 자산가격이 내리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 감염병 사태로 촉발된 경제위기의 와중에는 자산가격이 오르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이전의 경제위기들은 대부분 금융부실 등 경제시스템 안에 있는 요인으로 일어났기 때문에, 위기가 끝나 수요가 회복되면 공급도 곧 회복됐다.

이번 위기는 감염병이라는 경제시스템 밖에 있는 요인으로 일어났다. 사람들의 접촉과 이동이 제약받으면서 공급사슬과 생산기반에 문제가 생겼다. 위기극복을 위해 풀린 돈이 공급이 부족한 실물을 쫓아다니면 인플레가 일어날 거라고 예상하여 사람들이 부동산, 주식 등 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최근의 통계조사들을 보면 사람들이 인플레를 우려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공급사슬과 생산기반에 문제가 생긴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필자가 새로이 주목하는 것은 경제의 유연한 적응력(resilience)이다.

기존의 공급사슬과 생산기반이 타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전과 다른 형태의 공급사슬이 형성되고 새로운 생산기반이 만들어지고 있다. 유통업을 예로 들자면 매장에서의 구매는 줄었지만 온라인을 통한 구매가 늘었다.

그래서 생산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생산량 증가의 지표인 경제 성장율을 보자. 작년 2분기부터 분기별로 연 성장율을 보면 미국, 유럽연합, 한국 모두, 작년 2분기에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가 3분기에 급반등했고, 4분기에 약간 내려 갔다가 올해 1분기에 다시 올라갔다.

이런 과정을 거쳐, 미국은 작년 2분기에 31.4퍼센트 마이너스성장했다가 올해 1분기에 6.4퍼센트 성장했으며, 유럽연합은 작년 2분기에 13.8퍼센트 마이너스성장했다가 올해 1분기에 1.7퍼센트 마이너스성장했고, 한국은 작년 2분기에 3.2퍼센트 마이너스성장했다가 올해 1분기에 1.6퍼센트 성장했다.

이런 지표들이 말하는 것은 공급에 큰 애로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예상되는 인플레는 수요가 당겨서 일어나는 형태가 아니고, 공급이 밀어서 일어나는 형태로 보인다. 다시 말하여 생산요소비용이 가격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 부동산, 주식 등 자산 가격의 추이는 어떻게 될 것인가.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빨라서 각국 중앙은행들은 인플레를 막는 쪽으로 관심을 돌릴 것이다. 인플레율이 목표치 아래로 유지되면 이자율을 그대로 둘 것이기 때문에 자산가격이 유지될 것이다.

그러나, 인플레율이 목표치를 넘어서면 이자율을 올릴테고 자산가격은 하락할 수 밖에 없다. 전통적 거시경제 이론에서는 화폐량의 증가율이 경제성장율 보다 크면 인플레가 일어난다고 한다. 이 이론은 이제 맞지 않다. 인플레는 화폐량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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