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전자, 원자재·물류비 폭등에 ‘수익 비상’…가격인상 카드 ‘만지작’

철강, 구리, 레진 가격 급등에 골머리
마케팅비용 줄이면 수요 위축 우려도
반도체 독과점..파운드리 가격 인상 검토
  • 등록 2022-05-17 오후 2:45:19

    수정 2022-05-17 오후 3:12:28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가 원자재 가격 폭등 여파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인플레이션, 환율 변동, 공급망 리스크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고설키면서다.

가전제품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폭발했던 수요마저 주춤하고 있어 가격 인상 카드를 차마 꺼내지 못하고 마케팅비 등 기타 비용을 줄이는 등 ‘마른 수건 쥐어짜기’ 식으로 대처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수요가 탄탄한 반도체의 경우 가격 인상 카드를 검토하면서 수익성 회복에 나서고 있다.

철강, 구리, 레진 가격 급등..마케팅 ‘총알’ 줄여

17일 전자공시에 등재된 상장사 2022년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LG전자는 가전제품의 주요 원재료인 철강석의 1분기 평균 가격은 2021년 대비 20.4% 상승했고, 플라스틱 사출물 제작에 쓰이는 레진(resin) 평균가격도 16.3% 올랐다고 밝혔다. 여기에 전기장비에 대부분 쓰이는 구리 평균 가격은 무려 36.4% 상승했다고 공시했다.

TV의 경우 수요 주춤에 따라 패널 가격이 떨어지긴 했지만, TV 및 AV 부품용 칩 가격 급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LCD TV 패널 1분기 평균가격은 지난해 대비 15.6% 하락했지만, 반도체칩은 무려 42.8%나 올랐다. TV가격에서 패널 가격이 대부분 차지하지만, 프리미엄 TV의 경우 고성능 반도체 칩이 전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LG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밀고 있는 전장(자동차 전자장비)사업의 올해 흑자전환도 요원해지고 있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제품의 주요 부품인 LCD패널 가격은 24.3%가 올랐고, 반도체칩 평균가격은 27.3%나 올랐다.

삼성전자의 경우 휴대폰의 원자재 급등 여파를 맞았다. 스마트폰의 핵심 두뇌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가격은 전년대비 41% 상승했고, 카메라모듈 가격 역시 8% 올랐다. 반도체의 경우 주요 원자재인 웨이퍼의 가격은 4% 올랐고, 디스플레이용 연성회로기판(FPCB) 가격도 19%나 올랐다.

여기에 물류비(운반비) 급등도 수익성을 크게 악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1분기 물류비(운반비)는 각각 8576억원, 1조839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40.9%,47.8% 늘었다.

원자재·물류비 가격이 오를 경우 기업이 쓸 수 있는 카드는 출고가 인상이다. 원자재 가격 인상분 만큼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면서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격이 올라가면 수요가 줄 수밖에 없어 기업들이 쉽게 꺼내 들기 어려운 카드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이나 TV 시장은 완전 경쟁시장이라 어느 한 업체가 가격을 인상할 경우 시장 점유율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어 눈치보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공급망을 다양화하며 원가구조 개선에 나서거나 마케팅비 등 기타비용을 줄이는 상황으로 대처하고 있다. 다만 가전제품의 경우 출고가에 마케팅비용이 얹어 소비자들이 싼값에 제품을 구매하는데, 마케팅비용을 줄이면 오히려 가격이 인상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분출했던 수요가 주는 상황에서 수요를 촉진 시킬 만한 ‘총알’마저 없는 상황”이라며 “그 어느 때보다 전략을 짜는 게 어려운 시점”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파운드리 가격인상 카드 꺼내..가전제품 영향줄까


그나마 반도체의 경우 가격 인상 카드를 조금씩 꺼내 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가격을 최고 20% 인상하는 방안을 고객사들과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 진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3일 삼성전자가 물류와 원료 비용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이미 일부 고객사와는 협상을 마무리했고 하반기부터 가격 인상분이 반영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웨이퍼 가격을 비롯해 화학약품, 가스 등 모든 영역에서 평균 20~30% 오르는 상황에서 수익성 회복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가격 인상은 스마트폰, 자동차, 게임기 등의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과감하게 가격 인상 꺼내 들 수 있는 것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이기 때문이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두 업체가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작년 3분기 기준 TSMC가 53.1%로 압도적인 1위이며, 삼성이 17.1%로 2위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시장은 메모리반도체에 비해 더욱 독과점이 형성돼 있고, 이미 TSMC가 가격 인상에 나선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마다할 이유가 없다”면서 “연쇄적으로 가전제품 가격에 영향을 줄지는 좀 더 지켜 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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