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행 당시 거부 안했다고 무죄?…대법 "다시 재판하라"

직장 회식서 여직원 허벅지 쓰다듬은 혐의
항소심서 '가만히 있었다' 증언 듣고 무죄 선고
대법 "거부 의사 없어도 강제추행" 파기환송
  • 등록 2020-03-26 오후 12:34:21

    수정 2020-03-26 오후 12:34:21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추행 당시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즉각 항의하거나 거부 의사를 표현하지 않았더라도 강제추행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미용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2016년 자신의 가맹점 직원 B씨를 비롯한 직원들과 밀양시 소재 노래방에서 회식을 하던 중 B씨에게 “일하는 것이 어렵지 않냐. 힘든 것이 있으며 말하라”고 귓속말을 하며 B씨의 볼에 입을 맞추고, 계속해 B씨의 허벅지를 쓰다듬은 혐의를 받는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이데일리DB)


1심 재판부는 이같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500만원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2심의 판단은 달랐다.

우선 2심 재판부는 당시 회식자리에 함께 있던 다른 직원들이 ‘A씨가 B씨의 허벅지를 쓰다듬는 것은 봤지만 볼에 입을 맞추는 것은 보지 못했다’는 진술에 따라 볼에 입을 맞췄다는 혐의와 관련해서는 “B씨 진술은 신빙성이 부족해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고,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허벅지를 쓰다듬은 혐의와 관련해서도 앞선 직원들이 ‘피해자가 허벅지를 쓰다듬는 데도 아무렇지 않게 가만히 있었다’고 공통되게 진술한 데 따라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폭행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의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경우에만 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고 봐야 한다”며 “A씨가 B씨의 신체 일부를 만진 행위를 들어 폭행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의 유형력의 행사가 있었던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성범죄 피해자의 대처 양상을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으므로, 이 사건 당시 B씨가 A씨에게 즉시 거부의사를 밝히지 않았더라도 강제추행죄의 성립에는 지장이 없다”며 다시 한번 유죄 취지로 사건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오히려 A씨의 신체접촉에 대해 B씨가 명시적으로 동의한 바도 없었고, A씨의 신체접촉에 대해 B씨가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거나 그 의사에 반하지 않았다고 볼 만한 근거 역시 찾아볼 수 없다”며 “당시는 다른 직원들도 함께 회식을 하고 나서 노래방에서 여흥을 즐기던 분위기였기에 B씨가 즉시 거부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해서 A씨의 행위에 동의했거나 B씨의 의사에 반하지 않았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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