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런 글을 올린 한 40대 가장처럼 요즘 전셋값이 치솟아 불안과 분노를 호소하는 세입자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1년 전 임대차3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 상한제·전월세 신고제)이 시행된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실제 임대차법 시행 이후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27.2% 상승했다. 법 시행 직전 1년 상승률(7.7%)과 견주면 세배 넘게 뛰었다. 전셋값이 오르자 집값도 덩달아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값은 20% 넘게 폭등했다.
결과적으로 세입자를 위한 법이 세입자에게 고통을 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임대차법 도입 당시 야당을 중심으로 부작용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이 많았다. 집권 여당은 이를 무시하고 발의 3일 만에 속전속결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거나 전세를 월세로 돌리며 매물이 급감했고 결과적으로 가격은 급등했다. 집주인이 새로 전·월세 계약할 때 4년간 올리지 못할 임대료를 한꺼번에 올리는 경우가 많아서다. 같은 단지에서 새 계약과 갱신계약 임대료가 두 배 이상 차이 나는 ‘이중가격’ 현상까지 드러나고 있다. 예상했던 부작용들이다.
정부 역시 제도 안착이 필요한 시기라고 속도 조절을 요구하고, 민주당 싱크탱크에서조차 “전셋값 폭등과 전세 암(暗)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좀처럼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1년 전 수많은 반대에도 여당이 의석수를 믿고 밀어붙인 경험칙이 있어서다.
특히 내년은 대선의 해다. 상한제를 확대하는 게 세입자의 표를 얻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한다면 못할 일도 아니다. 이미 참여연대를 포함한 시민단체들도 규제를 더 강화하는 추가 입법을 주문하고 있다.
세입자의 주거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임대차3법 도입 취지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의도가 좋다고 결과까지 좋은 것은 아니다.
이해관계자가 다양하고 대·내외 변수에 역동적으로 반응하는 부동산 시장에서는 더 그렇다. 문재인 정부 내내 대출을 틀어막고 재건축 요건을 강화하는 한편 취득세와 양도세를 통해 부동산 가격을 찍어누르려 할수록 집값은 더 뛴 모순이 이를 방증한다.
게다가 임대차3법은 시작부터 준비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던 법이다. 잘못된 방향의 보완 입법은 더 큰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시장의 얘기를 경청하며 면밀한 검토와 치밀한 대비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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