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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뒤덮었던 역병 한자리에...선조들은 어떻게 대처했나

국립민속박물관 '역명 일상' 展
'묵재일기''노상추일기' 등 최초공개
  • 등록 2021-11-23 오후 4:10:31

    수정 2021-11-23 오후 4:10:31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결국 죽었으니 비참하고 슬픈 마음을 어찌하겠는가!”

짚말(사진=국립민속박물관)
조선 시대의 한 아비는 역병으로 아이를 잃은 참담함을 이렇게 기록했다. 이처럼 코로나19로부터 시작해 과거 전통사회를 휩쓴 역병과 그 속에서 일상을 지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데 모아 선보이는 전시가 마련됐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역병, 일상’ 특별전 24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개최한다고 이날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우리 삶에 들어온 역병과 이를 보내려는 노력이 담긴 자료들을 소개한다. 특히 조선 시대 역병에 대한 인식과 치료법 등이 기록돼 의학사적으로 매우 귀중한 ‘묵재일기’와 ‘노상추일기’를 관람객에게 최초 공개한다.

조선 시대는 두창으로 목숨을 잃는 일이 흔했다. 두창에 대한 인간의 공포심은 손님, 마마로 모시는 행위로 표출됐다. 마마배송굿은 마마신을 달래어 짚말에 태워 보내는 과정이 포함돼 있어 다른 굿과 특이점을 갖는다.

1821년 조선 땅을 흔들었던 콜레라는 처음에‘괴질’로 불렸다. 당시 민간에서는 이를 두고 쥐에게 물린 통증과 비슷하다고 하여 쥐통이라 부르기도 하고, 몸 안에 쥐신이 들어왔다고도 여겼다. 대문에 고양이 그림을 붙이고 물러가기 염원했던 옛사람의 이색 처방이 19세기 프랑스 인류학자 샤를 바라Charles Varat, 1842~1893 의 ‘조선기행’(1892)에 수록돼있어 이번 전시에 소개한다.

그 외에 조선 시대에도 역병이 발생하면 지인의 집으로 피접을 가고, 집 안의 외딴곳에 자신 스스로 격리하는 일 등이 빈번했다. 현재의 사회적 거리두기, 자가격리 생활의 원형이다.

전시장 높이 솟은 벽 넘어 이적의 노래 ‘당연한 것들’이 들린다. 2020년에 발표된 이 노래는 현재는 누릴 수 없는 평범한 일상을 그리는 내용으로 많은 사람의 공감을 자아냈다.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한 억겁의 나날들, 이를 기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곧 민속이다. 당연했던 일상으로 돌아가려 조선 시골 양반은 역병으로 흉흉한 마을 안정을 위해 여제문을 짓고 여제를 지냈다. 동네를 돌며 방역활동하는 자율방범대의 마음도 다른 바 없다. 모두 ‘함께하는 당연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해법이다.

켜켜이 모인 일상은 곧 민속이 된다. 전시장은 이를 건축 자재로 표현한다. 부식된 철판 느낌의 구조물과 썩은 목판은 역병으로 인해 무너진 사회와 일상이다. 그리고 유물 앞뒤에 여러 형태로 교차한 비계는 치료와 치유로 나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잇는다. 이를 담아낸 전시장은 민속을 상징한다.

전시장 천장 아래서 바라본 관람객의 동선은 ‘∞’을 띤다. 이는 역병과 일상의 무한한 반복을 의미한다. 역병은 인류의 역사에서 반가운 존재는 분명 아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때마다 우리는 항상 일상을 되찾기 위해 지혜를 생각하고, ‘함께’ 발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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