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한진칼, 끝났어도 끝나지 않은 싸움

조원태 회장 완승에 주주연합측, 임시 주총 요구 가능성
주총 개회까지 3시간 걸려..총 7시간 넘게 걸릴듯
KCGI측, 표결 공정성 위해 `검표` 요원 요청
  • 등록 2020-03-27 오후 4:16:18

    수정 2020-03-27 오후 4:16:18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장장 7시간, 28개 안건.

조원태 한진칼(180640) 회장과 조현아 대한항공(003490) 전 부사장 간 경영권 분쟁으로 화제를 모았던 한진칼 주주총회에 대한 얘기다.

한진칼 주총은 조원태 한진칼 회장 연임을 비롯한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5명 등 모두 조 회장 측 이사들이 선임되면서 조 회장 완승으로 끝났다. 이사회 11명(기존 4명 포함)의 이사를 모두 조 회장측이 추천한 사람으로 채우게 됐다. 주주연합측은 이사회에 1명도 넣지 못했다. 그러나 지분 경쟁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은 끝나지 않은 싸움이다. 이날 한진칼 주가는 지속적인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반영해 상한가를 기록했다.

(출처: 마켓포인트)
◇ “어디 투표함도 없이 돌아다녀”..예민해진 주주들


27일 서울 소공로 한진빌딩에서 열린 한진칼 정기주주총회에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무색하게 150여명에 달하는 주주들이 참석했다. 주총은 오전9시에 개회할 예정이었으나 위임장 확인 절차 등이 늦어지면서 3시간 지연된 오후 12시 5분께 개회했다. 주총이 3시간 지연되고 모든 안건 표결을 마칠 때까지 무려 7시간이 넘게 걸렸음에도 대부분의 주주들은 자리를 지켰다.

주총에 출석한 주주 수(위임장 대리 포함)는 3619명이고,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참석한 주식 수도 4863만5640주로 발행주식총수 5727만6944주(자사주 33주 및 반도건설 5% 초과분 제외)의 84.93%에 달했다.

이날 주총은 한진칼 경영권 분쟁의 운명을 가리는 날인 만큼 주주들은 상당히 격양돼 있었다.

안건 투표가 이뤄지기 전부터 주주연합측, 반도건설 대리인은 출석한 주식 수가 실제 투표한 결과 찬성, 반대, 기권의 합계 주식 수와 다르면 어떻게 표를 가를 것이냐고 지적했다. 오전 9시 이전에 주총장을 찾았다가 주총이 지연되면서 주총장을 떠난 주주들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28개 안건마다 투표 전 출석 주식 수를 확인하고 표결에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였다.

이에 주총 의장을 맡은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는 사내 변호사 의견을 들어 출석 주식과 표결 주식 수가 다를 경우 해당 표를 ‘기권’으로 보겠다고 하자 이에 반도건설 대리인은 이는 상법 위반이라며 언쟁이 오갔다. 이 대리인은 “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를 주총에 참석했다고 하는 것은 상법 위반”이라며 “의장이 발언에 법률적 책임을 지고 이런 사실을 의사록에 명시하라”고 소리쳤다. 반도건설측은 정기 주총에서 5% 이상 지분에 대해선 법원 판결에 따라 의결권 행사를 못하게 됐다. 이에 항고를 제기할 방침이다.

주주들을 예민하게 만든 것은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안건부터였다. 제1호 안건인 재무제표 및 배당 안건은 이견 없이 박수로 원안 통과를 했을 정도였으나 조 회장측이 추천한 사외이사 5명과 주주연합이 제시한 사외이사 4명을 선임하는 안건부턴 의사진행 발언이 난무하며 고성이 오갔다.

조 회장측과 경영권 분쟁이 붙은 KCGI측에선 표결 관련 검표 요원 2명을 지정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주총에 이미 검사인이 지정됐음에도 이마저도 못 믿겠다며 KCGI측은 자기측에서 추천한 2명이 검표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조 회장측이 추천한 김석동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투표되는 과정에서 진행 요원들이 개별 투표 용지를 손에 들고 다니자 “투표함도 없느냐”며 또 한 차례 논쟁이 오가기도 했다.

(출처: 마켓포인트)
◇ 임시 주총 간다면 41%vs 42%


조 회장측 완승으로 장장 7시간 진행된 주총 대장정이 끝났으나 경영권 분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기 주총에 주식 수가 확정된 이후로도 조 회장 측과 주주연합 측은 계속해서 한진칼 주식을 매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 회장측 우호지분으로 알려진 델타항공은 지난해말 10%였던 지분을 14.9%로 늘렸고 KCGI는 이날 오전 공시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18.51%에서 18.57%로 늘렸다고 밝혔다. 반도건설도 8%대 지분을 16.9%까지 늘린 바 있다.

조 회장측 완승으로 정기 주총이 마무리된 만큼 주주연합측에선 임시 주총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임시 주총에 주주연합측에 유리한 사내이사,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안건을 내놓을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로 한진칼 주가는 아직 경영권 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듯 5만7000원으로 올라 상한가를 기록했다. 정기 주총에선 조 회장측의 지분율(37.49%, 주주연합 28.78%)이 절대적으로 유리했으나 임시 주총에선 주주연합측이 42.13%, 조 회장측이 41.02%로 양측의 지분율은 비등하기 때문에 추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이는 경영권 분쟁이 어느 한 쪽의 자본이 탈탈 털릴 때까지 지속될 것임을 암시한다.

이날 주총에서 보여진 것들은 치열한 다툼 뿐이다. 왜 싸우는지, 어려워진 업황을 어떻게 극복할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바뀐 이사회는 보여줘야 한다. 이날 주총이 코로나 속에서도 150여명이 넘는 주주들이 장장 7시간을 꼼짝 않고 앉아 있을 정도로 가치가 있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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