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는 이유로 옛 소련의 군사 시스템을 버리지 못하고 군 내부의 부패가 만연한 점 등을 꼽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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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하르키우를 방어하는 우크라이나 군대는 이날 러시아군을 격퇴하고 러시아와의 국경까지 진격했다고 밝혔다. 영국 텔레그래프도 이날 러시아군이 지난 2월 24일 침공 후 처음으로 하르키우 도심에서 30㎞ 떨어진 지점까지 밀려났다며 러시아군의 완전 퇴각이 임박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앞서 3월 말에도 수도 키이우에서 러시아군을 몰아낸 바 있다. 이후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에 화력을 집중하기 시작했으나 이마저 당초 일정에 크게 뒤처지고 있다고 영국 국방부는 분석했다.
러시아가 전쟁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며칠 만에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것이라는 전망됐다. 그러나 약 3개월이 지난 현 시점에서 이같은 관측은 힘을 잃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군은 키이우에서 쫓겨났으며 하늘을 통제한 적이 없다. 서방국가들의 추정에 의하면 전쟁으로 러시아인 수만명이 사망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군사 작전이 실패로 끝날 수 있다는 분석이 많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러시아군이 현대식 군대로 탈바꿈하는 데 실패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러시아군이 대규모 대중 동원이란 옛 소련식 군대와 유연하고 민첩한 현대식 군대 의 중간 어느 지점에 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군은 2008년 조지아 전쟁 이후 군사 현대화 작업을 시작했으나 군내 전통주의에 부딪혀 결국 흐지부지됐다. 버지니아 소재 CNA 전략 연구소 마이클 코프먼 연구원은 “소련 군대는 결코 발생하지 않을 제3차 대전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전쟁을 위해 설계됐다. 수백만명의 병력이 어마어마한 양의 군장비를 동원해 움직이게끔 건설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슨 센터의 카밀 갈리예프 전 연구원은 “(러시아군은) 기본적으로 소련군이다. 개혁은 (이전에 비해) 군 효율성을 높였지만 절반에 그쳤다”라고 말했다.
소련식 군 체제는 경직돼 있어 현대전에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규모 병력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데 필요한 상명하복 시스템이 지나치게 강조돼 소규모 시가전에서 발휘돼야 할 전투부대의 독립성이 억압된다는 것이다. 도시별 지상전 위주로 진행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전쟁 이전부터 러시아군의 구식 체제를 엿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군은 침공 직전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20만 병력을 집결시켰는데, 이는 정해진 시나리오에 따라 병력을 집중하는 소련의 방식이라는 평가다. 베를린의 국제전략연구소의 윌리엄 알베르케 군비 통제 프로그램 연구원은 “아무도 전장에서 생각하는 능력에 대해 시험받고 있지 않는다. 러시아군은 그저 명령을 잘 따르는지를 평가받는다”라고 말했다.
대규모 국방비, 군 부패로 무용
러시아군은 부족한 월급을 메우기 위해 비위를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고위 간부의 한 달 월급은 약 1000달러(약 130만원)로 알려졌다. 러시아군 공군 중위 출신의 그렙 이리소프 군사 전문가는 “군 내부의 비위 규모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다. 돈을 훔치는 경쟁 때문에 군수품 생산의 질이 매우 낮다”고 말했다. 이어 도난 항목에는 군사 훈련비도 포함돼 공군의 기본적인 군사 기술이 악화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