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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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세계여성의 날인 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여성 전투사령관 2명이 동시에 탄생했다. 각각 수송사령관·남부사령관에 지명된 재클린 반 오보스트
(사진 왼쪽) 공군대장·로라 리처드슨
(오른쪽) 육군중장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이 미 상원의 인준을 받으면 미군 역사상 두 번째·세 번째 여성 전투사령관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AP통신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이들을 전투사령관으로 공식 지명한 뒤, “대단히 뛰어난 자질을 가진 전사이자 애국자”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런 여성들이 유리천장을 깨뜨리며 성취를 이루는 것을 지켜보고 인정해야 한다”며 “나라를 섬기는 꿈을 꾸며 자라는 어린 소녀와 소년 모두가 미군 장성이 이런 모습이라는 것을 볼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그간 미군 역사상 여성 전투사령관은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의 지명과 상원의 인준을 거쳐 2016~2018년에 북부사령관을 지낸 로리 로빈슨이 유일했다.
사실 이들 두 명의 전투사령관 지명은 지난해 가을 진즉 내부적으로 정해졌었다고 한다. 그러나 마크 에스퍼 당시 국방장관·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가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 가능성을 우려해 지난해 11·3 대선 이후로 인사를 미뤄왔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전한 바 있다.
당시 수뇌부는 대선 승리가 유력했던 바이든이 이들에 대한 승진 인사에 더 우호적일 것으로 판단했는데, 이 결정이 종국적으로 적중한 셈이 됐다. 에스퍼 전 장관은 NYT에 “그들은 직무에 가장 적합한 장교였기 때문에 명단에 오른 것”이라며 “백악관의 누군가가 내 추천을 문제 삼거나 국방부가 정치적 결정을 했다고 판단해 이들의 승진을 무산시키길 바라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는 이른바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불거진 반(反) 인종차별 시위에서의 군 투입 문제를 놓고 트럼프와 각을 세울 때였고, 이로 인해 자신의 추천 인사가 백악관에서 뭉개질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게 에스퍼 전 장관의 주장인 셈이다.
이날 지명식에는 유리천장을 깬 바이든 행정부 내 여성 고위직들이 총출동했다. 첫 여성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 첫 여성 국방장관인 로이드 오스틴이 눈에 띄었다. 흑인 여성인 토머스 린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대사도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내 젠더정책위원회 설치와 교육현장에서의 성폭력 대응을 각각 골자로 한 행정명령 2건에 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