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재배면적 조절론 수급안정 어려워…계약재배가 해법"

[민간에 떠 넘긴 농축산물 수급관리]③ 전문가 인터뷰
이정환 GS&J 이사장 "수요처-생산자 수급 미리 짜야"
"흉작 시 정부 손실 보전으로 계약 안정성 높일 필요"
"평년 가격에 못 미칠 때 지원하는 위험완충제도 도입"
  • 등록 2021-09-06 오후 7:11:46

    수정 2021-09-06 오후 9:15:22

[하남(경기)=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농산물 재배면적이나 출하량을 조절해 수급을 안정시키겠다는 생각은 버려야만 합니다. 대형 수요자와 생산자 간 계약거래를 확대하고 흉작일 때 가격 하락 리스크를 흡수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체계적인 수급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정환 GS&J 인스티튜트 이사장은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농산물 수급 안정을 위한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를 촉구했다. (사진=이명철 기자)


이정환 GS&J 인스티튜트 이사장은 지난 5일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한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통해 정부의 `농업관측-재배면적 조절-농산물 비축·방출`로 이어지는 수급 안정 조치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매년 단위면적 당 생산량(단수)이 바뀌기 때문에 재배면적 조절을 통한 수급 안정은 사실 불가능하다”며 “미국은 1930년대부터 생산 조정 정책을 추진하다 1990년대 포기했고 일본도 50여년 간 쌀 면적 조절을 진행하다가 2010년대 들어 관뒀다”고 전했다.

정부 주도로 재배면적을 조절하게 되면 농가는 이익을 높이기 위해 단수를 늘리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당초 계획 이상의 생산량이 나오는 문제도 있다. 수급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재배면적 조정의 대책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생산자 중심의 수급 안정 체계가 필요할 수 있겠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이 이사장은 “농업 선진국인 유럽에서도 전체 농업 면적에서 협동조합의 비중은 60~70%에 그쳐 농업 조직화가 힘들다”며 “생산자 단체를 만들어도 중간에서 이익을 위해 독단적으로 움직이는 `프리 라이더(무임 승차자)`가 생겨나 유지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농가가 재배를 시작하는 단계부터 확실한 수요처를 확보한 계약 거래가 전방위로 확산하면 자율적인 수급 안정이 이뤄진다고 이 이사장은 강조했다.

그는 “지금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은 벤더(중간 유통업체)를 두고 농산물을 전국 각지에서 구입하고 농가들은 조금이라도 더 가격이 좋은 곳에 판매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농산물을 살 사람이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재배를 해놓고 시장에 내놓으면 가격 폭등과 폭락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대형업체가 생산자조직과 계약을 체결하면 농가도 정한 물량만큼 안정적으로 생산·납품함으로써 수급 과잉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게 계약 재배의 핵심이다. 정부는 계약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리스크를 완충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 이사장은 “흉작으로 계약 물량을 못 채워 다른 곳에서 조달해야 할 때 발생하는 손실에 대해서는 정부가 일정 부분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계약 시 다양한 조건을 거는 등 정부 지원을 줄이면 지금 수급 안정을 위한 예산보다 더 큰 돈을 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위험완충제도는 계약 재배 지원과 병행해야 할 정책 과제다. 이 이사장은 “추세적으로 보면 지난 10여년 간 채소·과일 가격이 상당히 올랐는데 이는 공급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대로 가다가는 국내 생산량이 급감하고 수입 물량이 더 늘면서 농가 타격은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계약 재배가 자리 잡기 전까지 재배면적·출하량 조정 등 정책에 따라 농산물을 생산한 농가는 풍년으로 가격이 하락했다면 일정 부분은 정부가 보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도 가격 안정을 보장하는 형태의 법안들이 올라왔지만 농가 생산비 전액이나 일정 최소가격을 보장할 경우 공급 과잉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이 이사장은 “생산비 보장은 공급 과잉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평년대비 일정 수준 낮은 수준을 보장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며 “정부도 가격 보장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한 제도적 안전 장치를 만들어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정환 GS&J 인스티튜트 이사장. (사진=이명철 기자)


◆이정환 GS&J 인스티튜트 이사장

△서울대 농과대학 졸업 △일본 북해도대 농업경제학 석사 및 박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일본 동경대 객원연구원 △미국 하버드대 객원연구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한국농업경제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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