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검찰 정기인사를 앞두고 이미 일선 검사들이 잇달아 사의를 표하면서 검찰 내부가 뒤숭숭한 가운데 박 장관의 ‘무리한’ 인사까지 겹치면서 검찰 내부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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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17일 홈페이지에 검사장급 경력 검사 한 자리에 산업재해·노동인권 전문가를 발탁한다는 내용의 공고를 게시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무·검찰이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각종 재해에 엄정 대응하는 기조를 명확히 하고, 앞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제대로 시행돼 국민 안전을 두텁게 보호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외부 인사 공모는 검찰 내 중대재해 전문가가 부재한 측면이 반영됐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박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 외부 인사 임용 뜻을 밝히며 “광주에서 학동 건물 붕괴사고 이후 신축 아파트 외벽이 붕괴하는 말도 안 되는 사건이 또 벌어졌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검찰 안팎에선 박 장관이 광주 사고를 특별히 언급한 만큼, 현재 공석인 광주고검 차장검사 자리가 인사 대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檢 안팎 비판 고조…“광주 사고 핑계 삼아 알박기”
법조계는 그러나 정권 말 ‘보은·알박기 인사’라고 비판한다. 검찰 업무 전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검사장 자리를 광주 사고를 핑계 삼아 외부 공모에 붙임으로써 친정권 성향 인사를 요직에 앉히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특히 고검 차장검사 같은 수사 지휘 라인 검사장 자리에 외부 인사를 발탁한 전례가 없기에 검찰 내부 반발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검사장이라는 자리는 중대재해 지식만 필요한 자리가 아니다”며 “특정 전문 지식도 필요하지만, 일반적인 지휘·감독 업무를 하는 검찰 업무 전반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경험을 요구하는 검사장 자리에 외부 인사를 앉힌다는 것은 검찰 업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처사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검찰 내부에서 20년쯤 성장해 온 검사들도 충분한 능력이 되는지 문제 삼을 수 있는데, 외부 인사가 검찰 업무를 담당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광주에서 사고가 났다고 해서 광주고검 차장검사에 중대재해 전문가를 뽑는다는 건 내부에서 봤을 때 우스운 일이다. 광주고검 차장검사가 해당 사건 지휘를 하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검사장으로 뽑아 놓으면, 먼저 사의를 표하기 전까지는 쫓아낼 수도 없다. 정권 말기 알박기 식 인사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도 “전문적인 식견이 요구되는 자리가 재해만 있는 것도 아니므로, 이 같은 특정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외부 인사를 수혈할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임기 말에 무리하게 인사를 강행하는 것은 충분한 오해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과 공수처 설치 등으로 과거보다 검찰의 위상이 떨어지고 내부의 사기가 저하되면서 탈검찰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