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 리스 회계기준 가이드라인…6조대 매출 감소 막았다(종합)

금융위 “작년까지 CVC 계약, 경과규정 적용해 매출로 인정”
에이치라인·팬오션 등 8개 해운사, 매출→부채 인식 한숨 돌려
기존 회계처리 다시 점검토록…위반 발견·수정시 경징계 방침
  • 등록 2019-04-23 오후 3:43:17

    수정 2019-04-23 오후 4:29:38

선박들이 항만에서 화물을 싣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해운사가 화주와 맺은 연속항해용선계약(또는 장기운송계약·CVC)에 대한 감독 지침이 마련됐다. 올해 리스에 대한 회계기준이 변경되지만 지난해까지 맺은 CVC 계약이 당시 판단에 맞게 처리했다면 리스가 아닌 매출(운송계약)으로 인식해도 인정해주기로 한 것이다. 이번 감독 지침에 따라 해운업계는 최대 6조원대의 매출 감소를 방지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 회계기준 바뀌어도 예전 판단에 맞았다면 인정

금융위원회는 신(新) 리스기준서 시행 전후 해운사·화주간 CVC 회계처리 관련 감독지침을 마련했다고 23일 밝혔다.

CVC 계약이란 해운사와 화주간 선박을 사용하거나 운항비·인건비·연료비 등을 부담하는 용역계약을 말한다. 통상 10년 이상의 장기 계약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예전 회계기준에서는 CVC 계약 전체를 운송 계약으로 회계 처리해 매출로 인식했다. 외부감사인 감사보고서를 통해 역시 이견을 제시하지 않는 사항이었다.

하지만 올해 새로운 회계기준(IFRS16)이 시행되면서 운송계약을 리스로 분류, 매출로 인식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전 회계기준에 비해 리스 판단을 위한 구체적 기준이 제시되면서 선박을 사용하게 해주는 CVC 계약이 리스로 해석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와서다.

이와 관련 금융위는 올해 이전 체결한 CVC 계약을 예전 리스 기준에 따라 운송계약으로 판단한 회계처리에 오류가 없다면 해당 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운송 계약으로 회계처리가 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 신 리스 기준의 ‘경과 규정’에 따르면 과거 기준에 맞게 판단한 회계 처리는 다시 판단하지 않을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김선문 금융위 회계감독팀장은 “올해 이전 체결한 CVC 계약에 대해 판단 오류가 없다면 리스로 회계처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라며 “해당 계약은 종료될 때까지 운송 계약으로 전액 인식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부터 체결한 CVC 계약은 신 리스기준상 계약별로 판단하도록 돼 있으므로 이에 맞춰 리스나 매출로 회계 처리토록 했다.

예전 리스 기준에 따라 리스를 포함한 지를 검토하는 것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과거에도 리스로 인식할 수 있던 사항임에도 운송계약으로 회계 처리한 부분이 있을 수 있어서다. 이에 외부감사인은 기업의 판단을 최대한 존중하되 판단 과정(Due Process)에 미흡한 부분이 있는지를 점검토록 했다. 재무제표 심사를 통해 예전 리스기준에 리스가 포함된 것으로 판단·수정했다면 위반내용이 중대하지 않을 경우 계도 조치(경고, 주의 등)키로 했다. 오류가 있는 과거 재무제표는 소급해 다시 작성케 할 계획이다.

지난 1월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서서 참석해 문재인(단상)이 기업인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선박 매입비용 부채 예외’ 요청은 허용되지 않아

금융위가 CVC 계약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은 실물 파급효과가 큰 회계 기준에 대한 감독 우려가 커지자 기업들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에도 제약·바이오업체의 개발비나 지난달 무형자산 공정가치 평가 등에 대한 감독지침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번 감독 지침으로 지난해까지 맺은 CVC 계약을 기존처럼 매출로 인식할 수 있게 되면서 국제회계기준(IFRS)을 적용하는 해운사 8개는 올해 6000억원, 계약 잔여기간 감안 시 최대 약 6조원의 매출 감소를 방지할 것으로 선주협회는 추정했다. 한진해운을 인수한 에이치라인이 3조원대로 가장 많고 팬오션(028670) 대한해운(005880) 등도 매출이 부채로 바뀌는 우려를 덜 전망이다. 현대상선의 경우 대부분 벌크선을 리스로 운용하기 때문에 이번 감독지침과는 큰 관련이 없을 것으로 봤다.

포스코(005490)나 남동발전 현대제철(004020) 등 배를 제공하는 화주들도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까지 적용하는 해운사까지 포함해 최대 7조원 가량의 CVC 계약을 리스로 분류하지 않을 것으로 금융위는 추산했다.

다만 우오현 SM그룹 회장이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에서 건의한 ‘선박 매입 비용의 부채 제외’는 검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우 회장은 예외 항목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지만 회계기준을 바꿀 수는 없다는 게 금융위의 입장이다. CVC 계약의 매출 인식은 차선책으로 해운업계가 바랐던 사항이다.

이번 해운업계 CVC 관련 감독지침은 항공업계의 리스 회계기준 변경 이슈와는 다르다. 항공사들은 이전까지 운용리스를 매출로만 인식했지만 올해부터는 금융리스와 같이 부채로 회계처리해야 한다. 김 팀장은 “항공사 운용리스는 예전 회계기준에서도 리스로 회계처리를 해온 것”이라며 “새로운 리스 기준은 운용리스 또한 금융리스처럼 인식하라는 것으로 이번 감독 지침과는 연결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위는 앞으로도 회계기준 중 해석과 적용에 쟁점이 있는 분야를 지속 발굴하고 회계기준의 합리적 해석범위 내에서 구체적인 감독지침을 마련·공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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