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정부는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한 오랜 태도였다며 일본의 손을 들어준 것은 아니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국제사회서 일본의 논리가 일정 부분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미국이 WTO 공식 회의 석상에서 어느 한 쪽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어서 앞으로 한·일 무역분쟁에 큰 변수로 작용하리라는 관측이다.
日 손들어 준 美…“WTO에 심각한 위험 초래”
3일 WTO 올라온 회의록 요약본(DS590)에 따르면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 WTO 본부에서 열린 WTO 분쟁해결기구(DSB) 정례 회의에서 미국은 “일본만이 자국의 안보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판단해 조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통과운항 분쟁(DS512), 사우디-카타르 지재권 분쟁(DS567) 등 WTO 내 잘못된 패널 조사 결과로 여러 WTO 회원국이 국가 안보 조치에 이의를 제기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며 “이러한 소송의 급증은 70년간 피해온 안보 관련 사안 불개입 (입장)을 곤란에 빠뜨리고 WTO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2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 정례회의에서 회원국들이 일본 수출 제한 조치 분쟁을 다룰 패널을 설치하기로 했다. 패널은 분쟁 심리를 담당할 임시 재판부와 같은 역할을 한다. WTO의 패널 설치 결정은 국제 소송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의미다.
정부는 미국 측 발언이 일본의 손을 들어준 것은 아니라고 했다. 산업부는 “한·일 수출규제 분쟁과 관계없이 미국은 예로부터 패널이 WTO의 전신인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 제21조 안보 예외를 심리할 수 없다는 태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은 자국이 피소된 ‘철강 232조 분쟁’에서 GATT 제21조 안보 예외를 주장하고 있다”며 “미국은 안보 예외와 관련한 기존 분쟁에서도 똑같은 주장을 해왔으나 패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WTO 판례는 미국의 주장과는 달라 패널이 GATT 제21조 안보 예외를 심리할 수 있다고 해석한다”고 덧붙였다.
법으로 해결 어려워…日 논리, 국제사회서 통해
정부는 이번 WTO 패널 설치를 통해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부당함을 인정받고 통상문제도 풀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국제통상 전문가들은 국제 소송으로 한·일 관계 문제를 풀어내기란 매우 어렵다고 강조했다.
최원목 이대 법학전문대학원 법학과 교수는 “미국은 일본과 마찬가지 상황에 있기 때문에 일본을 지지했을 것”이라며 “안보적인 측면에서 미국과 일본이 이해공동체라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일본이 한국에 대한 조치를 취했을때 미 정부와 사전적 논의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자국 안보와 관련한 조치에 대해 WTO 내 국가와 국제사회가 이번 일본의 논리에 자국의 권리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일부 해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일본 측의 논리가 국제사회에 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한국이 승소하더라도 일본이 곧이곧대로 이행할지도 미지수다. 국제통상 한 전문가는 “미·중 무역 분쟁 등에서 WTO가 제 역할을 담당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이기더라도 일본이 이를 제대로 이행할지는 미지수”라고 언급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WTO 제소를 하더라도) 대화는 지속적으로 계속할 계획으로 있다”며 “일본에서도 대화를 계속해서 지속하기를 기대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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