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턴어라운드 직전 자기발목 잡은 한국지엠 노조

  • 등록 2020-11-09 오후 4:43:17

    수정 2020-11-10 오전 7:34:53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한국지엠이 부평공장에 투여하기로 한 2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국 보류했다. 연례행사처럼 들려오던 한국지엠 철수설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한국지엠의 노사갈등을 주목해왔다. 지난 2013년부터 이어온 만년적자를 딛고 올해는 턴어라운드(흑자전환)가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높았기 때문이다.

내부에서도 기대감이 높았다.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지난 2월 초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이 턴어라운드를 공언했을 정도였다. 매년 극심한 노사갈등을 빚던 한국지엠은 지난 1월 신차 트레일블레이저의 발표 현장에 노조 집행부를 초청해 ‘협력 무드’ 조성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 당시 회사 관계자도 ‘노조가 그동안 고통을 분담했다’며 보상 의지를 분명히 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조는 달랐다. 2020년 임단협 협상에서 노조는 최초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 통상임금의 400% 및 추가로 400만원을 합쳐 약 2000만원가량의 성과급을 요구에서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반면 사측은 노조의 요구에 따라 9월11·21일, 10월15일 세 차례 수정·보충안을 제시했다. 임단협 이후 내부소식지를 통해 회사의 대화 의지를 비판했던 노조였지만, 정작 불통의 아이콘은 자신들인 셈이다.

무엇보다 협상 전략이 전무했다. 고용안정성 확보를 위해 임금인상을 내려놓거나, 사측과의 임금인상 간극을 좁히려는 그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않았다. 현대자동차(005380) 노조 집행부가 임금동결을 결정한 뒤 고용안정성을 요구한 것과 대조적이다. 임금인상과 고용안정성 그 어느 것도 놓칠 수 없다는 집행부의 고집과 아집은 결국 투자 보류로 이어졌다. 출구 전략도 마련하지 않은 채 ‘투쟁’만을 외친 노조 집행부가 이제 와서 택할 선택지도 마땅찮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자리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자동차 제조업도 전동화 패러다임 전환으로 기존 일자리마저 위협받고 있다. 집행부는 지금이라도 엄혹한 현실을 직면하고 구성원들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결단하고 전략을 짜야 한다. 그 출발은 어렵게 잡은 턴어라운드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주어진 밥상마저 걷어찬다면, 철수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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