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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北남성, 패딩에 잠수복 덧입어…헤엄쳐 월남 가능 판단"

총 10차례 감시장비 및 CCTV에 포착
9~10차례 때 식별, 이후 초동조치
부대 상황 전파 30분 후 이뤄져 '늑장'
"지휘계통 문책 여부 추후 국방부가 판단"
  • 등록 2021-02-23 오후 2:34:34

    수정 2021-02-23 오후 2:35:48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북한 남성이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월남할 지난 16일 당시 근거리감시장비와 경계용 CCTV에 8차례나 포착됐는데도 군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민간인 남성으로 추정된 해당 인원이 해안으로 올라온 뒤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소초까지 이동해 식별될 때까지 군은 3시간11분 동안 모르고 있었다. 소초에서 포착된 지 31분 만에 주요 부서와 직위자들에게 상황을 전파해 늑장 대응이란 비판도 제기된다.

합동참모본부는 23일 지난 16일 동해 민통선 북방에서 신병이 확보된 북한 남성의 월남 경위와 군의 대응 조치 등에 대한 검열단의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 남성은 16일 오전 1시 5분께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올라와 해안 철책 전방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잠수복과 오리발을 암석지대에 버렸다.

해당 인원은 북한에서 어업 분야에 종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하고 8㎞ 이상을 6시간 가량 헤엄쳐 우리측으로 넘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패딩형 점퍼와 모자를 쓰고 두꺼운 양말 등의 보온조치를 하고 그 위에 잠수복을 착용했다.

군 관계자는 “해류 방향이 북에서 남쪽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고, 바다에서 조업을 했던 해당 인원의 특성 고려시 수영은 가능했을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미 해군 잠수교범 상으로도 수온 7도에서 5시간 이상 바다에서 활동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 인근 남측 해변 전경 (사진=뉴시스)
검열단이 해당 부대의 해안 감시장비를 확인한 결과, 오전 1시 5분부터 38분까지 4대의 감시카메라에 이 남성이 5회 포착됐다. 상황실 모니터에 2회 경보음도 울렸다. 그런데도 상황실 감시병은 자연상 오경보로 추정해 이를 놓쳤고 해당 부대에서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검열단은 북한 남성이 이동한 경로상의 다른 곳의 CCTV도 확인했다. 오전 4시 12분에서 14분 사이 동해안 최전방에 있는 해군 합동작전지원소 울타리 경계용 CCTV에 북한 남성이 3회 포착됐다. 그리나 경보음은 울리지 않았고, 위병소 근무자도 알지 못했다.

이후 오전 4시 16분부터 18분 사이 민통선 소초 CCTV에 해당 인원이 2회 포착되어 근무자가 식별하고 상황을 보고했다. 북한 남성은 해안감시장비와 CCTV에 총 10차례 포착됐는데 군은 9번째와 10번째 포착됐을 때야 확인하고 상황을 전파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늑장 보고였다. 민통선 소초에서 오전 4시 16분께 식별하고 31분이 지난 4시 47분에야 고속상황전파체계로 주요 부서와 직위자에게 전파된 것이다. 관할부대 지휘관인 22사단장에게는 식별 34분 뒤에 보고됐다.

특히 이번 현장 조사에서 북한 남성이 오전 1시 40분에서 1시 50분 사이 통과한 해안 철책 배수로(직경 90㎝·길이 26m)는 동해선 철로 공사 때 설치됐지만 해당 부대는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합참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당 인원이 통과한 것으로 추정되는 배수로를 확인하기 위해 해안 수색 중 부대 관리 목록에 없는 배수로 3개소가 발견된 것이다. 합참은 배수로 차단물의 부식 상태를 고려해 해당 인원 통과 전부터 훼손된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국방부는 작년 7월 탈북민 김모 씨가 인천 강화도 월곳리 연미정 인근 배수로를 통해 월북한 이후 일선 부대에 수문 및 배수로 일제 점검을 지시한바 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22사단은 이런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던 셈이다.

합참은 후속 대책으로 원인철 합참의장 주관 작전지휘관 회의를 개최해 전 부대 지휘관과 경계작전 수행 요원의 작전 기강을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또 과학화 경계 체계 운용 개념을 보완하고, 철책 하단 배수로와 수문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보완하겠다고 했다. 22사단장 등 지휘계통의 문책 여부에 대해서는 국방부에서 조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대책이 그간 ‘노크 귀순’과 ‘월책 귀순’ ‘배수로 월북’ 등의 후속대책을 재탕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합참은 “군은 이번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환골탈태의 각오로 근본적인 보완 대책을 강도 높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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