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근 사라지면 치료 기회 잃는다… 탈모 환자 증가에 후끈 달아오르는 '탈모 시장’

탈모약 시장 연간 14%씩 성장
"민간요법 대신 효과 확실한 약으로"
인터넷 '탈모' 검색량 10년새 400% 증가
국내사, "탈모 신약 도전"
  • 등록 2019-08-21 오후 5:25:12

    수정 2019-08-21 오후 6:53:55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아버지가 M자형 탈모인 회사원 이 모(38)씨는 3년 전부터 머리를 감을 때 머리카락이 ‘훅훅’ 빠지는 것을 느끼자마자 병원에서 탈모 관리를 시작했다. 이씨는 “약을 먹은 뒤 머리카락에 힘이 생기고 빠지는 게 확실히 줄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번 여름휴가 때 태국에 다녀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처방전이 필요한 탈모약을 태국에서는 처방전 없이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복제약이지만 가격이 국내의 3분의 1 수준이라 한 번 가면 1년치 정도를 사 온다”고 했다. 자영업자인 차 모(35) 씨는 20대 중반부터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젊다고 생각했던 차씨는 약 대신 검정콩, 어성초 달인 물, 마늘즙 마사지 등 민간요법에 기댔지만 증상은 오히려 악화됐다. 결국 차씨는 올해 초 넓어진 이마를 가리는 부분가발을 맞췄고, 병원에서 본격적으로 탈모치료를 시작했다. 차씨는 “넓어진 이마는 이미 모근세포가 손상돼 약을 써도 효과가 없다고 한다”며 “이마가 더 넓어지지 않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병원에서 탈모를 ‘관리’하는 사람이 늘면서 탈모시장이 과열되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전문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탈모치료제 시장 규모는 1228억원(처방약 기준)으로 전년(1093억원) 대비 12.3% 증가했다. 일반의약품이나 의료기기, 샴푸, 한약재 등을 모두 합치면 매년 14%씩 커져 국내 탈모시장 규모가 4조원에 이른다는 조사 자료도 있다.

국민건강보험에 따르면 탈모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2013년 20만 5600명에서 2017년 21만 3800명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 수치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대부분의 탈모환자들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치료를 받기 때문. 대한탈모치료학회는 국내 잠재적 탈모 인구를 1000만명으로 추산한다.

특히 20~30대 탈모 인구가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이학규 루트모발이식센터 원장은 “유전적 요인이 있는 사람에게 스트레스나 흡연 등 환경적인 요인이 겹치면 탈모 진행이 빨라지면서 젊은 탈모환자들이 많이 늘었다”며 “이외에 민간요법에 의존하다 효과를 못 보고 병원을 찾는 사람,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사람 등 예전보다 내원 환자 수가 확실히 늘었다”고 말했다. 민간요법 중 의학적으로 효과를 인정받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원장은 “민간요법으로 효과를 본 사람이 분명 있긴 하지만 통계적으로 효과를 본 사람과 못 본 사람의 차가 너무 커 의학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적극적 탈모 관리 추세는 빅데이터 분석으로도 나타난다. 빅데이터 전문 링크브릭스가 지난 10년간 탈모 커뮤니티, 주요 포털, 소셜미디어 등을 분석한 결과 10년 새 탈모 검색량은 405% 늘었다. 탈모 관련 주요 키워드도 최근 5년 새 ‘M자형 탈모’ 등 구체적인 유형을 나타내는 키워드들로 세분화됐다. 김상규 링크브릭스 대표는 “이는 탈모치료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해와 지식, 관심이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환자가 늘면서 주요 탈모치료제의 매출도 늘었다. 대표적인 탈모치료제는 ‘프로페시아’(MSD)와 ‘아보다트’(GSK)다. 프로페시아는 2000년에, 아보다트는 2009년에 국내에 출시했다.

유비스트에 따르면 프로페시아와 동일성분의 복제약 99개는 지난해 전년대비 6.5% 늘어난 672억원을, 아보다트와 54개의 복제약은 21.4% 늘어난 51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1분기에는 각각 전년동기 대비 15.7%, 27.6% 늘어난 108억원, 8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들 약은 ‘5알파 환원효소’라는 물질을 없앤다. 이 물질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DHT라는 물질로 바꾼다. DHT가 탈모유전자와 결합하면 탈모가 생긴다. 약으로 5알파 환원효소를 없애면 DHT 생성이 안 된다. 두 약 모두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로 효과를 인정받았다. 심우영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두 약 모두 모근세포에 작용해 머리카락이 안 빠지게 하고 가는 머리카락을 굵게 만든다”며 “그래서 모근이 남아 있는 탈모 초기부터 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모근세포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라면 약으로 이를 되살릴 수는 없다. 이외에도 모근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판시딜’, 모근 혈관을 확장하는 ‘미녹시딜’ 등도 탈모치료에 쓴다.

탈모를 치료하는 사람이 늘면서 국내 제약사들도 탈모 신약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JW중외제약(001060)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과 공동으로 세포의 분화와 증식에 관여하는 Wnt신호 경로를 활용한 신개념 탈모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이를 이용하면 모낭 줄기세포와 모발성장에 관여하는 세포의 분화를 촉진할 수 있다. 동물실험에서 기존 탈모치료제와 동등한 효과는 물론 새로운 모낭이 만들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동아에스티(170900)는 바이오벤처 네오믹스와 공동으로 탈모신약을 개발 중이며 바이오벤처 인벤티지랩 내년 상반기 유럽서 지속형 탈모주사제 임상1상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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