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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이달 이후 경기도 구리에 5억원짜리 아파트를 사 실거주하다 불가피한 사정 탓에 서울 전세살이를 하려 해도 대출이 어려워 보증금을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전세대출을 받은 뒤 3억원이 넘는 주택을 구매하면 대출계약 위반으로 간주해 앞으로 3년간 주택관련 대출을 받을 수 없도록 했다. 이를 어길 경우 3년간 주택관련 대출이 제한된다. 1주택자의 경우 전세대출 상한선이 2억원(정책보증기관 기준)으로 대폭 내려왔다.
전세대출은 1주택자 이하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한다. 전세대출을 죄면 이들의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전세 살면서 평생 집 사지 말라는 압박이냐는 것이다.
하지만, 전세대출이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매매)용’으로 활용되는 것을 원천봉쇄하려면 이런 고강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생각이다. 그래서 예외도 거의 없다. 직장 이동이나 자녀 교육, 부모 봉양과 같은 실수요로 전셋집과 구매 주택 모두에서 실거주해야 겨우 대출을 허용한다.
이런 지역은 갑자기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자금조달 계획이 틀어질 수 있어 실수요자 위주로 반발이 거세다. 정부는 이런 목소리를 고려해 보완대책을 내놓겠다고 약속했지만, 미세조정 가능성이 크다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예외를 넓혀두면 투기수요를 억제하겠다는 정책 취지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가 무주택 실수요자만 타깃으로 해 주거 사다리만 끊어놓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 이미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1주택자나 다주택자의 갭투자는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지금은 은행권에서 주택담보대출(구입용)을 받은 1주택자가 전세를 끼고 갭투자를 해도 불이익이 없다. 금융 기관이 관여하지 않아 규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주택자가 전세를 끼고 집을 구매하는 경우는 은행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면서 “이런 경우 보유세나 종부세를 포함한 세금을 활용해 투기수요를 억제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전세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이 가장 필요한 계층은 서민 실수요자인데, 규제가 강화하면서 이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면서 “대출이 필요없는 현금 부자들은 정부의 규제 영향권에서 벗어나 반사이익을 누리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투기수요를 누르려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정부의 기조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일부는 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