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십억 혈세 들어간 저상 마을버스…장애인들은 "몰라요"

올해 초부터 서울에 도입된 저상 마을버스
홍보 부족 탓…정작 휠체어 장애인 이용률은 0%
"장애인 이동권 위해 저상버스 보급 늘리고 홍보 강화해야"
  • 등록 2021-04-20 오후 3:20:51

    수정 2021-04-20 오후 10:10:25

[이데일리 박기주 이상원 기자] 올해 초 장애인 이동권을 향상하기 위해 수십억원의 혈세를 투입해 서울에 도입된 저상 마을버스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장애인들과 전문가들은 정책이 효과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선 홍보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처음으로 도입된 저상 마을버스가 서울시내를 운행하고 있다. (사진= 이상원 기자)
올해 초 첫 저상 마을버스 도입…장애인 이용률은 0%

20일 서울시와 마을버스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서울의 마을버스 중 저상버스가 도입된 노선은 서대문구와 동작구 두 곳, 각각 6대와 2대 총 8대가 운행되고 있다. 이는 시내버스나 전철이 다니지 않는 동네 구석구석을 운행하며 해당 지역의 교통약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도입된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이데일리 취재 결과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를 위한 것이라는 도입 취지가 무색하게 휠체어를 탄 장애인의 저상 마을버스 사용 사례는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지난 1월 서울시 최초로 저상 마을버스가 도입된 서대문구의 노선은 운행을 시작한지 4개월이 다 되어가지만,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장애인이 올라탄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 동작구 노선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교통약자를 위해 저상버스에 설치된 리프트의 작동 여부를 하나하나 살펴보니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버스도 있었다. 도입된지 불과 4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고장난 채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장애인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면 탑승하지 못하고, 다음 저상 마을버스가 오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해당 노선의 한 버스기사는 “아직 휠체어를 타고 버스에 탑승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약 탑승하려고 해도 버스를 인도에 바짝 대야 하는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 태우기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자의 작동 요청에 리프트를 작동해본 버스기사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차를 기울이고, 반듯이 세운 뒤, (리프트가) 나와야 하는 건데 지금 안 나온다”고 말을 흐렸다.

더욱이 이 저상 마을버스에는 정부와 지자체 등에서 대당 약 3억원 수준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현재 8대가 도입된 것을 고려하면 지금까지 20억원이 넘는 보조금이 투입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일반 마을버스와 다를 것 없이 운행하고 있는 것이다.

버스기사와 함께 리프트 작동을 해보았지만 리프트가 나오지 않고 있다. (영상=이상원 기자)
홍보없는 저상버스, 장애인들은 “몰라요”

문제는 제대로 된 홍보가 없다는 사실이다. 장애인단체들도 충분히 효용성 있는 수단임에도 장애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아 사용률이 저조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서울시 서대문구에 사는 장애인 이모씨는 “마을버스가 저상으로 운행되는지도 몰랐다”며 “장애인들 사이에서도 공유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변재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은 “(서대문구 노선은)주거지역에서 신촌역까지 나갈 수 있는 좋은 노선임에도 아직 주위에서 사용했다는 사람을 들어보질 못했다”며 “저상 마을버스가 있다는 것을 몰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저상 마을버스가 교통약자들을 위해 꼭 필요하기 때문에 더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이 교통수단이 제대로 활용되기 위해 홍보가 수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저상버스의 정착을 위해 시민들의 협조도 동반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공마리아 대구대 재활심리학과 교수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저상 시내버스나 지하철을 타려고 해도 마을버스는 저상버스가 없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에 저상 마을버스가 많아져야 한다”며 “이러한 역할을 하는 저상 마을버스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이뤄져야 일상에서 장애인들이 실질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중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인들이 타지 않는다고 저상버스 설치를 그만두는 것은 우리 사회가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며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욕구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불편을 줄이려면 굉장히 힘들지만 결국 시민 의식을 높이는 것이 답“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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